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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천막의 7월-2

20250710~28 마지막 변론과 천막 농성

by 일곱째별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마지막 변론일 제8차 기자회견


2025년 7월 10일 목요일 천막 농성 1251일

이날은 전주 천막이 아닌 서울가정행정법원으로 향했다.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은 2022년 9월 28일 국민소송인단 1,308명이 원고로 참여하여 제기했고, 2025년 2월 27일 7차 재판을 마지막으로 변론이 종결되었으며 5월 15일 선고 예정이었다.

그런데 원고인단이 최근 가덕도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서를 입수 확인 결과, 새만금 신공항의 전략환경영향평가 당시 국토교통부가 공항시설법 상 공항시설 설치기준에 따라 항공안전과 관련된 장애물 평가에서 이동 장애물인 조류를 포함하지 않은 위법사항을 새롭게 주장하기 위해 변론 재개를 신청했다.


그리하여 7월 10일 변론 기일에 버스를 대절해서 전주와 군산에서 온 50여 명의 사람과 그 외 전국에서 모인 이들이 서울 양재동 가정행정법원 B220호 중법정 앞에 모였다.

오전 11시 10분. 최후 변론이 시작되었다.

참고자료로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화면에 펼쳐졌다.

주요 변론 쟁점은 두 가지였다. 아홉 가지 장애물 중 무형이 조류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점과 신규공항 조류충돌 반경을 5km에서 13km까지 보아야 한다는 점. 반경 기준이 중요한 이유는 범위에 따라 조류의 종류가 159종에서 50종이 제외된 109종으로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조류의 무게와 출현 빈도에 따라 조류 충돌의 위험도가 달라지기에 매우 중요한 변수이다.

피고 측은 5월 13일에 신규 기존 공항 모두 검토해 전략환경평가에 수록했고 구체적인 방법을 수립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변론 후 기자회견에서 원고 측 변호사의 설명으로 오측(誤測)이었음이 밝혀졌다.

판결 선고 기일은 2025년 9월 11일 13시 55분으로 정해졌다.


10분 만에 끝난 변론 후 법원 건물 밖에서 기자회견이 있었다. 김나희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홍보국장의 사회로 담당 변호사에 이어 김지은 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이 발언했다. 그이는 먼저 안전한 항공운항의 책임자이자 사고 시 1차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항공조종사들의 이야기를 했다. 사무국장의 발언을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의견서를 토대로 정리해 본다.


변론 재개를 앞둔 2025년 7월 3일,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이하 조종사협회)는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의견서를 작성했다.

조종사협회는 조류충돌(Bird Strike)이 항공기 안전에 매우 심각한 위협이 되는 요소이며 심각한 항공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항공안전 저해 요인이라고 했다.

새만금 지역은 대규모 조류 서식지이자 철새 도래지로, 해당 지역에 공항을 건설할 경우 치명적인 조류충돌 위험이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특히 인근의 수라갯벌은 다양한 조류의 종류가 대규모로 서식하고 있어 항공기 운항에 있어 중대한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2024년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2216편 사고는 가창오리 떼와의 조류충돌이 1차 사고 원인 가능성으로 대두되고 있으며, 179명의 탑승객이 사망하는 참사로 이어졌는데, 이는 조류 서식지 인근 공항의 항공 안전 위협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현재 공항 당국은 다양한 조류 퇴치 방법을 도입하고 있으나, 이는 근본적 해결책이라 보기 어려우며 가장 확실한 방안은 조류 서식지 인근에 공항을 건설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새만금신공항을 비롯한 신규 공항건설 예정부지는 반드시 조류 서식지를 피해서 선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에 새만금 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인단은 7월 10일 변론 재개 후 조종사협회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무안공항-제주항공 참사의 책임은 결코 공항을 지어서는 안 되는 조류 서식지라는 잘못된 입지에 공항건설을 강행한 국토교통부와 입지타당성이 확보되지 않은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협의해 준 환경부가 져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과오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조류충돌 위험도가 가장 높은 새만금신공항이 뚫려버리면(허가되면) 어떻게 되겠어요? 가덕도신공항, 제주제2공항, (…흑산도공항…) 다 뚫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조류충돌 대참사를 반복하는 결정을 하면 안 되는 것이죠. 재판부는 너무너무 엄중한 판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오는 9월 11일, 재판부가 당연하고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결을 하기를 믿겠습니다. 그날 (여기 오신 여러분) 다시 한번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8차 기자회견


어느새 기자회견장 옆에서는 지혜복 선생님이 1인 시위하고 있었다.

법원 직원들은 기자회견 중에 경찰에 신고했다며 해산을 요구했다.


지혜복 선생님 1인 시위


기자회견문 낭독 후 모인 이들은 단체로 버스에 올라 용산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새까맣게 그을린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김현욱 집행위원이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2022년 1월 8일, 하동부터 부산까지 남도순례길에 들렀던 가덕도. 가덕진성과 눌차마을과 대항전망대와 외양포 구석구석 가보았던 그곳. 아직도 눈에 선한 지형보전 1등급, 생태자연 1등급, 해양생태도 1등급 지역인 가덕도.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은 그곳이 공항을 지으면 태풍과 조류충돌로 큰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농후한 지형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얼마나 광대하고 수려한 생명을 품은 섬인지를 알게 된다. 그 아름다운 섬을 파괴해서 공항을 짓겠다니 말이 되는가.


“가덕도는 공항이 아니라 생명입니다.”


