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다독의 길에 들어선 지 이제 7개월 정도 지났는데 나란 사람이 원래 뭔가 한 가지를 진득하게 쭈~~ 욱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슬슬 책 읽는 일에 자꾸 꾀를 부리게 되는 일종의 권태기가 찾아왔다.
어떻게 시작한 다독의 길인데 이대로 다시 미끄러져 내려갈 수는 없으니 책 읽기 초심으로 돌아가 보고자 고른 책이 바로 <이시한의 열두 달 북클럽>이다.
독서에 관한 한 도가 텄을 작가가 쓴 '책 읽기'에 관한 책이라면 나의 독서 권태기 탈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했고 나의 그러한 기대는 일찌감치 프롤로그 부분부터 채워졌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책에 재미를 붙이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개인적으로는 1번과 3번 항목을 읽는 순간 내가 왜 권태기를 겪고 있는 건지 깨닫게 되었고,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지 답을 찾았다.
책에 재미를 붙이는 일곱 가지 방법
1.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생각은 버린다.
2. 책을 처음부터 읽을 필요도 없다.
3. 책에서 교훈이나 정답을 찾으려 하지 말자.
4. 직렬식이 아닌 병렬식으로 책을 읽자.
5. 손 닿는 곳에 책을 둔다.
6. 눈길이 가는 책이 있으면 사놓는다.
7. 마감을 정해 놓는다.
다독의 길에 들어서면서 함께 시작한 것이 있는데 바로 인스타그램이다.
책을 읽고 필사하는 행위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앞서 말한 대로 내가 워낙 진득한 성격이 못 돼서 금방 포기할 것 같았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보여줘야 지속시킬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렇다고 지인들에게 보여주기는 조금 민망해서 인스타그램을 그 수단으로 삼았다.
예전의 나를 기억하는 지인들이 들어오면 '오~ 뭐야 뭐야? 네가 웬 책??ㅋㅋㅋㅋㅋ' 이러면서 물을 흐려놓을 듯하여 일부러 지인들 연락처가 연동되지 않는 계정을 파서 내가 읽고 필사한 것, 그리고 그에 대한 내 생각을 피드로 올렸다.
그러다 보니 내 인스타 계정이 독서 계정으로 인식되고 내가 쓴 책 리뷰에 관심 가져주는 인친님들도 꽤 늘어나 1000명이 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책을 읽을 때 리뷰를 염두에 두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한번 잡은 책은 끝까지 읽고 어떤 포인트를 집어내야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게 되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무도 준 적 없지만 괜히 혼자 압박감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아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독서 권태기도 찾아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하루하루 성장하는 듯한 느낌이 좋아 즐거웠는데 어느 순간 살짝 일처럼 느껴지게 됐다고 해야 할까?
인플루언서 근처도 못 갔는데 말이다.
혹시라도 인플루언서 되면 어떨지 벌써부터 민망하니 팔로워 목표는 높게 잡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ㅋㅋㅋ
모든 일이 그렇듯 순수하게 즐거워서 하는 것과 어떤 목적이 들어가는 것은 천지 차이다.
초딩 시절 방과 후에 친구들과 그냥 공 차고 놀 때는 너무 재미있었는데 체육대회에 반 대표로 나가서 축구를 할 때는 떨리고 부담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똑같은 친구들과 똑같이 뛰고 차고 굴렀지만 그 느낌이 너무나도 달랐던 것이다.
독서도 그와 같다.
그저 순수하게 즐거움을 찾는 책 읽기는 재미있지만 목적이 들어가면 재미가 없어진다.
책 속에서 정해진 답을 찾고 그 답을 누군가에게 전해야겠다는 조금은 건방진 목적이 끼어드는 순간 책 읽기는 재미있는 놀이에서 해야 할 일로 변해 버린다.
건방진 책 읽기는 멈추고 목적 없이 읽던 재미있는 책 읽기로 돌아가야겠다.
때로는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고 새로운 분야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철저한 계획을 잡고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발길 닿는 대로 떠나며 진정한 즐거움을 만나는 여행처럼 독서 또한 새로운 분야와의 우연한 만남에서 또 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시한의 열두 달 북클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