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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문화재단 Aug 29. 2016

국악으로 나를 깨우는 시간

<서울시민예술대학 - 시조로 깨볶나>


학창시절 음악 시간에 잠시 체험했던 기억을 제외하면, 일상생활에서 국악을 접하기란 쉽지 않다. 또 살면서 제대로 읽어본 시집도 한 권 없는데, ‘시조’라는 단어를 들으면 정말 까마득하기만 하다. 경험은 없지만 나 같은 사람도 만약 배울 기회만 생긴다면 분명 재미를 느끼지 않을까? 모르긴 몰라도 오랜 기간 조상들이 즐겨온 장르인 만큼 분명 우리 몸 안에는 국악과 시조에 관련된 유전자가 흐르지는 않을까 생각해본다.     





시조로 깨우면 행복해지는 나를 찾아서 시조로 깨볶나     


<시조로 깨볶나> 수업은 서울문화재단의‘서울시민예술대학’ 프로그램이다. 북촌국악체험공방‘국악사랑’에서 일반 서울 시민이 전문가에게 국악과 시조를 15주 동안 배웠다. 오늘은 그동안 갈고닦았던 실력을 선보이는, 수강생들의 발표회가 있는 날이다. 일단 동네와 장소가 시조와 국악을 배우기에 안성맞춤이다. 북촌마을의 골목길 사이로 찾은 ‘국악사랑’은 대문부터가 왠지 시조 한 수 읊고 지나가야 할 것 같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공연 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도착해 각자의 방에서 곧 시작될 공연의 마지막 점검을 하는 수강생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기다리면서 평상에 걸터앉아 주위를 둘러봤다. 기와 위로 네모난 하늘이 펼쳐져 있었고, 안마당도 딱 하늘의 모양을 받을 수 있는 만큼의 공간이었다. 소박한 우주였다. 장구와 해금, 그리고 가야금의 소리가 섞여 귓속으로 들어왔다. 새삼 한옥의 건축 구조와 국악의 소리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를 더 자세하게 둘러보았다. 여기저기 글귀가 적힌 종이가 그림과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시조

였다. 수업 커리큘럼을 보니 시조를 직접 짓는 것은 물론이고, 드로잉 수업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모두 수강생의 창작물이었다. 이거 정말 종합예술프로그램이 아닌가! 하고 감탄하는 사이에 공연이 시작되었다.     




틀려도 괜찮아, 모두가 즐거운 시간     



함께 무대에 앉아 명상하는 것으로 공연은 시작되었다. 갑자기 찾아온 침묵에 경건한 분위기마저 맴돌았다. 수강생은 각자 만든 별칭으로 서로 소통하고 있었는데, 자신의 별칭을 소리로 표현해보는 순서가 이어졌다. 지휘자가 가운데에서 지목하면 각자 정한 소리를 내는 방식이었는데 몇 번의 지목만으로도 웃음바다가 되었다.

 


항상 수업이 시작되면 불렀다던 ‘헬로 송’을 다 같이 부르며 공연의 첫 순서를 채웠다. 굉장히 즐겁고 편안한 분위기라 무대에 오르기 전의 긴장한 표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수강생의 연령대는 다양해 보였다. 이어서 시조 합창이 시작 되었다.     



북촌골 한옥마을 소리마당 한마당

시조창 으으응으 새길에 재미본다

짧은 숨 길게 못 뽑아 어찌할까 어찌하나



수강생 중 ‘도봉산’ 님이 직접 작시한 시조다. 초록이 팀은 이 시조를 합창했다. “짧은 숨을 길게 못 뽑아” 걱정인 마음과, 그런데도 “으으응으” 소리에 호기심을 가지고 재미를 느끼는 수강생의 심정이 잘 표현된 시조다. 합창 팀은 선생님의 지휘에 따라 열심히 손짓하고, 뱃심을 힘껏 사용해서 소리를 내었다.     



해금반, 장구반, 그리고 가야금반의 연주가 이어졌다. 공연 도중에 가끔 박자와 음을 잃어버리는 일이 있어도 끝나면 모두 함께 웃었고 즐거워했다. 유려한 연주는 아닐지라도 악기 앞에서의 자태만큼은 프로 연주자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으리라 추측해본다. 마지막 ‘굿바이 송’을 외치고 공연은 막을 내렸다. 나이를 떠나서 15주 동안 함께 국악과 시조를 배우며 나눴던 우정이 그들의 표정에서 나타났다. 정말이지 시조로 깨볶는 공연이었다.     





서울시민예술대학이란?     


<시조로 깨볶나>는 서울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서울시민예술대학’의 수업 중 하나다.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예술을 접하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삶을 풍요롭게 가꾸어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기획과 수업이 진행 중이다. 서울시민예술대학과 현재 운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이 궁금하다면 아래 사이트를 참고하시길.     


서울시민예술대학 : http://www.sfac.or.kr/html/education/citizen_intro.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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