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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째별 Feb 16. 2023

남도 순례길 12-봄바람 따라

봄바람 따라 영광, 순천, 광주, 장성, 진도, 목포 


☆ 영광과 순천에 부는 봄바람 

2022년 3월 28일 월 영광군청 / 영광한빛핵발전소 / 순천 현대제철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 현장     


귀정사 퇴소 예정일 사흘 전에 떠났다. 

입주작가로 전국을 떠도는 중에 퇴소일 전에 떠남은 처음이었다. 

문정현 신부님을 비롯한 <봄바람 순례단과 길동무가 함께하는 다른 세상을 만나는 40일 순례>에 연대하기 위해서였다. 


이틀간 짐을 싸고는 마침내 출발하려는데, 차량 계기판에 EPB 경고등이 뜨며 방전이 돼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4년을 함께 해 온 길동무 탈핵브리드가 이런 적은 없었다. 


고장신고접수를 하고 기다리는 동안 산동이를 산책시켰다. 잠시 마음을 진정하며 이건 무슨 뜻일까 생각해 보았다. 차가 제대로 움직였다면 나는 아마 산동이를 몇 번 쓰다듬거나 멀리서 손을 흔들고는 후다닥 헤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탈핵브리드가 주저앉음으로 산동이와 충분히 작별의 정을 나눌 수 있었다. 

‘작별’은 서로 인사를 나누고 헤어짐이다. 헤어짐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석하니 불안이 감사함으로 바뀌었다. 

    

영광으로 가는 길에 개나리가 피어 있었다. 바야흐로 봄이었다. 

내가 만날 ‘봄바람’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집회 시간인 10시 30분에서 10분 늦었다. 영광군청 앞에는 꽤 많은 이들이 모여 있었다. 영광핵발전소 영구 폐쇄를 위한 행동에 서울에서 집회현장을 지키던 주요한 이들이 보였다. 카메라도 많았다. 반갑고 든든했지만, 순간 굳이 나까지 올 필요가 있었나 하는 마음이 살짝 들었다. 그러나 미약한 나라도 한 걸음 보탤 역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기다려 보기로 했다. 문정현 신부님께서 걸으신다고 하니 무조건 달려 나왔는데, 외치는 구호를 들어보니 각 분야에서 모여들 만했다.     


‘지금 당장 기후정의! 

차별을 끊고 평등으로! 

전쟁 연습 말고 평화 연습! 

일하다 죽지 않게 비정규직 없는 세상!’     


영광한빛핵발전소 1호기 영구폐쇄 D-1366일

  

이어서 홍농서초등학교에서부터 영광한빛핵발전소까지 1km 정도 도보 순례를 했다. 걷는 거야 자신 있었다. 순례단의 발걸음을 따라갔다. 문정현 신부님의 걸음은 평소의 호령처럼 씩씩하지는 못했다. 신부님은 80대이시다. 그런데도 다른 세상을 만나기 위해 지팡이를 짚고 길로 나오셨다. 어찌 그 뒤를 살아 있는 우리가 따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분의 몸자보 뒷면에 쓰여있는 글씨, ‘사랑이다’. 

하나님은 사랑이시고 봄바람도 사랑이다. 동토를 녹이고 언 마음을 녹이는 사랑이다. 

그 봄바람이 영광한빛핵발전소를 향해 불어 가고 있었다.      

2018년부터 몇 번이나 왔던 핵발전소였다. ‘핵발전소 없이 안전하게 살자’고 전국을 걸어 다니는 나로서는 문정현 신부님과 함께 걸어서 영광핵발전소에 오다니 여간 감개무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그러할진대 농사꾼에게 더없이 중요한 파종도 미루고 모여든 영광, 고창 등 지역주민들은 얼마나 고맙고 든든했을까.      


