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kg 우울했던 20대, 전화 한 통으로 인생전환

기도 다음 날 걸려온 운명적인 전화 한 통

by 세화

사실 온갖 스트레스로 버티다 보니, 내 체중은 103kg까지 불어 있었다.

사람을 만나러 다니는 것도 어려웠다.
대신 전화로 고객을 설득하고, 문서로 고객을 납득시켰다.

아름다워야 할 20대가 우울하고, 무겁고, 힘들게 지나가고 있었다.


내가 살던 자취방 옆에는 큰 교회가 있었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세례를 받았다.
그때의 나는, ‘뜨거웠다’는 표현이 딱 맞는 크리스천이었다.


집을 얻고, 새벽예배를 향했다.
뚱뚱해진 내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이는 게 창피했다.
어쩌다 내가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나도 잘 모르겠었다.

두 손을 모아 기도하려는데
울음이 먼저 터져 나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한참을 울고 나서야, 겨우 내가 바라는 기도를 했다.

하나님,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시죠.
저 정말 열심히 살았고,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저는요… 내내 영업만 다니느라 너무 힘들었어요. 지금은 디자인도 할 수 있고, 이것저것 다 할 수 있으니
제발 집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영업, 그만하고 싶어요.

그리고 저 차가 갖고 싶어요.
운전하고 싶어요. (면허도 없었는데.)

저 살도 빼고 싶어요. 이런 제 모습이 너무 싫어요.

저 아파트에 살고 싶어요. 전세로요.

정말 철없고, 물욕 가득한 기도였다.


그런데 그 기도는… 정말 너무 간절했다.

그런데 이 기도를, 바로 다음 날부터 하나님이 하나씩 응답해주셨다.
그리고 그 응답은 모두 “Yes”였다.


그 첫 번째 ‘Yes’는 전화 한 통이었다.
기도한 다음 날이었다.

그 무렵 한국은 IMF의 충격을 간신히 수습하고 있었다. 2002년 월드컵도 치러냈고, 정부는 기업들의 수출을 돕기 위해 ‘수출기업화 사업’을 밀어붙이던 시기였다.
(지금도 형태를 바꿔 계속 이어지고, 중소 무역기업에 꽤 큰 도움이 되는 사업이다.)

그때 나는 직원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회사’는 있었지만, 인원은 나 하나였다.
그래서 나는 그 사업의 수행업체 같은 건 애초에 생각도 못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내 이메일 마케팅을 보고 EC플라자에서 전화가 왔다.

“지금 수행 중인 중소기업 홈페이지를 진행해야 하는데요. 담당자들이 너무 바빠서, 진행이 계속 늦어지고 있어요. 혹시 인원이 몇 분이세요?”

그 질문에 순간 숨이 멎었다.
나는 혼자였다.
다만 프리랜서 몇 명과 함께 일하고 있었다. 나는 솔직하게 말했고, 대신 이렇게 덧붙였다.

“프리랜서를 몇 명 더 모집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제가 흐름을 잡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어요.”

담당자는 만나자고 했다.

그리고 나는 미팅 한 번으로… 겁도 없이 40개의 홈페이지를 수주해왔다.

40개 홈페이지를 스물일곱 여자에게 덜컥 넘겨주는 담당자는 혹시나 내가 잘못하거나 진척이 안될까 노심초사하면서 지속적으로 나를 모니터링 하고 있었을거다.

지금 생각하면, 만약 내가 제대로 못 했어도 담당자는 다른 대안이 없었던듯하다. 그러니 별볼일 없는 상황의 나에게 일을 떡하나 넘겨주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때의 나는 ‘될 것 같다’는 감각 하나로 덤볐다.

계약은 50% 선금, 50% 잔금.
당시 홈페이지 제작비는 건당 ₩700,000~₩1,000,000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계약금으로 들어온 돈이 약 ₩14,000,000이었다.

나는 그 돈으로 제일 먼저 보증금 ₩3,000,000을 집주인에게 드렸다.
그리고 다이어트 한약 3개월치를 샀다.
쌍꺼풀 수술도 했다.
(지금 읽으면 웃기겠지만, 그땐 그것도 ‘살아보려는 의지’였다.젠장! 이렇게 성형의혹을 밝히게 되는군!)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이거였다.
이 프로젝트만으로도 최소 6개월은 영업을 안 하고 살 수 있다는 것.


나는 생각보다 일을 잘했다

나는 아침엔 프리랜서 디자이너들에게 일을 배분했다.
오전 내내 검수하고 수정 방향을 잡았다.

점심 이후엔 자료를 정리했다.
바쁜 중소기업 담당자들에게 전달할 문서들을 만들고, 질문을 정리하고, 다음 액션을 정리했다.

저녁이 되면 담당자들이 그제야 숨이 트였다.
밤 10시가 넘도록 통화하며 컴펌을 받았다. 가끔은 스트레스 받아 힘들어하는 담당자들과 이야기도 나누며 위로도 해주고 그렇게 프로젝트를 하나씩 끝냈다.


그렇게 하루가 끝났다.

내부에서 처리하지 못해 곤란했던 건들을 내가 예상보다 빠르게 처리하자, 담당자는 일을 더 넘겨주었다.
30개쯤 더였던 것 같다.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난다.)


그래서 나는… 부자가 됐다.
내 기준으로. 푸하하.


3개월은 ‘돈을 받고 배운’ 시간이었다

나는 3개월 동안 거의 먹지 않고 일했다.
그 3개월은 내가 기획자이자 PM으로, 수업료 없이—아니, 오히려 돈을 받으며—배운 시간이 되었다.

나만의 작업 방식이 생겼고, 일의 전체 흐름을 알게 됐다.

다이어트 한약 덕분인지 식욕도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리고 3개월 만에 30kg이 빠졌다.
그때는 젊어서인지… 정말 쉽게 빠졌다.

나는 돈이 생겼고, 체중이 빠졌고, 영업을 하지 않아도 됐다.


사실 ‘영업을 그만하고 싶다’는 내 기도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내가 너무 뚱뚱해서, 사람들 앞에서 숨소리를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단 하나만 올라가도 숨이 차오르던 내 몸. 미팅 장소에 도착해서도 숨을 고르느라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 기분.

그게 정말 싫었다.


그런데 기도 다음 날, 전화 한 통으로 나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던 거다

나머지 기도는 사실 단순했다.
돈만 있으면—시간만 있으면—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결국, 6개월 만에 나는 내가 바라던 것들을 하나씩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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