일곱째별의 탈핵 순례 사진전 3 - 사진집
드디어 사진집이 나왔다.
대전 제본소에 가서 총 200부 중 150부는 갤러리로 부치도록 하고, 50부는 차에 실어 가져왔다.
서울 종로에선 하루면 되던 출판사 신고 확인증이 주말 끼고 나흘이나 걸리는 바람에 오늘 나온 사진집.
애초 계획했던 8월 19일 월요일에 사진집에 나왔다면 그날 사진전 오프닝 행사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쯤 나는 동해 어느 해변에서 자전거 순례를 하고 있었을 터.
하지만 포토청과 선생님 스케줄 때문에 오프닝은 다음 주 화요일로 정해졌다.
오는 길에 자전거점에 들러 자전거를 정비했다.
타이어 공기주입기, 가방, 랙을 준비했다.
이제 사진전 오프닝만 하면 떠날 수 있다.
9년 전, 방송작가보다 수명이 길 듯하여 노후 대비책으로 1인출판사를 시작했었다.
회고록 주문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풍성한 제작비로 최고급 인력을 동원해서 미니 다큐 dvd까지 제작해서 양장본 비매품 책을 만들었다.
출판기념회도 성대하게 했었다.
그 후 일거리가 들어오지 않자 2년 정도 후 미련 없이 폐업하고 본격적으로 글을 썼다.
이번에 꿈터 갤러리 관장님의 발탁으로 사진전을 하면서 사진집 때문에 얼결에 또다시 출판사 신고를 하고 사업자 등록을 했다.
그 첫 책이 일곱째별의 탈핵 순례 사진집이다.
표지는 딤플 카키색 수입지에 필름+목형+금박 글씨로 , 면지는 앞뒤로 두 장씩 넣었다. 표지에 날개가 있으면 면지는 두 장이 정석인데, 대부분 출판사들에서는 제작비 아끼느라 한 장씩만 넣는다. 이번 사진집은 200부니 큰 부담 없이 정석으로 했다.
로고는 왜가리가 만들어주셨다.
내가 정한 출판사 이름은 나를 담는 마을, 가고 싶던, 이상향 같은 이름이다. 그 글자 중 한 자의 한자를 찾아보니 눈에 쏙 들어오는 글자가 있었다. 불타오르면서도 아름다운. 그 글자의 소전문자를 앞에 넣고 왜가리가 손글씨로 로고를 써주셨다. 예전 출판사 로고는 내 손글씨였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디자인. 내가 수작업을 좋아하는 이유다.
판권에 조르륵~
사진가
펴낸이
디자인
펴낸곳
이름이 아주 잘 어울린다.
혼자 출판기념을 하느라 냉동실에 모셔두었던 유기농 팥빙수를 꺼내 두유를 부어 먹었다. 꽤 오래 전에 혹시 몰라 사 둔 건데 유통기한이 8월까지이다. 영영 기다릴 수는 없으니.
첫 사진전을 하면서, 더 많이 공부하고 2년 후쯤 하려던 소박한 사업까지 시작하게 됐다.
그러면서 포토샵, 인디자인 등 여러 가지를 직접 해보기도 하고 어깨너머로 배웠다.
아직까지 매트 커팅하고 액자 펀칭한 손아귀가 아프다.
그럼에도 배움은 즐겁다.
가르쳐주는 이의 인품이 좋을 땐 더더욱 재미있다.
나무나 종이를 다루는 일은 촉감에서부터 따스하다.
새로운 시작, 값진 경험.
글과 사진, 사진과 책, 그 다음은 어디까지 펼쳐질지 나도 모르겠다.
한 발 한 발 걷듯이 들숨 날숨 쉬듯 안온한 소산이 하나둘 세상으로 나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