영광한빛핵발전소 향해 걸어가시는 문정현 신부님

    

그러나 소외된 사람과 안타까운 현장으로 불어 가는 봄바람의 일정은 여유롭지 못했다. 한 시쯤 영광 끝에서 집회가 끝나고 세 시까지 순천 현대제철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 현장에 가야 했다. 일행들은 모두 점심 식사를 거른 채 차로 이동을 했다. 

급한 길에도 에너지가 없으면 이동할 수 없으니 주유를 해야 했다. 천정부지로 오른 휘발유 가격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실감했다. 한국의 산골에 살던 나야 기름값 과다지출에 불과한 영향이지만 전쟁통인 그 땅의 사람들은 사느냐 죽느냐 하는 상황이다. ‘전쟁 말고 평화’, 대체 이 정의보다 더 중요한 국가의 이익이나 외교가 있을까.     


오후 세 시에 겨우 맞춰 농성장에 도착했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투쟁은 2005년 6월부터 현대하이스코(현 현대제철) 비정규직 지회 설립 이후 비정규직 철폐와 정규직 전환 요구를 17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2011년 7월 19일에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 근로자지위확인(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해 4년 7개월 지난 2016년 2월 18일에 “지휘명령권이 현대제철에 있고 공정이 아닌 도급관계가 아니고 불법파견 공정이며, 1차자 157명이 불법파견이고 현대제철 직원이다”라고 승소했다. 이에 현대제철은 항소했으나 3년 7개월 만인 2019년 9월 20일 광주고등법원에서 비정규직 조합원이 다시 승소했다. 그러나 사측이 거듭 불복하여 이 소송은 아직도 계류 중이다. 

회사는 법원판결과 고용노동부 시정지시를 무시하고, 2021년 9월 현대제철 당진공장에 현대 ITC 자회사를 설립하고 32개 업체 중 15개 업체 2천 명에게 계약해지 통보, 자회사 직원 채용,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고 회유와 협박으로 노조 탄압을 하고 있다. 노동부에서 119억 8천만 원의 과태료를 물리자 행정소송을 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더는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지 않고 전면전으로 정규직전환 투쟁하기로 했다. 상반기 정규직전환 합의를 위한 직접 교섭이다. 

4월에 상경 투쟁, 5월에 무기한 총파업까지 가기 전에 사측에서 현명한 결단을 통한 상생을 선택하기 바란다. 노동자가 잘살아야 기업도 발전한다는 당연하고도 단순한 이치를 어서 알았으면 좋겠다.      


연대한 이들이 돌아가고 남은 이들이 간 숙소는 전남 담양군 고서면에 있는 5.18민족통일학교였다. ‘고故 오종렬 이사장이 민주화운동으로 받은 보상금 및 전국의 노동자 농민 시민들의 성금과 기능기부(설계와 건축공사 기능소유자)로 건립되었다.’는 그곳에서 봄바람 순례단은 이틀간 유할 수 있었다. 순례에서 숙소가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故 오종렬 선생님과 유족과 사단법인 관계자들께 감사했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



☆ 광주와 장성에 부는 봄바람 

2022년 3월 29일 화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 / 광주YMCA / 장성 금속노조 대양판지지회      


오전 열 시,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 도착했다.

인근에서 신부님과 수녀님들이 오셔서 함께 의전을 행했다.

2018년 5월 말 한국방송작가협회 광주 기획 답사 때 5.18민주묘역에 온 적이 있다. 그때도 그 의전을 행했기에 당연한 줄 알았다. 그런데 그곳에 수차례 오셨을 신부님이 그런 의전은 처음이라고 하셨다. 

봄바람 순례단이란 이름이 주는 무게였을까, 아니면 시대가 달라져 신부님을 예우할 줄 알게 된 것일까? 진즉에 그랬어야 했다. 이 시대의 어르신이 아니신가.      


'민주화의 길 영원하리라'



사랑이다


4년 전에는 신 묘역만 보고 돌아갔었는데 이번에는 구묘역에 갈 수 있었다. 흔히 망월동묘역이라고 불리는, 시대의 아픔이 묻힌 현장이었다. 

