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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느티나무

나는 몰랐었네

by 일곱째별


늦게 눈을 떴다.

꿈이 생생하게 기억났다.

꿈에도 그리던 곳이 꿈에 나왔다.

의외의 조합으로 셋이 밥을 먹었다.

그집 할머니가 내 밥 위에 반찬을 얹어주셨다.

아무도 말이 없었다.

평온했다.


눈을 뜨면 맨 먼저 콩이 물이 걱정된다.

꽝꽝 얼었을 테니까.

포트에 물을 끓여 중무장을 하고 나간다.

영하의 긴긴밤을 보낸 콩이는 나를 보고 팔딱팔딱 뛴다.

얼음 위에 뜨거운 물을 부어 잠시 후 분리되면 꺼내준다.

사료를 주고 다 먹으면 짧은 산책을 한다.


오늘은 140년 넘은 마을의 느티나무에게 가보았다.

큰 줄기를 세어보니 여덟 개인 줄 알았는데 일곱 개라고 해도 무방해 보였다.

원주 피나무 칠성목처럼 이 느티나무가 나를 이곳으로 불렀는지 모르겠다.


이번 주 하루, 군산에서 출근하는데 참 멀었다.

부안 해창갯벌에 가던 월요일 중 한 날, 휴관일인 줄 모르고 백제보 인증센터에 들렀다가 수직으로 국도를 구불구불 내려오던 길도 무지 멀었다.

군산 근처에 일자리를 구하려고 엉뚱한 곳에 찾아갔다가 겁에 질려 울며 돌아오던 시월 빗길도 마냥 멀었다.

그러니 느티나무가 나를 잡아끌었다기보다는 너무 먼 거리는 출퇴근하기에 무리라는 현실을 그때 막연하게 감 잡고 있었을 것이었다.


그리하여 찾아든 낯선 이곳.


오후 산책 거리는 조금 더 길다.

한 바퀴 돌면서 미안함에 대해 생각했다.

일찍 내린 어둠 속에서 문자가 와 있었다.

꿈에 나왔던 이였다.


10월 말 팽나무 앞에서 받아온 정화수 그릇에 정성을 들인 결과가 나왔다.

백일이면 무엇이든 이루어질 거라고 했는데 벌써.

나머지 하나도 그 안에 무엇이든 이루어지겠지.

다만 나는 성심을 다할 뿐.

바싹 마른 겨울나무도 내년의 새싹을 품고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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