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극복할 때 의미가 생긴다
후회 없는 삶이 과연 가능할까?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나름 더 나은 선택을 하면서 살아왔다. 그렇다면 지금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있을까? 대체로 만족한다고 답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만족하려고 애쓰는 마음이지 후회가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평범한 우리네 인생에서는 그 순간 최선의 선택을 했다 하더라도 '그때 그랬더라면' 또는 '그랬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에서 결코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나는 참 후회를 많이 하는 사람이다.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일들마다 '그때 그랬더라면', '그랬어야 했는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왔다. 바로 지금도 모세기관지염에 걸려 고열로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며 ‘진작에 병원에 데려갔어야 했는데’라고 때 늦은 후회와 자책을 했으니 말이다. 후회는 우리 삶에 있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어느 정도 예방은 할 수 있으나 아예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현자의 말은 참으로 지혜롭다.
“살면서 실수를 범하거나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자신을 너무 탓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고 지난 일에 대한 후회에 빠져 지내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후회를 부르는 일이다. 후회는 극복할 때 의미가 생긴다.”
-칼 필레머,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286쪽-
후회는 할 수 있으나 거기에 빠져 지내지는 말라는 것. 특히 후회는 극복할 때 의미가 생긴다는 말이 내 가슴에 콕 깊이 박힌다. 나 역시 얼마나 오랫동안 지난 선택을 후회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했던가. 그 시간에 얼마든지 후회를 만회할 만한 일들을 할 수도 있었고, 그저 내 한계가 거기까지임을 받아들이고 잊은 채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것을 찾아 그것을 위해 노력했다면, 후회는 어느새 저 멀리 물러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얼마 전 여행에서 본 푸른 바다에 파도가 들고나가는 장면이 떠오른다. 파도를, 세차게 몰아치던 그 거센 파도를 나는 하염없이 바라봤었다. 후회도 마찬가지 아닐까. 수시로 밀려들어오나 또 수시로 나갈 수 있는 것이리라. 내가 깊이 요동치는 이 파도에 휩쓸려 바닷속으로 잠식되지 않는다면, 밀려 들어오는 파도를 마주하고 그대로 다시 내보낼 수 있으리라. 파도에 몸을 맡기고 파도를 타며 그 즐거움을 누릴 수 있듯이,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더라도 그것을 더 나은 선택을 위한 믿을 만한 발판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후회를 극복할 수 있다. 밀려오는 파도는 결국 다시 나간다는 것을 상기하며, 후회에 잠식되어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저버리지는 말아야 한다. 그러니 “후회는 극복할 때 의미가 생긴다.”는 현자의 말은 참으로 일리가 있다.
나 역시 앞으로 어느 순간 문득 드는 후회를 밀려드는 파도와 같이 보려 한다. 그것을 바로 보고 받아들이고 살짝 발을 담가보며, 그것이 다시 나를 통과해 나가는 것을 지켜보려 한다. 이내 그 파도가 다시 내게 밀려들어 올 것 또한 알고 있다. 그것이 내 삶의 연속성이라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