구 묘역 입구에는 ‘전두환 대통령 각하 내외분 민박마을’이라는 표지석이 묻혀 있다. 근처 민박마을에 있던 것을 떼어와, 밟고 지나가느냐 마느냐로 진보와 보수 사이에 논란이 이는 이 표지석을 신부님은 자근자근 밟고 지나가셨다.      


문정현 신부님이 맨 처음 참배하신 곳은 조성만(요셉) 열사의 묘지였다. 영정사진을 보는 순간 놀라고 말았다. 내가 귀정사 공양간에 있는 책 중 유일하게 다 읽은 책이 요셉 조성만 평전 <사랑 때문이다>였기 때문이었다. 책에서 읽은 조성만 열사와 문 신부님의 인연을 바로 그달에 목도할 줄이야 꿈에나 생각했겠나. 문 신부님이 요셉의 비석을 쓰다듬는 순간에 1988년에 산화한 역사와 2022년의 살아있는 역사가 맞닿았다.      


요셉을 쓰다듬는 문 신부님


백남기 농민의 묘역에 참배하고 노동운동 열사들과 동백나무를 지나 신부님이 가장 보고 싶어 하신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님의 묘역으로 향했다. 


문정현 신부님이 서각 하신 ‘호남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현판


작년 가을, 문정현 신부님이 서각 하신 ‘호남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현판을 가지러 배은심 어머니가 평화바람 집에 오셨단다. 그때 두 분이 올봄엔 힘들고 아픈 곳에 함께 다니시자고 했었는데 그 봄이 오기 전에 어머니는 먼저 가셨다. 지금 여기 이 순간이 아니면 아무것도 예정할 수 없다. 신부님의 글씨로 새겨진 비석 뒤에는 어머니의 절절한 마음이 친필로 새겨져 있었다. 


‘그래도 그립다 보고 싶다 내 아들, 이한열.’ 


사람은 간 데 없고 글씨만 남아 있었다.     


'그래도 그립다 보고 싶다 내 아들, 이한열'


'이한열 & 배은심의 묘'


호남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에서 대접해 주신 풍성한 점심식사를 광주전남추모연대 천막 아래에서 했다. 여느 식당보다 솜씨가 뛰어난 음식에 모두 즐거웠다.      


오후 두 시, 광주 YMCA에서 광주 시민사회 이야기 마당이 있었다. 

길 위의 신부님 말씀을 시작으로, 봄바람 순례단의 네 가지 주제에 맞춰 광주 기후행동, 시민의 참여로부터, 한미연합전쟁연습의 문제점과 광주지역 실천계획, 광주의 노동현실 안녕하십니까?, 퀴어가 여기에 있다, 선택이 아닌 생존문제 페미니즘의 발제 및 질문 시간이 있었다. 네 가지 사안을 한자리에서 다룰 수 있었음만으로도 의미가 있었고, 특히 ‘차별을 끊고 평등으로’ 마당에 퀴어와 페미니즘 두 가지를 다룬 것은 괄목할만했다.      


우리는 서둘러 대양판지(주) 장성공장으로 향했다. 

회사 밖 컨테이너가 노동조합사무실인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노동자들을 만났다. 대양판지(주)회사 측은 금속노조가 생기자 어용노조를 만들고, 화장실 가는 시간과 흡연시간 등 분 단위로 임금 삭감하는 등 차별대우하고 중대 사고가 발생해도 사람 먼저 챙기지 않는 비인권적 처사를 했다.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에도 영산강유역환경청에 의해 적발된 영산강 유역에 폐수 무단방류 1건, 미신고 대기배출시설 설치․조업 1건, 미신고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조업 1건 등 총 3건의 몹쓸 짓을 하고 있었다. 직원보다 더 많은 93대의 CCTV가 돌아가는 회사에서 생존권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금속노조 조합원들. 회사는 이들을 상대로 3월 17일부로 야간 근무조 직장폐쇄를 실시했다. 다치고 병들면서 노조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는 민주노조원들에게 승리의 봄바람이 불어오길 기원한다.      


