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꿈꾸는 직장인들의 전략적인 대안, 이대리의 이직 이야기)
한동안 대화를 하지 않고, 바람을 맞으며 앉아있었다. 앉아서 하늘을 보고, 강을 보고, 주위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감정이 들기 시작했다.
선배는 무심한 듯, 먼 곳을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만약 다시 사회 초년생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회사에 투자하듯이 일해 보고 싶어.”
“회사에 투자하듯이 일을 한다고요? 주식을 말씀하시는 것 같지는 않은데요.”
“회사원으로 돈을 많이 번 분들을 보니까 두 가지 방법이 있더라. 하나는 기업에서 임원으로 승진하는 것이고.”
“다른 방법은 어떤 거죠?”
“바로 회사에 초기 멤버로 합류해서 회사를 함께 키우는 거야. 창업자는 아니더라도, 초기부터 함께 참여한 것에 대해 주식을 지분으로 받고. 그렇게 회사가 상장되면서 주식으로 커다란 수익을 얻는 거지.”
“요즘 말하는 스타트업이 되겠네요.”
“그래, 시대가 변했다. 내가 사회초년생이었을 때는 스타트업을 벤처 기업이라고 했으니까.”
“선배, 그런데 투자하듯이 일한다는 의미를 잘 모르겠어요.”
“투자란 것이 성공하면 크게 이익을 얻지만, 예금이나 적금과 달리 손실도 볼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실패할 수도 있는 거잖아.”
“그렇죠.”
“대기업도, 공기업도, 중견기업도 좋아. 취업에 성공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지. 그런데 이런 기업들은 이미 사업 모델이 분명해.
이렇게 취직하는 것은 예금이나 적금을 드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안전한 만큼, 수익률도 낮을 수밖에 없지.”
“저도 그 말씀에 공감이 돼요.”
선배는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반면, 스타트업은 시장을 내다보고 미리 가서 준비하는 회사야. 시장의 변화와 고객의 필요에 반응하면서, 시장이 흘러갈 방향을 예측해서 사업 모델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매력이지.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 다는 것보다 흥미 있는 일이 있을까 싶어.”
“그런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것 자체가 투자가 되는 셈이군요.”
“그만큼 회사가 안정적이지는 않겠지만,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은 인생에서 매우 의미 있는 투자가 된다고 확신해.
거기다 기존의 기업들도 그런 경험을 한 인재들을 원하고 있어. 몇 명 되지 않는 규모의 회사에서 시작해서 투자를 받아 성장하는 과정을 경험한 직원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고, 그만큼 필요 수요도 높아지고 있지.”
“채용 시장도 시대에 부합하여 변화하고 있는 거군요.”
“그렇지.”
“하지만 최근에 스타트업이 많아지고는 있는데, 보상 없이 일만 죽어라 하는 곳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것이 비단 스타트업만의 이야기일까? 일반 기업에서도 그런 경우는 자주 있어.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리고 선배, 투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하라고 하셨잖아요. 만약, 신생 회사에서 일하다가 회사가 잘못되어 버리면, 직장이 없어질 수도 있는 걸요.”
“그래서 투자라고 하는 거지. 물론 회사에 대한 정보도 중요하고, 창업자가 어떤 사람인지도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겠지만,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그래도 돈으로 하는 투자는 실패하면 돈이 날아가 버리지만, 일로 하는 투자는 실패해도 경험이 남아. 이 경험이야말로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귀중한 가치라고 생각해. 그 경험을 높게 평가하는 회사는 분명히 있을 거야.”
“말씀을 들어 보니, 저도 마음이 가네요. 솔직히 하고 싶은 일은 잘 그려지지 않았지만, 스타트업에서 그동안 쌓은 경험을 살려 보고 싶다는 생각은 자주 했거든요.”
“지금 엄청나게 성장해 있는 게임 산업을 보라고.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게임 회사의 대부분은 말 그대로 스타트업들이었어. 지금 메신저 앱으로 시작해서, 인터넷 전문은행으로까지 진출한 카카오는 불과 2010년에 서비스를 시작했어.”
“회사 규모와는 상관없이 내 역량을 발휘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는데요.”
“지금이야 말로 정말 좋은 기회를 많이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 요즘 좋은 스타트업들이 많이 생기고 있잖아.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구해 봐.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