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025년 천막의 7월-1

20250708 화요일 천막농성 1249일

by 일곱째별


새만금 신공항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촉구 천막의 7월


2025년 7월 8일 화요일 천막농성 1249일


깊고 깊은 계곡 옆 외딴 수도원에서 열흘 칩거 후 세상으로 나가 집보다 먼저 전주 전북지방환경청 앞 새만금 신공항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촉구 천막 농성장에 들렀다. 완두와 가지가지와 샘이 땡볕 아래 피켓을 들고 점심 선전전 중이었다. 하느님 대리로 찾아간 문정현 신부님은 무더위 푹 절인 상태이셨다.

벌써 석 달 넘게 평일 매일 새벽 여섯 시 반이면 조반 드시고 나오셔서 아침 8~9시 출근 선전전, 점심 12시 전후 한 시간 점심 선전전, 오후 5시 반부터 6시 반까지 퇴근 선전전을 하시고 들어가시니 과로이신데다가 천막의 온도는 40도를 웃돌고 있었다.


부랴부랴 차린 농성 식탁 위 사흘 넘어 나흘째 금식 중인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밥알 몇 알과 젓가락 끝에 찍은 된장뿐이었다. 밥상에서 일어나시자마자 조립식 나무 평상 위에 몸을 누이신 신부님은 금세 오침에 드셨다.


문정현 신부님 오침


맑은 하늘에 먹구름이 드리우더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뛰기 시작했다. 진열해 놓은 신부님 서각을 천막 안으로 옮기자마자 천막 위 덮개 타프에 물이 고여 주저앉기 시작했다. 셋은 우산 끝으로 타프를 올려 물을 덜어내려 했다. 우왕좌왕 소동과 우박처럼 쏟아지는 빗방울 소리에 어느새 신부님이 눈을 뜨고 앉았다가 일어서계셨다. 책상을 옮겨 그 위에 올라가서 타프 위 물을 쏟으라고 하셨지만, 그 소리는 빗소리에 묻히고 말았다. 세 장난꾸러기들은 신부님 말씀엔 아랑곳하지 않고 동심으로 돌아가 물장난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지독하던 더위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내 비탄과 고통도 세 명의 장난을 바라보며 설핏 희석되었다.





비가 개자 혹시나 하고 신부님께 여쭤보았다. 부탁드린 서각이 완성되었는지.

아… 내가 고통 중에 몸부림치던 그 시간에 신부님은 벌써 기도로 그 서각을 완성해 놓으셨다.

누구라도 내 삶에 와 주실 다정함이 절실해서 부탁드렸던 그 말씀, 지혜서 1장 6절

‘지혜는 다정한 영’

근래 40일 가까웠던 괴로움, 더 멀게는 십 년 가까이 끌어오던 내 억울함이 토닥여지는 듯했다.



그날 신부님 손이 내 눈에 쏙 들어왔다. 서각기도를 하시며 굳은살이 배기고 벗겨지기를 반복해 온 거칠고 고결한 손이었다.


문정현 신부님의 오른손


그날은 화요일이었는데 오후 다섯 시에 대전 교구에서 미사를 드리러 오신다고 했다. 기운이 없어 집에 가야 했는데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지난 5월 30일 금요일, 세종시 한두리교 아래 세종보 천막 농성장 미사 때 뵈었던 분들이 오후 네 시부터 오셨다.


한두리교 아래 세종보 농성 천막 미사_20250530


전주 전북지방환경청 앞 미사 문정현 신부님과 대전교구 _20250708


미사 후 김지은 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미사 때부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내던 그이는 말보다 먼저 울음으로 오신 분들을 맞이했다. 세종시 국토부 앞에서 2022년 2월 6일부터 2025년 3월 9일까지 천막 농성을 했다. 그때 함께해 주었던 분들이 3월 10일에 전주 전북지방환경청 앞으로 천막을 옮기자, 7월에 와 주신 것이었다.


전날인 7일 서울지방항공청이 제출한 1차 보완서가 전북지방환경청으로 넘어왔다. 이에 1249일째 천막 농성의 이유가 절박해지고 있었다.


우리의 요구는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공항 말고 수라갯벌을 살게 하는 것이다.


촉촉하게 젖은 눈의 김지은 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군산미군기지 생태평화 2차 정기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