직장폐쇄 철회하고 금속노조 인정하라



☆ 진도와 목포에 부는 봄바람 

2022년 3월 30일 수 진도 팽목항과 기억의 숲 / 목포 신항 세월호      


봄바람 순례단의 아침 식사는 소박하면서도 품위 있다. 커피와 빵과 (전쟁을 끝내)잼과 치즈와 사과. 그리고 비타민 C와 오춘상 원장의 삼대한의원 쌍화탕. 이 정도면 웬만한 호텔 조식 부럽지 않다. 제주와 군산에서 질 좋은 먹을거리를 공수해 주는 덕분이다. 멀리서도 하는 연대의 끈은 건강했다.    

  

이른 아침 7시에 아침 식사를 하면서도 우리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 옛날 대추리 투쟁 당시를 회고하는 오두둑의 천진한 웃음과 그 모습을 창 너머 맞은편에서 바라보시는 문정현 신부님의 자애로운 미소가 퍼지는 아침은 내게는 마지막 날이라 더욱 아련했다.      


우리는 진도 팽목항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다시 올 목포신항을 지났다. 목포대교를 건너며 저 멀리 보일 때부터 가슴에 통증이 오는 그 배는 이제 시뻘겋게 녹슨 모습을 하고 서 있었다. 

팽목항에 가면 빨간 등대와 가건물인 세월호 팽목 기억관에 가는 게 보통 순서이다. 빨간 등대로 가는 방파제에서 사고 현장 어디쯤을 쳐다본다. 마침 우리가 방파제에 있을 때 제주로 가는 여객선이 지나가고 있었다.      


팽목항에 불어오는 봄바람


허름한 세월호 기억관에 들어갈 때마다 슬픔과 우울이 겹쳤다. 언젠가 번듯한 기억관이 세워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해양수산부에서 인근 서망항에 개관한다는 ‘국민해양안전관’은 팽목항을 찾는 사람들의 정서와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현재 운영비를 놓고 기획재정부와 진도군이 갈등을 빚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추모 시민들이 찾아오는 지금의 기억관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진도군은 오는 5월 제주~진도 여객선 취항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유족에게 원상복구를 요구하는 시정명령 공문을 보냈고, 임시시설물 4동 철거 이행강제금 53만 6천 원을 부과했다. 


참사 8주기가 있는 4월에 철거한다는 기억관. 지난 8년간 진실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장을 없앤다고 슬픔이 무마될까. 그런다고 기억마저 철거할 수 있을까?      


팽목항, 길 위의 문정현 신부님 


우리는 동백이 활짝 핀 기억의 숲으로 갔다. 

300그루 은행나무와 기억의 벽 쪽은 벌초가 되어 있지 않았다. 진도군에서 예산 문제로 아래쪽만 했단다. 동네 담쌓기도 아니고 한 동산에서 치사한 차별을 보다니. 돈은 인간을 그렇게 염치도 체면도 없이 만드는지 진도군에 묻고 싶다.      


지나온 목포신항으로 다시 갔다.

지난여름, 나는 세월호를 촬영하고 근처에서 밤을 맞았었다. 세월호가 보이는 철책 가까이에 있고 싶었으나 보안상 이유로 쫓겨났었다. 그런데 해양수산부에 인적사항을 미리 전한 이날은 안전모를 쓰고 세월호 바로 앞까지 갈 수 있었다. 선체 앞에는 뻘과 부서진 기물들과 당시 선적된 차량들이 구겨진 채 쌓여있었다. 가라앉은 지 3년 만에 올려져 5년 동안 뭍에 세워져 있는 세월호는 고개를 90도로 들어야 하늘이 보이는 높은 배였다. 부딪힌 흔적이 있었고 선체 인양 작업이 처음이었다는 중국 상하이 셀비지의 오판으로 선수 쪽이 일부 절단되었다. 세월호 침몰 원인은 규명이 복잡하다 하더라도 승객을 제대로 구하지 않았음은 온 국민이 다 알지 않는가. 그런 비참한 사고 혹은 사건인 참사의 최대 증거물 앞에서 눈물만 비 오듯 하니 설명은 잘 들리지도 않았다.      



