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1 주일 오후 3시
이원규
그대 갑자기 떠나도 떠난 것 같지 않아요
어금니 꽉 깨물고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아요
한겨울 아침 날벼락에
꽃송이 통째로 떨어진 동백꽃이여
일백칠십아홉 송이 송이 송이
마침내 일백칠십아홉 개의 별이 되었으니
밤하늘 바라보며 두 손을 흔듭니다
별빛 두 눈 반짝반짝 아는 척 좀 해주세요
밤마다 입술 깨물며 겨우겨우 잠이 듭니다
꿈속에서라도 못다 핀 동백꽃을 피워주세요
그대 갑자기 떠나도 떠난 것 같지 않아요
언제나 살아생전 그대로 그 모든 곳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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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원래 추모곡 가사로 쓴 것이다. 희생자인 故 김애린 님의 남동생 세형이는 싱어송라이터인데, 그가 한국화가인 아버지 몽피를 통해 가사를 부탁해왔다. 딸과 사위를 동시에 잃은 부모와 남동생의 슬픔 앞에 무력하기만 했다. 졸필로 겨우 써주니 곡에 맞춰 수정한 뒤 <반짝반짝> 노래를 완성했다. "밤마다 입술을 깨물며, 잠에 들 수가 없어" 후렴구를 듣다가 입을 틀어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