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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째별 Feb 14. 2023

굴뚝새의 모험 4

정원을 찾습니다 


2021년 마지막 날에 해남 백련재 문학의 집에서 나와서 2022년 첫날부터 하동에서 부산까지 200여 km 도보 순례를 열흘간 했다. 코로나 19 백신 인증이 없으면 식당 출입도 할 수 없었다. 네 명까지만 모일 수 있었다. 

도보 순례 후 우리는 정기검진과 종합건강검진과 자동차검사를 하기 위해서 서울로 올라갔다. 인적 드문 시골에 있다가 서울에선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공포로 집 밖에 나갈 수가 없었다. 2, 3차 접종자가 대부분이라지만 온종일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체 불안해서 어떻게 살까 싶었다. 주인은 자신과 차를 샅샅이 검사하고, 풀지 않은 짐을 다시 싣고 길을 떠났다.      


세 번째 정읍으로 왔다. 

겨울 정원과 텃밭에는 강 정전된 나무들이 앙상하게 우뚝 서 있었다. 전기계량기를 검침하고 기름보일러를 틀고 난 후 차 안의 짐을 사랑채로 옮기는 데 한참이 걸렸다. 짐을 싸고 푸는 이 일을 언제까지 해야 할까.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발병하던 2020년 봄에 서울을 떴다. 

원주에서 시작하여 2021년에 정읍, 곡성, 해남, 2022년에 다시 정읍으로 날아와 또다시 정월 대보름이 지났다.

도시를 떠나 살아서인지 주변에 확진자는 없었다. 그럴수록 대도시는 두려웠다. 


주인은 서울을 떠나기 직전에 본 영화 <모리의 정원>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정원과 텃밭을 가꾸고 손잡고 산책하며 <전망 좋은 방>에서 글 쓰는 삶을 꿈꾼다. 하지만 방역의 일환인 사회적 거리 두기는 주인을 더욱 혼자로 만든다. 어쩌면 그런 이 사회가 주인에게 잘 맞는지도 모르겠다. 혼자라서 글을 쓸 수 있는지도. 이제 주인은 그다지 외롭지 않다. 다만 고독할 뿐이다. 어딘가에 있을 정원이 있는 방을 찾아다니는 이 시간이 어찌 쓸쓸하랴.      


내 멋진 주인은 나에게는 나무다. 움직이는 나무. 은으로 된 굴뚝새인 나는 날 수 없지만 걷는 주인 덕분에 세상 구경을 하며 다닌다. 내 둥지가 된 주인이 머물 정원이 있는 방을 나도 꿈꾼다. 언젠가 주인이 정원을 찾으면 나는 그 정원에서 주인과 함께 자유롭게 날아다닐 것이다.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코로나 19, 예술로 기록> 수록작 '정원을 찾습니다'-굴뚝새의 모험, 마지막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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