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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이야기하는 이들의 아지트에 초대합니다

서울무용센터

by 서울문화재단
‘몸을 움직이는 것’이 무척 낯설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현재 일상생활에서 나의 움직임은 그저 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어나고, 걷고, 지하철에 몸을 맡기는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추적추적 봄비가 내리는 오후, 유독 무겁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간 곳은
몸으로 이야기하고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무용예술가를 위한 아지트,
서울무용센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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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무용센터는 2011년 5월 홍은예술창작센터로 문을 열었다. 이곳은 과거 서부도로교통사업소가 위치했던 곳이다. 무용, 그리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예술가들은 홍은예술창작센터에서 폭넓은 활동을 해왔다. 그러다 2015년 6월 서울무용센터로 명칭을 바꾼 후, 무용예술계의 의견을 수렴 무용예술에 최적화된 공간을 만들기 위한 설계 및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후 2016년 4월 재개관 행사를 가졌다. 이후 건강한 무용예술계를 위한 다양한 기획과 지원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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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가장 처음 반겨준 공간은 1층 카페였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이곳은 무용과 관련된 잡지를 읽고 문화예술 관련 소식을 접하며 편하게 쉴 수 있는 휴식의 공간이다. 훨씬 다양한 책들이 놓여있는 2층에도 카페가 있는데, 매끈매끈하게 광이 나는 바닥을 밟을 수 있다. 이곳의 바닥은 과거 입주 작가들이 깔려있던 타일에 균열이 가는 것을 보고 타일을 모두 제거한 흔적이다. 제거한 타일을 활용한 예술작품과 예술가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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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무용센터의 곳곳은 함께 춤을 추고 나누는 무대가 될 수 있다. 2층 카페도 그런 공간 중 하나다. 자유롭게 앉아 유리창 밖의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멀리 보이는 주택가는 무대장치가 되고 하늘과 햇살, 차갑고 따뜻한 공기는 모두 조명이자 소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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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주민들은 서울무용센터를 자주 찾는다. 점심시간, 카페에서 도란도란 차를 마시기도 하고, 서울무용센터의 ‘커뮤니티 룸’을 이용하기도 한다. 금요일에는 제봉 동아리 금요반이 옷을 수선하고 제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을 유치원이나 학교에 보내고 시간이 나는 오전 10시쯤 이곳에 모여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함께 모여 ‘작당’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요즘, 주민들에게도 이곳은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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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무용센터의 하이라이트, ‘스튜디오 블랙’과 ‘스튜디오 화이트’를 찾았다. 마침 공연을 준비하는 안무가들의 후끈한 열기로 가득했다. 스튜디오 블랙과 스튜디오 화이트의 차이는 무엇일까? 스튜디오 블랙은 주로 무대가 돋보일 수 있는 쇼 케이스와 같은 공연이 펼쳐지는 공간이다. 무대 조명과 객석도 따로 준비되어 있다. 반면에 스튜디오 화이트는 영상이 선명하게 보이는 장점이 있어, 영상을 활용한 공연을 열기도 하고 안무가들이 연습실로 이용하기도 한다. 시민들도 이곳에서 자유롭게 워크숍에 참여하고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마침 4월 17일 월요일부터 20일 목요일까지 이곳에서 움직임을 창작하며 자신을 발견하는 김설진 안무가의 <Play Body #Surrealism> 워크숍이 진행된다고 하니 주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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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Body #Surrealism> 워크숍


그렇다면 안무가들은 어떤 무대에서 춤을 만들고 있을까? 서울무용센터에는 크고 작은 여섯 개의 무용연습실이 있다. 무용 연습 및 무용 관련 쇼 케이스를 준비하고 있다면, 소정의 공간 대여료를 지불한 후 이곳에서 몸을 움직일 수 있다. 꿀 팁이 있다면, 높은 천장과 그랜드피아노가 준비되어있는 무용연습실3이 인기 만점이라는 것! 모든 무용연습실은 용도에 따라 준비되어 있는 시설이 조금씩 다르니 입맛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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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서울무용대관센터 대관 안내


서울무용센터는 국제 레지던시를 공모하여 한국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국내외 예술가들에게 쇼 케이스와 네트워킹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 한국 활동의 첫 시작을 함께 하는 소중한 공간인 호스텔이 있다. 서울 이외에 거주하는 예술가 중에 15일 이내에 서울 지역 공연장에서 공연 계획이 있거나, 해외거주 무용예술가 또는 무용 장르 관련 예술가(내/외국인)들은 저렴한 가격에 호스텔을 이용할 수 있다. 호스텔 옆에 마련된 부엌에선 요리와 식사를 할 수 있으며 호스텔에 머무르는 작가들이 친해질 수 있도록 식탁도 넓게 배치했다. 서울무용센터의 센스가 느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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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쳐 서울무용센터의 뒷마당을 가로질러 나왔다. 비가 고인 풀밭이 풍기는 풀냄새와 기분 좋은 푹신함이 반겼다. 놀랍게도 이 뒷마당 또한 무대가 된단다. 이 공간은 또 어떻게 변신할까. 어떤 몸이, 숨이, 춤이 공간을 채울까 벌써부터 호기심이 가득하다.

서울무용센터는 무대를 준비하는 안무가에게도, 시민들에게도 언제나 열린 공간이다. “나는 춤이랑 거리가 멀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몸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봄비가 그치고 꽃을 피우기 위해 새싹이 돋아나는 것처럼 우리도 봄을 맞이해 기지개를 활짝 켜보자. 서울무용센터라는 ‘아지트’에 당신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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