가덕도는 생명입니다


그 옆에는 성역없는세월호진상규명시민행동이 있었다. 2021년 엄동설한 청와대 앞에서 노숙 농성하던, 그리고 지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희망 뚜벅이 때 긴 생머리 휘날리며 아들 휴대전화기를 들고 걸은 임경빈 엄마 전인숙 씨가 있었다. 참사 11주기가 지났어도 규명되지 않은 진상. 진실이 규명되지 않는 이상 안전사고는 계속 일어날 것이다. 그런데 철새 도래지에 공항을 지어서 또 다른 참사가 유발될 게 뻔한데도 강행하겠다는 정부. 그러니 세월호 참사와 신공항 반대는 생명으로 이어지는 이슈였다.


성역없는 세월호 진상규명시민행동


2025년 7월 14일 월요일 천막 농성 1255일

오후 두 시, 전주역 앞에서 두 사람을 기다렸다.

느리와 故 김용균 엄마 김미숙 씨.

지난 6월 19일, 영천의 한 대안학교에 특강 차 갔다가 느리가 알 솎기 노동을 하는 근처 포도밭에 방문했을 때 우연히 용균 엄마와 쿠팡 해고 노동자도 지지방문을 했었다. 지난 7년간 다수의 민중 집회 때 맨 앞자리에서와 최근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용 승계를 위한 희망 뚜벅이 때도 용균 엄마를 본 적은 많았지만, 개인과 집단 중간 지점에서 대면한 건 처음이었다.

맨살이면 화상 입을 정도로 고온인 비닐하우스 포도농장 안에서 20여 일간 샤인머스캣 알알이 숨을 불어넣어 준 느리가 그 고강도 노동의 품삯 3분의 2를 문정현 신부님의 서각 주문으로 쾌척 후원하고, 그 작품을 가지러 오는 길에 용균 엄마와 동행한 것이었다. 연대하러 한 번 오고는 안 오는 사람들에게 ‘와야 오는 거지’, 군중 속에서도 늘 ‘외로워’ 하시는 신부님께 자신이 한 말을 지키려는 느리가 동지와 함께 왔다. 약속을 잘 지키는 느리는 지난번에 신부님께 말씀 드린 서각 부스러기 담을 쓰레받이와 아이스박스에 무거운 수제맥주를 채워 들고 왔다.


미사 시간 한 시간 전에 전주에서 둘을 태워 오니 자연스럽게 오후 세 시 미사가 연결되었다.

열두 신부님과 수십 명의 신자와 비신자가 새만금 신공항을 반대하고 수라 갯벌을 살리려는 한마음으로 미사에 참여했다. 그중 성가소비녀회 수녀님들과 니키와 말벌 동지 해인도 있었다.


새만금 갯벌 농게 도요새의 친구


성찬 의례


1255일째 니키, 느리, 그리다 연대


미사 후 신부님은 해남으로 여름휴가를 떠나셨고, 대신 니키가 일주일간 천막 지킴이로 계셨다.

다 함께 저녁 선전전을 하는 길 건너 분홍색 자귀나무 꽃이 피어있었다.

사랑을 말하는 나무 아래 걸린 글귀는 섬뜩한 진실이었다.


'수라갯벌에 공항건설은 또 다른 조류충돌 참사를 예고하는 것이다'


수라갯벌 공항건설은 조류충돌 참사 예고


선전전 후 전주 사람 가지가지가 서울에서 오신 손님들을 꽃마차에서 접대해 주었다. 그리고 책 읽는 공유 숙박 '빵과 장미' 콩알 네가 방과 더불어 해남 수제 맥주와 참외를 내어주셨다. 기사를 자처한 나도 덕분에 전주 인심을 맛보았다. 새만금 신공항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촉구 천막 농성이 이어준 인연, 연대는 나눔이다.


0714 저녁 선전전


7월 16일 수요일 천막농성 1257일

대전 탈핵신문읽기 후 니키를 모시고 전주로 향했다. 눈앞에 뿌예지도록 내리는 비를 뚫고 한 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전주 전북지방환경청 앞에는 가지가지, 상주, 머플러와 60+ 회원분들이 피켓을 들고 서 계셨다. 비속에 천막을 지키실 니키를 남겨두고 떠나왔다.


0716 저녁 선전전 60+와 마후라


7월 21일 월요일 천막 농성 1262일

열 분의 신부님과 쉰 분이 좀 넘는 신자와 비신자가 모여 미사를 봉헌했다.

더웠다 구름 끼었다 종잡을 수 없는 여름날, 수박과 바나나와 망고바가 펼쳐졌다.

나는 친구의 수고로운 정성인 냉동 죽순을 받아다 평화바람과 연대자들에게 나누어드렸다.

나눔이 있는 미사,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햇빛 가리는 신공항 반대 양산


수박이 있는 미사


0721 저녁 선전전


7월 23일 수요일 천막 농성 1264일

아침에 갑작스레 온 문자를 받고 가슴이 뛰었다. 걷기의 달인을 찾는 내용이었다.

전주로 향했다.

새, 사람 도보 행진의 준비작업 시작이었다.


이후 수요문화제와 부동의 중창단의 깜짝 공연이 있었다.


부동의 중창단


20250723 저녁 선전전



7월 28일 월요일 천막 농성 1269일

월요 미사 시간에 못 맞추고, 저녁 선전전 시간에 맞춰 전주 전북지방환경청으로 향했다.

매일 연대하는 가지가지와 고창에서 오신 부부와 더덕과 함께 저녁 선전전을 했다.

그 사이 환경청 건물 구석에서는 샘이 새 모자를 만들고 있었다.



그날은 샘의 생일이었다. 선전전 후 다 함께 모여 맛있는 저녁식사를 했다.

한때 민주노총의 '요정'이었다던 샘은 동지들이 생일을 챙겨준 건 처음이라고 했다.

모처럼 즐거운 저녁이었다.


천막 농성 1269일째 저녁 선전전_2025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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