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수 단장 역의 남궁민에게 SBS 연기대상을 안겨준 작품으로 프로야구를 둘러싼 이야기를 실감 나고 재미있게 그려내 상당한 시청률을 기록했었죠. 시즌 2가 기다려집니다.
많은 에피소드 중 백승수 단장의 팀인 재송 드림즈의 간판타자 임동규와 HG 바이킹스의 1 선발 에이스 강두기 간의 트레이드 편에서 두 선수의 기록이 나옵니다.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바꿔 입은 임동규와 강두기
임동규 40 홈런 114타점 27 볼넷 29 삼진 타율 0.338, 출루율 0.368, 장타율 0.599 WAR 6.22
강두기194.2이닝 18승 6패 ERA 2.28 189 삼진 WHIP 1.00 WAR 7.53
다른 기록들은 앞에서 다뤘던 기록들인데 WHIP와 WAR이라는 생소한 기록 두 가지가 보이네요.
WHIP는 투수의 기록으로서 한 이닝당 몇 명의 주자를 내보내는가 하는 지표로 낮을수록 좋겠죠.
작년 시즌 KBO 리그 평균은 1.46이었고 규정 이닝을 넘긴 투수 중 가장 WHIP가 낮았던 선수는 KT의 고영표 선수로 1.04였습니다.
21세기 들어 KBO 리그에서 1.00의 WHIP를 기록한 선수는 12년도의 윤석민 선수와 19년도의 린드블럼 선수뿐입니다.
선동렬, 이상훈, 정민철 등 80~90년대의 특급 투수들은 종종 1 미만의 WHIP를 기록했지만 타자들의 기량이 급속도로 발전한 2000년대 이후로 1 미만의 WHIP는 단 한 번도 기록되지 못했습니다.
드라마 상 2019 시즌에 저 기록을 작성한 강두기는 그야말로 특급 투수였다고 할 수 있겠네요.
WHIP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고 이제 생소한 두 번째 기록인 WAR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WAR _ 팀에 몇 승을 더 안겨줄 수 있는가
WAR은 Wins Above Replacement의 약자로우리말로는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입니다.
말 그대로 대체선수에 비해 몇 승을 더 기여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여기서 대체선수란 팀 내에 있는 그 포지션의 비주전 선수를 뜻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적인 수준의 가상 선수를 뜻합니다.
팀의 승수를 늘리거나 줄이지 않는 수준의 가상 선수의 승리 기여도를 0이라고 할 때 해당 선수가 그 가상의 선수에 비해 팀에 몇 승을 더 안겨줄 수 있는가를 나타낸 수치입니다.
작년 시즌 LG의 유격수 오지환 선수의 WAR은 3.68이었는데 LG의 비주전 유격수에 비해서가 아니라 승리 기여도가 0인 가상의 선수에 비해 팀에 3.68승을 더해줬다는 의미입니다.
WAR 3.68을 기록한 LG의 오지환
타율이나 출루율 또는 ERA나 앞서 살펴봤던 WHIP처럼 직관적인 숫자로 나타내는 기록들이 어떤 한 부분에 대한 선수의 능력치를 보여준다면 WAR은 공격과 수비를 종합하여 얼마나 승리에 공헌하는지를 수치화하여 종합적인 선수의 능력치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수의 종합적인 능력치, 곧 선수의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포지션의 선수들이라도 직관적으로 평가가 가능합니다.
투수와 타자를 각 선수의 기록만으로 누가 더 우수한 선수인가 비교를 하려면 정확한 판단 기준이 없기 때문에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지만 WAR은 팀에 몇 승을 더 안겨주었는지 정량적으로 나타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겠죠.
위에서 예로 들었던 <스토브리그>에서의 강두기와 임동규는 투수와 타자로 각 선수의 성적만으로는 직접 비교가 힘들지만 WAR을 통해 어느 선수가 팀에 더 많은 승리를 추가했는지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한 것입니다. (강두기 7.53 > 임동규 6.22)
WAR은 어떻게 측정하는가
그렇다면 WAR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요?
아쉽게도 WAR은 정해진 표준이 없는 스탯입니다. 타격, 주루, 수비, 피칭을 각각 평가하는 방법이나 비교 대상이 되는 대체 수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결과치가 나올 수 있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는 많은 팀들이 고유의 WAR을 운용하고 있을 만큼 다양한 곳에서 WAR을 측정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널리 통용되고 있는 것은 fWAR과 bWAR입니다.
fWAR은 팬그래프 닷컴에서 만든 지표이고 bWAR은 베이스볼 레퍼런스에서 만든 지표인데 MLB 관련 기사를 접하시다 보면 자주 보게 되는 이름일 겁니다.
