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
2023년 2월 27일 월요일 늦은 오후였다.
서울 어느 옷가게 쇼윈도에 걸린 공단 드레스를 보고는 끌리듯 들어가 그 드레스를 입어보았다. 입고 나자마자 민망해서 다른 옷을 사려던 내게 주인이 말했다.
"이 드레스를 사면 드레스 입을 일이 생길 거예요."
드레스를 사서 들고 나오면서 드디어 내 정신이 이상해진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었다.
당시 나는 끊어질 듯 간당간당한 정신줄을 간신히 부여잡고 있던 상태였다.
한참 지난 이후 거친 장르의 책 출판기념회도 아니었고, 송년 파티는커녕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던 연말도 아니었고, 벚꽃이 언제 피었다 지는지도 모르게 뷔나와 함께 영산강과 금강길을 달리던 봄이 가면서, 콩이 수술과 간병과 탈고로 두문불출하며 탈모의 지경에 이르던 무더운 여름이 지나갈 즈음, 예술성보다는 사실성이 강한 사진 전시회 오프닝에도 프랑스제 푸른 블라우스와 흰색 바지로 수수하게 갔다.
그러다 오늘인 2024년 9월 14일 토요일.
산 지 거의 1년 반 만에 마침내 드레스를 입을 일이 생겼다.
그 드레스를 살 때 무의식적으로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과 가고 싶었던 포항의 한 작은 교회를 떠올렸을 것이다. 그 교회에는 올 1월, 7번 국도 완주 때 혼자 갔었다.
드레스를 사면 드레스 입을 일이 생길 거라던 옷가게 주인의 말이 맞았다.
어울릴 턱시도 없이도 나는 오늘 그 드레스를 입었다.
여덟 명의 유아들과 함께.
아기들처럼 나도 오늘 새롭게 태어났다.
내 이름은 스텔라.
일곱째 아닌 그냥 별.
'마리스텔라(Maristella 혹은 Stella maris)'의 축약형이다. Ave maris stella(바다의 별)에서 나왔으며, 문자 그대로 '선원들을 이끄는 밤바다의 별처럼 신앙인의 모범이 되시는 성모'라는 의미이다.
나의 기도는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하지만 상상할 수 없이 광활하고 원대하게 이루어진다.
엘리사벳
니콜라오
오래되었으나 새로운 동역자들.
그들의 축하와 사랑으로 함께한 오늘,
앞으로 펼쳐질 앞날을 기대한다.
한 걸음 한 걸음
다시 새롭게
순결하게
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