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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석 Oct 21. 2017

이직을 결심하다 #7
(나에게 초점을 맞춰라-1)

(퇴사를 꿈꾸는 직장인들의 전략적인 대안, 이대리의 이직 이야기)

3. 성공적인 이직을 위해서는 ‘나 자신’에 초점을 맞춰라 


다른 사람을 아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며, 자신을 아는 사람은 더욱 현명한 사람이다(知人者智, 自知者明) - 노자 


 어느덧, 저녁 시간이 되었다. 비는 잠시 멈추었다. 선배는 토요일 저녁시간은 반드시 가족들과 함께 해야 한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배와 헤어지고 나서도 선배의 말들은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저녁을 먹고, 침대에 누워 그동안 나의 회사 생활들을 돌이켜 보았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일까?'

 최종 합격통보를 받고, 원하는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을 때는 그야말로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 최선을 다해 일했고, 나름 성과도 인정받았다. 회사에서 인간관계도 좋은 편이었다. 문제는 차장과 수석에게 있었다. 그러면서 부서장에 대한 분노가 순간적으로 치밀어 올랐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나에게로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내가 회사에 너무 몰입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늘 회사 중심으로 생각하며 일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선배의 말대로 어쩌면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회사 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 이직을 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 이 회사에 계속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것, 언젠가 이직을 해서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은 그동안의 회사 생활과 다른 태도를 갖게 하기 충분했다. 

 선배가 필요했다. 선배를 만나 이직에 관해 조금 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선배에게 혹시 언제쯤 시간을 내줄 수 있을지 문자를 보냈다. 선배에게서 바로 답신이 왔다. 내일 점심을 먹고, 12시 정오에 둘레길 입구에서 보자고 했다.

 일요일 12시에 둘레길 입구에서 선배와 만났다. 날씨는 더없이 화창했다. 전에 내린 비로 인해 길이 질척거리기도 했지만, 산은 5월의 싱그러움으로 가득했다. 선배는 가벼운 등산복 차림에 배낭을 메고 나왔다.   

 "선배, 시간 내주셔서 고마워요. 주말을 저 때문에 못 쉬셔서 어쩌죠?"

 "아니야. 어제 헤어질 때 네 표정을 보니 바로 연락이 올 것 같았어. 요즘같이 마음에 있는 대화를 나누기가 어려워지는 때에 찾아 준다는 것에 오히려 내가 고맙지."

 "저는 그동안 이런 요구들이 가득한 회사 생활에서 벗어나고만 싶었을 뿐이었어요. 별다른 계획이나 전략도 없이 말이죠.

 그런데 어제 선배와 대화하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어. 그런 생각들을 통해 인생의 변화와 문제를 대처해 나갈 수 있는 전략들이 시작될 거야.”  


1) '나'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산을 올라, 둘레길을 걷기 시작했다. 

 “선배, 가장 궁금한 것이 어떻게 하면 이직을 잘할 수 있을까요?”

 “그 질문에 앞서 더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아. 내가 처음 이직을 생각해 보라고 했을 때, 너의 반응 중 하나가 이직이라는 것이 왠지 막연하게 느껴진다고 대답했던 거 기억나지?”

 “제가 그랬었죠.”

 “왜 이직을 한다는 것이 막연하게 느껴졌는지 생각해 봤어?”

 바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생각을 하고 있는데, 선배가 다시 물었다.

 “네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뭐야?”

 순간, 걸음을 멈췄다.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동안 일을 해왔는데,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는 대답할 수 없었다.

 취직을 할 때도 전공에 맞는 회사에 지원서를 제출했다. 회사에 다니면서 맡은 업무는 충실하게 해왔지만, 무슨 일을 하고 싶고 어떻게 경력을 만들어 갈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해 보지 않았다.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자, 선배는 다른 질문을 던졌다. 

 “너 자신을 표현하는 단어를 10개만 말해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여러 가지 생각을 떠올렸지만, 도통 머릿속에서 그려지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서너 단어는 떠오르지만, 10개까지는 생각이 나지 않아요.”