두 곳 모두 타격, 주루, 수비, 피칭을 종합적으로 측정한 값으로 WAR을 계산하지만 각 항목을 측정하는 방식이나 그렇게 측정된 데이터를 적용하는 방법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fWAR과 bWAR의 차이 (출처: 나무위키)
위 표는 fWAR과 bWAR이 각각의 WAR을 구하는 기준을 비교한 표의 일부분입니다.
여기까지만 봐도 상당히 복잡하고 도대체 어떤 기준인지 알 수가 없죠.
야구 스탯을 다루는 직업을 가진 분이 아니라면 알 수도 없고 굳이 알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어느 기관에서 계산을 하든 어느 한 부분의 능력치가 아니라 선수의 거의 모든 부분(인성이나 리더십 같은 정성적 부분은 제외하고)을 감안하여 구하는 스탯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듯합니다.
국내에는 스탯티즈와 KBReport에서 WAR을 제공하고 있는데 아직 MLB에 비해서 자세하고 누적된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들만큼 깊이 있는 수치를 구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KBO 리그도 점점 역사가 깊어지고 스탯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조만간 MLB처럼 자세하고 깊이 있는 수치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WAR이 얼마나 되면 좋은 선수일까?
그럼 WAR 몇 정도면 좋은 선수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WAR은 정형화된 표준이 없고 그렇기 때문에 발표하는 기관에 따라 수치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이 정도면 좋은 선수다.'라는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통용되는 기준은 있습니다.
보통 WAR 2~3 정도면 어느 팀에서나 주전 경쟁이 가능한 선수라고 보고 있는데 이는 MLB 기준이긴 하지만 KBO 리그에 적용해도 크게 무리는 없을 듯합니다.
MLB의 계산법을 살펴보면,
1) 시즌당 162 경기를 치르는 MLB에서 대체선수들로만 구성된 팀의 기대 승수는 48승입니다.
2) 그 팀이 5할 승률인 81승을 거두기 위해서는 추가로 33승이 필요합니다.
3) 한 팀의 주전 선수는 야수 9명 + 선발투구 4~5명 + 구원투수 2~3명으로 15~17명이 됩니다.
4) 2)번의 33승을 주전 선수의 중간값인 16으로 나누면 2가 조금 넘게 나옵니다.
위의 계산법을 따르면 주전 선수 1명당 WAR 2가 넘으면 5할 승률이 가능하기 때문에 WAR이 2~3 사이면 어느 팀에서든 주전 경쟁이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fWAR과 bWAR 선수 레벨 (출처:나무위키)
위의 표는 fWAR과 bWAR에서 WAR 수치에 따라 선수 레벨을 구분한 것입니다.
양쪽 모두 5 이상이면 스타급 선수로 평가하고 있고 조금 더 세분화된 fWAR에 의하면 6을 넘어서면 MVP 경쟁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참고로 지난 시즈 KBO WAR TOP 10 중 1위는 7.09를 기록한 두산의 아리엘 미란다 선수였고 10위는 5.20을 기록한 한화의 정은원 선수였습니다.
5 이상이면 스타급 선수이고 6 이상이면 MVP 경쟁이 가능하다는 기준에 걸맞은 기록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MLB의 역대 단일 시즌 WAR 1위는 1923년의 베이브 루스로 15.0을 기록했습니다.(fWAR 기준)
그는 단일 시즌 WAR TOP 10 기록 중 6개를 보유하고 있으니 레전드 중의 레전드라고 할 수 있죠.
자신의 영구결번 기념 경기에서의 베이브 루스
그렇다면 국내 기록은 누가 가지고 있을까요?
바로 선동열 선수입니다.
국보급 투수 선동열
선동열 선수는 1986 시즌에 15.31이라는 WAR을 찍었습니다. (스탯티즈 기준)
누적 WAR에서도 107.07로 2위인 양준혁 선수의 87.22에 비해 월등한 수치를 보이고 있죠.
현재 현역 선수 중 누적 WAR 1위인 최형우 선수가 66.22를 기록 중이니 당분간 그의 기록을 깰만한 선수는 없어 보입니다.
비록 80~90년대에 쓰인 기록이긴 하지만 그가 보여준 퍼포먼스가 얼마나 압도적이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괜히 국보급 투수가 아니죠.
오늘은 선수의 가치를 가장 직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수치인 WAR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순수한 공격력만을 따진 선수의 가치를 측정하는 지표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