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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문화재단 Dec 02. 2016

색다른 형태의 연극

강렬한 인상을남기는 무대 위의 인생 <연극의 모든 것 2탄>

연극은배우와 무대 구성, 극의 흐름에 따라서도 다채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11월에는 10월에 이어 기존의 공연문법을 깨뜨리는 새로움과 신선한개성으로 무궁무진한 즐거움을 주는 색다른 연극 작품들을 소개하겠습니다^^





2인극은 말 그대로 두 명의 배우가 극을 끌고 가는 연극을 말합니다. 그만큼 두 배우의 역량이중요한데요. 상대역과 호흡을 잘 맞추면서도 역할 고유의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는 균형 감각이 필수이기때문에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이 무대에 오릅니다. 특별한 관계로 맺어진 무대 위의 두 인물은 갈등을끊임없이 반복하며 강한 긴장감을 불어넣고 극 전체를 지배하는 긴장감은 관객의 시선을 두 배우에게 단단히 고정하는 중요한 힘이 됩니다. 2인극은 무대나 배우 활용에 제약이 있는 경우가 많아 이야기의 흐름이 단조로워질 우려가 있습니다. 이런 위험을 막기 위해 세밀한 심리묘사를 바탕으로 반전이란 극적 도구를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2014년 초연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는 연극 <도둑맞은 책>은스릴러의 외피를 두른 심리드라마로 2인극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흥행 시나리오 작가 서동윤이 영화대상 시상식 날 사라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현재와 가상을 오가며 무대 위의 두 배우는 서로 쉼 없이 대사를 주고받으며 팽팽한 대결을 펼칩니다. 각기 다른 감정을 오가며 열연을 펼치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와 함께 허를 찌르는 반전이 짜릿한 즐거움을주는 작품입니다.





메타드라마는등장인물에 의해 극 중에서 이루어지는 연극을 말합니다. 메타드라마는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연극 너머’라는 뜻인데요. 극안에 또 다른 극이 삽입되어 있다고 하여 ‘극중극’이라고부르기도 합니다. 메타드라마는 인물의 과거를 보여주거나 부조리한 상황이 벌어진 이유를 설명하는 등 인간삶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창문’이자 ‘거울’의 역할을 합니다. 이야기안에 또 다른 이야기가 있는 ‘액자식 구성’은 분위기를 반전시켜관객의 주위를 환기시킵니다. 지루할 틈이 없는 연극인 셈이죠.


영혼들의소원을 들어주는 흥신소라는 독특한 설정이 재미있는 연극 <수상한 흥신소> 시리즈는 연극 속에 연극이 등장하는 액자식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주인공이 우연히 만난 영혼들의 제안으로 기발한 비즈니스를 계획한다는 스토리를 바탕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이승에서 해결하지못한 일을 극중극 형식으로 보여주는데요. 극중극의 형식 또한 독특합니다. 노래경연대회, 콘서트 등 인물들의 사연이 색다른 형태로 펼쳐져 보는재미와 함께 색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옴니버스연극은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독립된 짧은 이야기를 늘어놓아 한 편의 작품으로 만든 것을 말합니다. 각각의에피소드들이 하나의 줄거리로 묶인 옴니버스 연극은 일어나는 사건뿐 아니라 인물, 배경도 전혀 다른 독자적이야기들이 쉴새 없이 펼쳐져 관객에게 다양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각 에피소드를 통해 캐릭터들을 보다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짧은 호흡작품이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옴니버스작품인 <벙커 트릴로지>는 제1차 세계대전 참호를 배경으로 아서왕 전설, 아가멤논, 맥베스 등 3개의 고전을 재해석한 독립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고전을 원작으로 할 뿐만 아니라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 시점을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역사적 고증이나 리메이크에 그치지 않습니다. 영국의 역사적인 상식을 우리나라 감성으로설명을 보강하고 캐릭터를 강화한 각색 작업을 통해 신비로운 세계관을 보여주죠. 영국 연극계가 주목하는천재 콤비로 불리는 제스로 컴튼-제이미 윌크스의 작품으로 이색적인 연극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포스트드라마는 갈등과 해결, 기승전결로 이루어진 구조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추구하는 연극의 형태를 말합니다. 일반적인 연극의 경우 배우가 맡은 역할을 충실하게 재현하는 행위자라면포스트드라마에서의 배우는 관객에게 배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실험적인 형태가많다 보니 자주 공연되지는 않지만 대신 포스트드라마적 요소가 가미된 연극 작품들은 꾸준히 시도되고 있습니다. 


1989년 초연 이후 30여년 동안 공연된 작품인 <늘근도둑이야기>는 포스트드라마의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이제 막 감옥에서 출소한 두 늙은 도둑이 미술관에 들어가 마지막 한탕을 하려다결국 붙잡혀 조사받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요. 두 늙은 도둑의 화려한 입담, 애드리브가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며 불시에 이루어지는 관객과의 호흡이 신선한 즐거움을 줍니다.





서사극은연극 고유의 목적인 감동이나 재미보다는 현실 비판을 통해 교훈을 주기 위한 연극입니다. 마치 영웅의이야기를 제3자 입장에서 전달하듯 일정한 거리를 두고 담담하게 진행되는 형식의 연극을 말하죠. 기존의 연극이 플롯을 중심으로 원인과 결과 관계를 밝히는 구조인 데 비해 서사극은 이를 거부하고에피소드 중심의 서사로 관람객이 진실을 판단하도록 만드는 형태입니다. 서사극을보는 관객은 객관적으로 연극을 바라보는 ‘관찰자’가 되며중간에는 ‘해설자’가 등장해 극을 안내하는데요. ‘해설자’는 무대 위의 사건에 대해 해설이나 논평을 하기도 하고극 중 사건에서 벗어나 관객을 향해 대사하는 등 사회자의 역할을 합니다. 


<백석우화>는 ‘나와 나타샤와흰 당나귀’로 유명한 백석시인의 삶을 찾아가는 서사극입니다. 백석시인은아름다운 우리말로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지만 활동하던 당시에 북에서는 쓰기를, 남에서는 읽기를 거부당했던분단의 아픔을 온몸으로 체험한 시인입니다. <백석우화>는가난하고 힘겹게 살았던 젊은 날 백석의 삶을 판소리, 정가, 발라드 등의 음악으로 구성해 소박하게 들려줍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낙천성을 잃지 않았던 시인의 모습을 담담하게 바라보며 감동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서사극입니다.





다양한연극의 형태를 소개해 드렸는데요. 어떤 연극이든 ‘사람을이야기한다’는 점을 공통분모가 아닐까 싶습니다. ‘연극이곧 인생, 인생이 곧 연극’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 삶의 모습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연극 한 편이 주는 웃음과 감동, 위로를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참고 및 출처 : 문화비평용어사전 위키피디아, 두산백과, 네이버 지식사전, 각작품 소개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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