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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문화재단 Jul 31. 2015

패션, 공연, 전시, 마켓, 변신, 합체 됩니다

팝업컨테이너 쇼핑몰·복합 문화 공간 ‘커먼그라운드’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 17-1. 지하철 건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200m 떨어진 이곳은 원래 30년 넘게 택시 차고지로 쓰이던 땅이었다. 지난 4월 10일 여기에 독특한 외관의 건물이 문을 열었다. 무려 200개의 파란색 컨테이너를 쌓아 올려 만든 쇼핑몰 ‘커먼그라운드’다


밖에서 본 커먼그라운드의 모습.


한국의 첫 컨테이너 쇼핑몰, 문화예술의 자유로움과 통해



컨테이너 쇼핑몰이 세계 곳곳에 등장하기 시작한 건 3~4년 전부터인데, 국내에 들어선 건 커먼그라운드가 처음이다. 커먼그라운드는 영국 런던의 ‘박스파크’(61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리스타트’(60개),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컨테이너 쇼핑몰 ‘컨테이너파크’(160개)보다 더 크다. 컨테이너 쇼핑몰로만 따지면 세계 최대 규모다.



왜 컨테이너로 만들었을까? 커먼그라운드를 운영하는 코오롱인더스트리FnC는 이번에 유통업에 처음 진출했다. 커먼그라운드 건설을 담당한 코오롱글로벌의 김주환 과장은 “기존 대기업 백화점들이 서울 요지에 자리 잡은 상황에서 새로운 유통시장을 개척하려면 틈새시장을 파고들어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이동 가능한 팝업 쇼핑몰이라는 것이다. 땅을 임차해 컨테이너 쇼핑몰을 세웠는데, 8년간 운영한 뒤 철거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후 서울의 다른 장소나 수도권 또는 지방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김 과장은 덧붙였다.



컨테이너 자체가 물건을 담아 이동하기 편리하도록 고안됐듯이 컨테이너 건축물의 핵심 또한 이동성에 있다. “이동을 위해 고안된 컨테이너는 활동성, 유목민, 자유로움 등을 상징하는데, 이런 것들이 예술가, 복합 문화 공간의 이미지와 잘 맞는 것 같다. 실제로 건물의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금의 디지털 유목민 시대에 적합하고, 재료의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환경적으로도 의미 있는 건축 기법이다.” 서울 한남동 공연장 블루스퀘어 안에 있는 복합 문화 공간 ‘네모’를 설계한 건축가이자 설치미술가인 한원석 작가의 설명이다. 커먼그라운드가 상업 공간인 쇼핑몰이면서도 동시에 놀이 공간, 복합 문화 공간과도 같은 성격을 띠는 이유와 맞닿는다.



커먼그라운드는 컨테이너 200개를 쌓아 올려 만든 복합문화공간이다. 주말에는 중앙광장에서 각종 마켓이 열린다.



패션, 음악, 독특한 건축… 젊음과 활기가 곳곳에



커먼그라운드는 2개 동으로 이뤄져 있다. 연면적 900평의 3층짜리 건물 ‘스트리트 마켓’과 연면적 700평의 4층짜리 건물 ‘마켓 홀’이 있다. 2개 동에 모두 56개 의류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데, 백화점에 있는 유명 브랜드가 아니라 에바주니, 웨이즈스펠, 문샷, 뉴에라, 반스, 웨일런, 브라운브레스 등 신진 디자이너 숍이나 스트리트 패션이 대부분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는 일부러 자사 브랜드를 입점시키지 않았다. 젊고 활기찬 콘셉트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다. 건대입구역과 가까운 쪽의 스트리트 마켓에는 여성복, 액세서리, 화장품 등이 있다. 내부 공간만 보면 컨테이너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로 일반 쇼핑몰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옆 건물인 마켓 홀에는 유니섹스 캐주얼 브랜드가 주로 입점해 있다. 가운데 공간이 천장까지 탁 트인 홀이어서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구조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홀 한 켠에는 컨테이너로 만든 DJ 박스가 있다. DJ가 일렉트로닉 음악을 틀어 클럽 분위기를 낸다.



두 건물의 옥상 테라스에는 식음료점 16곳이 들어와 있다. 유명 프랜차이즈 음식점보다는 미식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맛집 위주다. 알록달록한 무지개 케이크로 유명한 서울 가로수길의 베이커리 ‘도레도레’, 경리단길의 수제 맥줏집 ‘더 부스’ 등이 들어왔다. 청정 재료 한식 밥집 ‘소녀방앗간’, 호텔에서 근무해온 최유강 셰프가 새롭게 선보인 중식당 ‘1 2 3 최유강 중국집’도 눈길을 끈다. 두 건물 사이에 있는 중앙광장에는 푸드트럭도 있다. 햄버거, 추러스 등을 파는데, 가장 눈에 띄는 건 ‘김치버스’다. 개조한 캠핑카를 타고 세계를 누비며 한국 음식 문화를 알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두 한국 청년이 이곳에 정착한 것이다. 김치를 활용한 멕시칸 요리 등을 선보인다. 582일 동안 유럽, 북미, 남미, 일본 등 32개국을 돌며 찍은 사진도 푸드트럭 한 켠에 전시돼 있다.




주말마다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신, 안전 걱정은 붙들어 매길



복합 문화 공간을 본격적으로 표방한 곳도 있다. 스트리트 마켓 꼭대기층에 있는 ‘토이리퍼블릭’이다. 이곳에선 스트리트 컬처 관련 전시회가 무료로 열린다. 페이퍼토이, 팝아트 등을 전시하며, 주말에는 타투, 캘리그래피, 페이퍼토이 만들기, 6컷 만화 그리기 등 워크숍도 열린다. 워크숍 또한 대부분 무료다. 중앙광장도 주말마다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신한다. 각종 벼룩시장이 열리는데, 플라워 마켓, 키덜트 마켓처럼 테마별로 꾸려진다. 인디 밴드들이 거리 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홍대 앞 거리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이곳으로 고스란히 옮겨온 셈이다.



컨테이너로 지은 만큼 안전 문제에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코오롱글로벌의 김 과장은 “세월호 참사도 있고 해서 안전에 특히 더 신경을 썼다. 소방, 구조 등이 일반 건축물 기준을 통과했다”고 말했다. 보통 컨테이너는 네 모서리에 기둥이 있고 그 사이의 구불구불 주름진 벽이 힘을 지탱하는 구조다. 하지만 커먼그라운드 건축을 위해 컨테이너의 일부 벽을 없애야 할 경우도 있었다. 그 때문에 일부 벽이 없어도 힘을 지탱하도록 기둥이 6~8개인 특수 컨테이너를 제작했다고 한다. 커먼그라운드의 건축 비용은 일반 콘크리트 건물보다 20~30% 싼 수준이다. 생각보다 비용절감 폭이 크지 않다. 자재보다 안전시설, 냉난방·환기 시스템 등에 드는 비용의 비중이 높기 때문일 터다. 컨테이너 건물이라 해서 싸게 막 지은 것이라는 인식은 이제 옛말이다. 커먼그라운드에 직접 가보면 실감할 것이다.



글·사진 서정민 한겨레신문 문화부 ESC팀 기자

외관 사진 제공 코오롱인더스트리FnC



* 이 글은 「문화+서울」 6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서울문화재단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문화+서울」은 서울에 숨어있는 문화 욕구와 정보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예술가들의 창조적 힘과 시민들의 일상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고자 합니다. 「문화+서울」에 실린 글과 사진은 서울문화재단의 허락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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