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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째별 Nov 13. 2024

사진전 마무리

일곱째별의 탈핵 순례 사진전 마무리


지난 토요일에 갤러리에서 사진과 액자 해체 작업을 했다.

경주와 울산에서 알아보던 연장전이 무산되었기에 사진을 액자에 더는 넣어둘 이유가 없어졌다.

액자는 원래 갤러리 소장용을 대여한 것이었기에 반납해야 했다.

사진을 구매한 분께는 액자 채로 배송이 되었고, 나는 꼭 간직하고 싶은 사진 한 장의 액자를 구입했다.

그리고 관장님을 통해 주인공에게 선물했다.

나머지 사진들도 액자 없이 매트 채로 주인공을 찾아 갤러리 측에서 배송해 주었다.


오늘 나머지 사진과 남은 사진집이 집으로 도착했다.

관장님이 시작부터 끝까지 온갖 일처리를 다 해주셨다.

액자 해체 작업할 때 와주신 오선생님이 그간 찍으신 사진을 저장 장치에 담아주셨다. 오프닝과 작가와의 대화 때 사진이었다. 포토청 사진 관련 모든 행사의 사진을 담당해서 보정작업까지 해주시는 오선생님. 대단하시다. 고맙다.

관장님과 오선생님이 아니었으면 시작도 못 하고 끝도 못 맺었을 사진전.


오늘에야 행사 사진을 열어보았다.

사진 속의 나는 탄력 없고 지쳐 보였다.

찰나의 활기가 보일 때는 사진 액자 작업하던 몇 순간뿐이었다.

단순 노동할 때만 순수하게 몰입해 빛이 난다.

그 외에는 대부분 해쓱하고 처지고 부스스하다.

그런 모습으로 지난여름을 났음을 사진으로 확인했다.

그랬다.

6~7월, 두 달 간 에어컨도 없는 집에서 다쳐 수술한 콩이 돌보면서 정원 일기 원고를 탈고하면서 사진을 골랐고, 이중 작업을 하면서 몸과 정신의 에너지를 다 끌어 썼다.  

8월 중순부터 9월까지 사진전을 하면서 오프닝이 늦어지는 바람에 수 차례 동해를 오고가며 고성부터 나아리까지 400km 자전거를 탔다. 그렇게 한 사진전은 11월인 오늘에야 끝이 났고, 책은 며칠 전에 나왔다.

이제 작가와의 대화 등 책 관련 행사를 해야 한다.

이 분주함은 언제쯤 끝이 날까?

분주함이 끝날 때쯤 연말이 올까?

이렇게 올해가 가는 걸까?


사진을 보니 나를 좀 돌봐줘야겠다.

어쩌다 누가 아직도 예쁘다, 귀엽다고 하면 마냥 좋아했었는데 요즘의 내 얼굴은 정말 생경하다.

언제나 동안(童顔) 소리를 들어서 늙음이 나 만큼은 비껴갈 줄 알았는데 어른들이 왜 사진 찍기 싫어하시는지 이제 알겠다.

나는 내 얼굴에 왜 빛이 없는지 잘 알고 있다.

사진과 책 작업 모두 지독하게 아프고 고단한 세월을 정리하는 작업이었다.

두 가지 작업물이 세상에 나왔다고 해서 금세 내 생각이 개조될 리는 없다.

하지만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현재를 살아가야 한다.


사진전을 마치며 내 얼굴 평으로 끝나다니 정말 우습다.

그런데 이건 인물 사진에 대한 변화를 가져올 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내 사진의 대상은 대부분 인물이었다.

누군가를 찍기만 했지 내가 찍힌 적은 없었다.

사진 속의 자신을 보니 인물사진에 대한 태도가 달라질 수 있겠다.

투쟁 현장에서 씻지도 꾸미지도 못한 사람도 배우처럼 아름답게 찍어줄 수 있는 사진가가 되면 좋겠다.

그 사람의 가장 예쁜 표정과 각도를 잡아내어 찍어주고 싶다.

점점 찍는 행위가 조심스러워진다.

촬영이 폭력이 되어서도 안 되고, 선의로 찍어도 타인에 대한 느낌은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주관이 상대의 주관과 맞닿아 일치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앞으로 그 무엇이 나에게 계속 찾아가 셔터를 누르게 할 것인가.

사진전을 마치며 슬쩍 자신에게 물어본다.


photo by 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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