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한 푼 없는 내가 어떻게 마케팅을 했을까?

2004년 그시절. 그리고 현재

by 세화

돈 한 푼 없는 내가 어떻게 마케팅을 했을까?


새 사무실로 이사한 게 작년 9월이다. 이사 후 상황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워낙 이전부터 일을 많이 해오던 터라 기존 고객들의 리뉴얼부터 추가 개발까지, 2026년 1월의 시작이 매끄럽다.


우리 회사는 주로 네이버 키워드 광고를 통해 들어오는 견적 문의로 매출을 유지한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녹록지 않다. '홈페이지 제작'이라는 키워드는 클릭 한 번에 6, 7만 원을 호가하는 세상이 되었다. 하루 100만 원을 충전해도 한나절을 버티기 힘들다. 광고 효율이 바닥을 친다.


네이버 키워드 광고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얼마 전, 20년간 우리 회사에 문의했던 고객 DB를 엑셀로 내려받아 이메일 주소만 추려낸다. 광고성 메일은 조심스럽지만, 우리와 인연이 있던 업체들에 새로운 상품을 소개하는 것은 고객 관리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메일을 보내는 손끝에서 묘한 기시감이 든다. 2004년, 보증금도 없던 월세방에서 마우스를 움켜쥐던 나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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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한 푼없는 내가 어떻게 마케팅을 했을까?


돈 한 푼 없는 내가 어떻게 사업을 시작했을까? 많은 분이 내게 묻곤 한다.

인맥도, 자본도 없던 시절에 대체 어떻게 수주를 따냈느냐고 말이다.

첫 번째 창업 당시, 내게는 든든한 영업 사원도, 넉넉한 광고비도 없었다.


사실 첫 시작엔 자본금 500만 원으로 마케팅 직원을 채용해 벼룩시장에 광고를 낸 업체들에 무작위로 전화를 돌리는 '콜드콜' 영업을 했었다.


하지만 두 번째 창업을 할 무렵엔 세상이 변해있었다. 텔레마케팅이 워낙 극성이라 전화 영업은 씨도 안 먹혔고, 무엇보다 내겐 그런 인력을 채용할 자본 자체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지금부터 내가 했던 마케팅 이야기를 하면 다들 웃을지도 모르겠다. "어이가 없다"거나 "너무 당연한 거 아냐?"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광고'가 아니라, 배가고픈 나의 생존 기록이다.


20대, 거침없는 젊음이 나의 유일한 밑천


인터넷이 설치되자마자 나는 거침없이 작업에 착수했다.

사업, 마케팅, 홈페이지, 웹에이전시 이런 단어의 의미조차 생소하고, 어려운 나에게는 다행히도, 거침없는 성격과 거침없을수 있는 젊음이 있었다.

(젊음이 재산이란말이 무슨뜻인지 살아봐야 아는가.. 젊은이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갖고 있는 재산을 투자하고 불리라고..)


처음 시작한건 게시판마케팅이었다.

지금으로부터 20년전.. ㅎㅎㅎ 이런말이 너무 재미있네. (그 시절에 이미 성인이었다는 사실에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당시에는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저작권법에 대한 인식이 지금처럼 엄격하지 않았다. 나는 단돈 5만 원을 주고 게시판 자동 등록 프로그램을 샀다. 아침마다 게시판 주소를 추출하고, 내가 쓴 홍보 글들을 쉴 새 없이 발송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무식했지만, 효과가 상당히 좋았던 마케팅방법이었다.


'한건만 걸려라' 매일 아침마다 나의 기도같은 중얼거림이 있었다.


자꾸 옛날 생각을 끄집어 내다보니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 나오기도하고, 그당시 생존을 위해 뛰었던 나의 감정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야기를 쓰다보니 궁금해졌다. 그래서 네이버 검색을 했더니 이런 자료가 검색되어 남아져있다. 예전의 내가 생각나기도하고.. (가장 최근 자료는 2010년이 최근자료로 남아있다.) 풋! 웃음이 난다.


그리고 두번 마케팅방법은 바로 이메일 마케팅이었다.


요즘은 이메일 제목 앞에 반드시 '(광고)'를 붙여야 하고 무단 수집도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그때는 그런 규정이 희미했다. 어쩌면 불법인 줄도 모르고 마구잡이로 메일 주소를 수집해 발송했던 것 같다. 간절함이 앞서 법보다 실행이 먼저였던 시절이었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팩스 마케팅

업들의 팩스 번호를 수집해 전단지 한 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대량으로 팩스를 발송했다. 의외로 효과가 좋았던 마케팅중 한방법인데 이제는 팩스를 보는 일들이 거의 없다보니 마케팅으로서는 지금은 의미가 없어진 도구가 된것같다.



시대가 선물한 기회, 그리고 나의 업력

요즘은 사업하기 참 쉽지 않은 세상이다. 노동법은 엄격해지고 사회적 규제는 촘촘해졌다. 내가 20년 전에 했던 방식들은 지금 하면 효과도 없을뿐더러, 바로 법적 제재를 받을 일들이다. 돌아보면 내가 살아온 그 시대가, 어쩌면 나 같은 '무수저'가 살아남기에 최적화된 시대였던 것 같기도 하다.


"옛날 사람 같다"는 말을 내뱉고 나니 정말 세월이 느껴진다. 스물한두 살에 창업해 지금까지 버텨온 사람은 많지 않으니, '업력' 하나만큼은 이업계 최고봉이다.


지금의 세련된 마케팅 기법은 아니었지만, 그때의 그 '헝그리 정신'만큼은 지금도 내 안에 살아 숨 쉬고 있다. 나는 거침없이 불티나는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 이글을 쓰며, 과거의 나를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가장 힘들 때 내게 힘이 되어주었던 건,

내가 가장 필요했던건

그 어떤 마케팅 툴도, 자본도 아닌 바로 '나' 였던것 같다.


갑자기 또 울컥 한다.

(혼자 또 왜이래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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