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0 첫 트레일러닝 6.6km
엊저녁 보름 다음날 달이 환하게 온 세상을 비치더니 이른 아침에 날이 화창했다.
미사 후 향적산으로 향했다.
고친 스틱 말고 다른 스틱이 또 망가져 있었다.
금요일에 동네에서 6km 착화식을 한 새 트레일 러닝화를 신고 러닝 레깅스에 트레일러닝 조끼를 입고 맨손으로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9시 25분에 주차장에서 출발.
이번에야말로 두 시간 내 종주가 목표였다.
무상사를 지나 치유의 숲으로 올랐다.
이틀 전 걷기 이후 어제 무릎이 살짝 불편하더니 몸이 썩 가볍지는 않았다.
9시 30분에 치유의 숲 입구에 있는 간소한 배롱나무를 지나쳤다.
비 온 뒤 풀숲이 우거져 바닥이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흙이 촉촉해서 밟기 좋았다.
10시 2분에 마지막 계단 아래에 도달했다.
20분에 2.1km라니 평지보다 빨랐다.
계단으로 450m 올라 10시 18분 향적산 정상에 올랐다.
국사봉 574m.
2.6km에 50분 소요
완두가 손수 만들어주신 '수라 살다' 조끼를 벗어 기념했다.
등이 땀으로 젖어있었다.
날이 더할 나위 없이 맑고 투명했다.
태조 이성계가 신도안으로 도읍을 정할 때 이곳에서 국사를 논했다더니 과연 사방으로 확 뚫린 경관이 청량했다.
평소 가던 곳에 가서 의자도 방석도 없이 서서 두유 한 팩을 마셨다.
늘 이 풍경을 보러 올라온다.
1.3km 아래 향국암 쪽으로 향했다.
거대 기암을 넘어 산 능선을 타고 1km 내려가는데 제비꽃 닮은 작은 꽃에서 종아리와 새 러닝화에 보랏빛 물이 들었다.
300m 가파른 내리막길을 장갑이 없어 로프를 잡지 않고 내려갔다.
진짜 트레일러닝하는 듯했다.
3월에 공사 중이던 8월의 향국암은 일요일인데도 고요했다.
암자를 막 지나자마자 올해 첫 상사화를 보았다.
700m 내리막길에서 0.9km 마을로 하산하지 않고 다시 숲 안으로 2km.
쓰러진 나무는 여전히 누워있었고 숲길에 풀이 무성했다.
종아리를 스치는 얇은 이파리들이 위협적이진 않았다.
양쪽에 꽉 채우지 않은 500ml들이 물병의 물은 바닥이 나고 있었다.
실은 휴대폰도 시계도 없이 산이 들어왔다.
목마름보다 폰이 없는 게 더 불안했다.
오르막 내리막 쉬지 않고 두어 번 오르내리다 보니 무상사 뒷길이 나왔다.
주차장에 도착해 차에 시동을 걸어보니 11시 23분!
2년 간 아홉 번째 등산에서 마침내 두 시간 안에 향적산 6.6km 종주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