 “지금 어떻게 하면 이직을 잘할 수 있느냐고 물었지?”

 선배는 내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을 했다.

 “가장 먼저 ‘나’를 아는 것이 중요해. 무엇보다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해.”

 “이직은 비슷한 업종의 회사로 옮기는 것이 아니었나요?”

 선배는 어깨를 팔로 치며 장난스럽게 말을 했다.

 “젊은 친구가 왜 이리 답답한 생각을 하지? 지금과 같이 다양한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 시기에? 

 그리고 지금의 업무 역량을 기반으로 해서 전혀 다른 업종의 회사로 이직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

 “이직하면 그냥 회사를 옮긴다고만 생각했지, 구체적으로 고민해 보지는 않아서 그런가 봐요.”

 “어제 말했잖아. 이직은 인생을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 되어야 한다고. 이직의 목적은 각 사람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에 따라 달라지지.

 전문성을 강화하기 이직을 하기도 하고, 혹은 연봉을 높이기 위해 이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겠지. 하지만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서 공익재단으로 이직하신 분들도 봤고, 가족과의 시간을 위해 연봉을 낮춰서 이직하신 분들도 있어.

 만약, 연봉을 낮추더라도 삶의 여유를 찾아 이직을 하여 나 자신과 가족들이 행복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선택이 어디 있겠어?”

 “그렇다면 이직의 목적을 정할 때, 가장 고민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이직의 목적을 선택하는 기준을 분명히 해야지.”

 “선배는 그 기준을 뭐라고 생각하시는데요?”

 “행복. 바로 나의 행복. 어떤 길을 선택했을 때, 가장 행복할지 생각해 봐. 

 이직의 목적은 각자의 삶의 과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연봉이 될 수도 있고, 전문성을 높여서 자아실현이 목표일 수도 있지. 어떤 사람에게는 삶의 여유가 될 수도 있어. 아니면 보다 형이상학적인 가치가 될 수도 있겠지. 

 그럴 때마다 가장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해. 그렇게 마음 가는 대로 용기를 내어 도전해 보라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걸으면서 잠시 대화를 멈췄다. 길을 다 오르고, 잠시 서서 물을 마셨다.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선배가 말을 했다.

 "고등학교 때 연극에 빠진 친구가 있었어. 배우를 하겠다고 대학을 연극영화과에 진학했고. 그 후, 영화나 TV 드라마에서 간혹 단역으로 보이기는 하더라." 

 "연예인 친구도 있으세요?"

 나는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하지만 선배는 진지했다. 

 "문제는 20년이 넘게 흘렀어도, 이 친구는 단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그런 분들 많이 계시지 않나요? 무명생활을 거치다, 뒤늦게 빛을 보는 경우도 많잖아요?"

 "나도 그러기를 간절히 바라지. 그런데 그렇게 긴 시간을 보냈는데, 아직도 연기가 어색해. 표정이나 눈빛이 연기에는 문외한인 내가 봐도 부자연스러워. 가끔 친구들을 만나면, 모두의 공통된 생각이더라. 어떤 계기가 없는 한, 그 자리를 벗어나기 힘들 것 같아."

 "안타까운 일이네요."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은 분명히 다른 것 같아. 나의 역량과 재능도 스스로 객관적으로 평가할 줄 알아야 한다고.

 꿈을 향해 나가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일 중 하나겠지. 하지만 자기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것이 전제되어야 해.

 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을 꿈을 좇는 거라고 말은 하지만 자신이 그려낸 신기루일 수도 있는 거지."  

 "지금 말씀은 이직뿐만이 아니라, 직업을 선택할 때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문제겠어요."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일치하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어? 

 하지만 많은 경우,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은 다른 것 같아. 일을 할 때는 잘하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해. 일에 자신이 있을 때, 성취감도 느낄 수 있고 창의력도 더해지는 것이니까. 

 대신에 하고 싶은 일은 취미로 병행하는 편이 현명한 일 같아. 그러다 잘 하게 되면 더할 나위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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