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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루트다 Dec 30. 2016

Year 1. Second Half

석사생의 티를 벗지 못한 박사생

(Background: By Seyong Ha, CC BY)

(Year 2로 넘어가기 위해선 Year 1이 마무리 되어야겠더라...)


다 지나고보니 이 시리즈의 제목을 잘 못 지었다는 걸 알아냈다. 박사과정 1년을 Half and Half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Fall, Winter, Summer 3개로 나눠야 한다는 사실을... 어쩔 수 없이 Year 1만 Winter 와 Summer를 합쳐 Second Half로 쓰고 마무리 짓기로 했다. 어서 써야 다음으로 나아 갈 수 있으니...


겨울 학기의 시작 

정말 적응 안되던 겨울학기였다. 몇 주 쉬지도 않았는데 학기가 시작이라니.. 북미의 학기 시스템을 처음 접해보는 나로서는 몸부터가 움직이지 않았다.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이기도 하고 춥기도 하고 ...(그래봐야 2014-15겨울의 절반보다도 덜 추웠다고 한다) 이번 학기는 저번학기를 교훈삼아 하나의 수업만을 신청했다. 비교적 내 관심사에 도움이되는 Natural Language Computing을 신청하였고, 4월에 있을 UIST에 논문 한 편을 내기위해 가다듬던 아이디어의 구체적인 개발을 들어 갔다. 겨울방학이 시작되기전 Daniel과 함께 한달간의 계획을 세웠고, 100%완료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만큼 방학동안 일을 해놓았다. 


Routine

한 학기동안 토론토에서의 삶에 적응해서일까, 하루하루가 routinely 움직였다. 마치 한국에서의 연구실 생활을 옮겨다 놓은 마냥.  TA도 신청하지 않은 상태라, 일주일에 수업 1개를 듣고나면 온전히 내 연구에 힘을 쏟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은 뒤집어 졌다) 하지만 연구가 내 뜻대로만 된다면 그게 어디 연구이던가.  전체시스템을 조각조각 모듈화 시키고 모듈을 완성했을 쯤, migration에 있어서 문제가 발생했다. Race condition을 비롯한 (_멀티프로세서 디버깅을 해봤어야 알지..ㅠㅠ) IPC문제들..  이제와서 기억나는 거지만 정말 많은 삽질만 있었던 것 같다. 체크리스트로도 관리가 안되어 Trello에 보드를 하나 만들어 스크럼방식처럼 To Do, Doing, Done으로 구분해 매일매일을 보냈다. Daniel과의 미팅은 '무슨문제가 있었다'라는 보고의 연속이 되자 심적으로 괴롭기 시작했다. 

I did blah blah blah.. and made it work!!!

가 아닌

I am still working on the issue I mentioned at the last meeting. Solved ..... but fiound another one.

과 같은 말이 계속되면 지도교수도 점점 지치기 시작한다. Daniel은 왜 결과가 안나오는지, 혹시 다른 개인적인 문제가 있는지 (있긴있었다), 혹은 도움이 필요한지 등을 묻기 시작했다. 지금하서 생각하는거지만 이 때 진솔한 대화를 나누었다면, 아마 뒤집어 졌다(1)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UIST deadline이 가까워올즈음에 첫번째 프로토타입이 나왔다. 많이 늦었다. 정말 많이... 하지만, 모두의 앞에서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NLC수업을 던지고 이 작업에만 몰두 했을만큼, 정말 완성시키고 싶었다. 다른 동년차 박사들의 성취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좇기고 있던 것이다.  

결국 UIST에는 제출하지 못했다. 테스트환경에서 잘 작동하던 프로토타입은, 실제환경으로 확장을 시키자 CS Dept.에서 내 프로토콜을 막아버리는 바람에 테스트도 못하였다. 이유를 일찍알았다면 Amazon AWS를 써서라도 될 수 있었겠지만, 이유를 찾는데만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결국 이번 서브미션에서도 내 것의 무엇을 만들지 못하고, 다른 박사생들의 논문을 proof reading하는 역할만 맡았다.  


실패한 학기일까?

이번 학기는 실패한 학기인가? 아직 그렇지도 그렇지 않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분명 9월입학과 동시에 Daniel과 목표로 했던 것은 4월 UIST였고 그것을 위해 나름 열심히 연구했다. 이런 측면에서보자면, 실패가 빈번한 연구라는 특성상 '실패한 학기'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연구를 안한 것은 아니지만 결국 결과로 만들어 제출도 못했기때문에, '실패한 학기'라고 말하지 않기도 어렵다. 그래서 결국 나는 정의를 내리지 않고 가기로 했다. 아마 수년 뒤 박사를 졸업 할 때즈음 이 때를 돌이켜본다면 그 때의 경험이 어떻게 도움이 됐는지, 과연 그 때의 나는 정말 열심히했던 건지 알 수 있을테니 그 때는 뭐라고 정의를 내릴 수 있지 않을까 . 

박사를 나오기전에 박사과정이 정말 힘들거라고 - 체력적으로나 심적으로나 - 여러 사람에게 듣고, 여러 글을 읽고 하면서 어느정도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했었다. 나는 나름 내 석사생활도 힘들었다고 생각했었기에 (남들보다 우여곡절이 있었다. 기회가 되면 다뤄볼까한다.) 견뎌내겠지 싶었는데... 1년만에 심적으로 지친 상태가 됐다.  모든게 잘 될거라고 마냥 낙관했던, 조금 더 세심하게 계획을 짜지못했던, 실패에 대한 대비가 없었던, 결국 아직 석사생의 티를 벗지못한 박사생의 겨울학기였다. 

그래도 무엇가를 얻은 학기인가라고 물어본다면 ? Yes, 몸무게를 얻었다. 


(겨울학기가 끝나고는 SanJose로 학회자원봉사를 다녀왔다. 이 이야기는 따로 남겨놓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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