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rimination Ep.2

Are you a racist?

by 러블리비아

9학년 (한국기준: 중학교 3학년) 때는 아예 대놓고 친한 친구라는 녀석이 나한테 "진짜 궁금해서 그런데, 너 혹시 볼 때, 넓은 범위까지 다 볼 수 있어?"라고 물어본 적도 있다. 그 당시 나는 한국인이 학급에 한 명도 없는 러시아 학교에 전학을 갔었던 터라 학교 학생들은 9학년 유일한 동양인인 나를 보며 귀여워하기도 하고, 외국인인지라 신기해하기도 했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우즈벡 방송에도 더빙이 되어 방영되는 때였기도 했고, 한국인들은 어딜 가나 주목을 받았다. 동양인을 만나본 적 없는 정말 순수한 궁금증으로 한 질문인 것 같았지만, 그래도 질문이 싫은 내색을 내기도 했고, 정말 당황스러웠던 감정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래서 나도 나의 찝찝한 감정을 떨치기 위해 바로 리액션을 해버렸다. "응, 다 보이지 그럼. 근데 그러는 너네는 눈이 너무 커서 그럼 불편해?" 그날 이후, 다행히도? 그 친구는 절대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나에게 하지 않았다.



또 다른 사건은 중학교 3학년 때, 인종차별까지는 조금 과하다고 생각이 되지만 그 당시에는 굉장히 수치스러웠지만 또 자랑스럽게 끝낸 에피소드(episolde)이다.


그 당시 느꼈던 기분은 정확히 차별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남자 동급생(classmate not a friend)과 있었던 일이다. 나는 9학년 때 러시아 학교로 전학을 가서 조금씩 친구들을 사귀고 학교 수업 분위기에 적응해 가는 중이었다. 영어 과목을 뺀 전 과목을 러시아어로 수업했기 때문에, 발표를 하고 나의 의견을 나누는 것에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지리(geography) 시간이었다. 전학을 온 지 1개월이 되던 달에 지리 수업에서 나의 의견을 조금씩 말하고 수업 때 손들고 발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손을 번쩍 들고는 서툰 러시아어로 의견 전달을 선생님과 같은 반 학생들 앞에서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그때, 내 뒤에 대각선 방향에 앉아있던 A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진 남자 학생이 자기 짝꿍에게 나를 보며 키득키득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엄청나게 용기가 필요했던 행동이었지만, 그 애에게는 서툰 외국어로 발표하는 나의 모습이 웃겨 보였 나보다. 하지만 그 애의 감정과 다르게 나는 그 행동이 전혀 웃기지 않고 무례하게 느껴졌다. 지리(geography) 과목 선생님은 A군에게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주었지만 그 학생은 계속해서 나를 향해 키득거렸다. 하지만, 나는 그 당시 전학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러시아어로 A군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이 되지 않았다. 괜히 어눌하게 러시아어로 뭐라고 반박을 했다가는 그 자리에서 내가 더 우스운 사람이 될 것 같아 일단은 참기로 했다.


내가 어떠한 것에 실수를 하거나 못한다고 무시를 당하는 느낌을 받는 것은 정말인지 최악의 감정이었다. 특히 외국에서 살면서 그 나라 언어를 못한다고 무시를 당한다는 것은 정말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우울해하는 나를 옆에 있는 착한 반 친구들과 부모님이 위로해 주고 격려해 주었다. 하지만 이미 국제학교를 다녔을 때, 영어의 장벽을 극복해 본 경험이 있는 나는 '러시아어' 마스터를 목표에 두고 누구보다 열심히 언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최소한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언어의 실력 정도는 갖추고 싶다는 오기가 생겼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명언이 있듯이 정말인지 내가 3개월 동안 한 노력이 빛을 발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실 나는 이 기간 동안 학교에서 A군과 같은 반 학생이 있을까 봐 한 동안 수업 중 발표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에 한국 친구가 없어 몇 시간 동안 계속 러시아어만 강제 리스닝 (listening) 했던 상황이어서 그랬던가? 이제는 친구들과 러시아어로 소통을 어느 정도 할 수 있고, 선생님의 말이나 교과서를 읽을 때, 내용들에 대해 나의 의견을 러시아어로 정리를 할 수 있기 시작했다. 언어에 대한 자신감이 계속 생겼고, 몇몇 선생님들은 나의 노력을 알아주는 말을 해주셨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학기가 거의 끝나가는 지리 (geography) 과목 수업 시간이었다. A군이 여전히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나는 손을 들어 다시 발표를 했다. 완벽하지 않은 러시아 실력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3-4개월 전 나의 러시아어 발표 실력과 비교했을 때보다 나는 정말 많이 성장해 있었다. 하지만, 그날도 A군은 여전히 키득거렸다. 이제는 4개월 전 내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 무례한 태도에 대해서 한 마디 해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그 자리에서 발표를 차분히 끝낸 후, 그 A군을 향해 째려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야, 웃지 마. 너는 내가 러시아어 하는 것처럼 한국어 조금이라도 할 수 있어? 하지도 못하면서 비웃지 마."


선생님은 나의 마음을 아셨는지, 옆에서 나의 발언에 동조해 주셨고, 나와 친해진 반 친구들과 다른 학급생들도 그 학생의 행동에 대해 무례하다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굉장히 통쾌했다. 이 경험을 이후로 A군은 더 이상 내가 발표할 때 비웃지 않았다. 무례하게 굴지도 않았다. 그리고 계속해서 수업 때마다 발표를 하고, 다른 친구들은 30분이면 읽을 교과서 내용을 2-3시간 사전을 찾아가며 꾸역꾸역 읽던, 9학년 전체에서 유일했던 동양인 학생이었던 나는 노력하는 '우등생'으로 반 친구들에게 인식이 되었다.


나는 나만이 가진 또 다른 경험을 했고, 또 장애물과 어려움을 극복해 내었다. 그렇게 다사다난했던 9학년 생활을 마친 나는 이제 고등학생이 되었고, 10학년을 다른 러시아학교에서 계속 다니게 되며 행복한 고등학교 생활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겨우 러시아학교에 적응하게 된 나는 다시 한국으로 잠시 돌아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