세월호와 문정현 신부님

   

사람들이 빠져나간 뒤 세월호를 돌아보았다. 

구름 세 송이가 머리 위에 있는 세월호가 하늘을 나는 고래처럼 보였다. 

날아라~ 날아올라라~ 세월호야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싣고 하늘로 날아오르렴~     


날아라 세월호

   

거기서 봄바람 순례단과 헤어져야 했다. 

나는 이틀 후 제주도에 들어가야 했고, 남은 하루 동안 사흘간의 뜨거운 현장을 기록해야만 했다. 광주 군공항 무안 이전도 반대해야 했고, 올해 1월 1일부터 열흘간 했던 하동~부산 첫 도보 순례의 시작점이었던 하동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 농성장에도 가보고 싶었지만 내가 할 일을 해야 했다. 

그런데 막판에 수행할 일이 하나 맡겨졌다. 고故 이한빛 어머니를 목포역까지 모시는 일이었다. 25년간 방송작가로 활동했으니 방송 판이 어떤지 알만큼 안다. 그러니 그분과의 만남 역시 각별했다. 새벽부터 먼 길 오신 어머니는 이렇게 연대하시면서 힘을 얻는다고 하셨다.      



백발신부와 일곱 길동무

제주로 가기 위해 해남으로 오는 길,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가 떠올랐다. 

하느님 오른팔 문정현 신부님과 멋스런 오두둑, 친절한 딸기, 섬세한 오이, 선명한 세실, 따뜻한 프코, 재밌는 어쭈, 그리고 꼬맹이 일곱째별. 이렇게 백발신부와 일곱 길동무로 함께한 사흘이, 이런 말 참 식상하지만 영광스러웠다. 


광주 전일빌딩 앞, 따뜻한 프코와 하느님 오른팔 문정현 신부님


팽목항, 섬세한 오이


팽목항, 멋스런 오두둑 


팽목항, 재밌는 어쭈


팽목항, 친절한 딸기


팽목항, 선명한 세실


사흘간 가까이서 본 문정현 신부님은 인자한 신세대 할아버지처럼 소탈하고 겸손을 두루마기 삼은 데다 나이와 성별을 뛰어넘는 평등함과 젊은 감각과 위트를 가진 분이셨다. 누구에게나 먼저 다가가 손 내미시는 사랑과 대접을 바라지 않는 낮아짐이 몸에 밴 그분 뒤에서 걸으며 이 걸음이야말로 역사를 만드는 길이란 생각이 들었다. 상처받고 소외되었으나 스스로 일어서는 사람들을 찾아가는 길 위의 신부가 길을 만든다.     

 

봄바람 순례단은 2022년 4월 30일 서울까지 이어진다. 

한반도 평화, 평등, 생태를 위한 40일 순례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에게 다가온 차별과 불평등, 기후위기와 전쟁 위험을 직시하고 다른 세상을 향해 투쟁하는 사람들, 우리의 삶이 지닌 가능성과 힘을 스스로 실천하며 미래를 열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배우며,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모이자. 

모여서 함께 걷자. 백발신부와 일곱 길동무가 아니라 칠백, 칠천, 칠만 길동무가 되어보자.      


우리가 피어야 봄이다. 

우리가 퍼져야 바람이다. 

불어보자, 봄바람.      


5.18 민족민주열사 유영봉안소, 길 위의 신부 


글/사진 : 일곱째별 



* 길목인 <길뜬별 / 남도 순례길 11 - 남원에서 봄바람 따라> 중 뒷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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