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문화를 사랑하는 신입사원 동기 31명과 함께 1박 2일 <꽃보다 문화> 프로그램 차 도봉산에 다녀왔습니다. 어딘가 익숙한 이름의 <꽃보다 문화>, 왜 하필 ‘꽃’보다 ‘문화’일까요? 저도 모르게 ‘꽃’과 ‘문화’에 대한 근원적인 궁금증이 생깁니다. 누군가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데.... 과연 그럴까요? 아름답기로는 꽃이 사람보다 더 아름답지 않을까요? 아름다움이 주는 행복만 놓고 보면 꽃이 그 어떤 것보다 사람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건 당연한 이유겠죠. 그런데 저는 ‘꽃’의 아름다움보다 사람을 더 행복하게 하는 것이 있고, 사람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문화’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문화’를 자꾸 생각하게 됩니다. ‘문화’의 역할이란 사무실 한편에 아름답고 화려한 그림이나 거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우리의 삶에서 ‘문화’는 아주 수많은 디테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디테일, 즉 “문화가 뭐냐”라고 물으신다면.... 한 마디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저는 문화가 ‘계획이 아닌 비전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라는 생각에 큰 확신이 있습니다. 문화의 긍정적 잠재력이 배제된 채, 짧은 시간 동안 실현 가능한 몇 가지 방안으로는 수많은 과제들을 해결하는 것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 카잔차키스는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통해 냉철하려고 노력하지만 사실 속으로는 매우 여리고 그 모습을 끝까지 밖으로 분출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으로 주인공 ‘조르바’를 묘사한 바 있습니다. ‘살아있는 가슴과 커다랗고 푸짐한 언어를 쏟아내는 입과 위대한 야성의 영혼을 가진 사람’, 저를 비롯한 신입사원분들이 바로 그 중심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꽃보다 문화>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적인 것,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의 형식으로 작용하는 것, 그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 신입사원 모두가 그것이 곧 ‘문화’의 역할임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의 사고와 행동은 ‘조르바’처럼 자유롭고 유연했습니다. 우리는 31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신입사원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고 표현하고자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른 체 카메라와 조명 아래서 입사 전 지난날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담아냈습니다. 여기서 신입사원 모두가 표현해낸 ‘문화’는, 예술이나 과학 같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고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한 새로운 비전이었습니다. 이러한 문화 비전이 모든 생산과 소비 영역에서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이제는 모든 영역에서 문화적 관점이 필요해질 거라는 사실을 우리 신입사원들은 항상 느끼고 있었고, 마침내 서울문화재단에 입사하며 이 비전을 발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 '더 즐겁고 다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 국가 전체 예산 중 문화 관련 예산이 처음으로 2%를 넘으며 우리는 더 높은 문화예술을 향유할 것이라 기대했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현재, 우리는 피할 길 없는 난국을 지나 문화와 예술의 본래 가치와 정신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하는 문화비전을 간절히 희망하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노력과 끈기 있는 인내로 반드시 성공한다’라는 뜻의 마부위침(磨斧爲針), 이를 바탕으로 제가 서울문화재단에서 만들어갈 문화는 “문화가 어떻게 우리의 생각과 마음에 비전을 만들어 내는지”, 그리고 그것을 통해 “더불어 사는데 필요한 공감능력, 공동체 의식”이 서울시민 분들께 오롯이 전달될 수 있는지에 대한 프로세스 구축입니다. 이 말을 가슴에 새기고, 시민이 즐겁고 행복한 문화도시를 만드는데 앞장서겠습니다.
시민님,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