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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서울무용센터 김설진 안무 워크숍

단순한 숨쉬기가 아닌 진정으로 살고자 하는 움직임에 대하여

by 서울문화재단
움직인다. 우리는 살아 움직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그저 숨쉬기 위해,
일하기 위해 움직인다.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분명 같은 동작이 반복되는
나날의 연속이고 그 속에서
우리 몸은 책상 위 사물처럼 굳어간다.
생존을 위한 움직임 너머의
동작을 창조할 수는 없을까.
숨쉬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살기 위해서 움직일 수는 없을까.
서울무용센터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2016년 4월 개관한 서울무용센터는 무용예술 창작지원사업과 국제교류사업, 예술가 및 시민대상 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무용예술인을 위한 호스텔 및 연습실을 운영해 무용예술 생태계를 조망하고 지원하는 공간으로서 자리하고 있다. 4월 17일 월요일부터 20일 목요일까지 4일 동안 진행된 <Play Body #Surrealism>은 무용예술 분야의 창작역량을 강화하고, 예술가 간 공유의 방법을 모색하여 창작을 활성화하고자 예술가 워크숍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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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Body #Surrealism> 워크숍 진행은 케이블방송채널 tvN <댄싱9>의 우승자였던 현대무용가 겸 안무가인 김설진 씨가 맡았다. 수업에는 무용인과 예술가뿐만 아니라 비전공자들도 많이 참석하였다. 그렇다 보니 전문적인 무용동작을 배우기보다는 마치 대학 MT처럼 서로서로 대화하며 굳어있던 몸을 움직이는,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김설진 씨는 이번 워크숍이 움직임이 많은 인문학적인 수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설진 씨의 말을 들어보니, 자신뿐만 아니라 낯선 사람들의 움직임 또한 관찰함으로써 타인과의 소통 역시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되었다.


다양성에 대한
존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어요.
자신의 몸에 대해 먼저 관심을
가져야 상대방을 사랑할 수 있겠죠.
자신에 대해 관찰을 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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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수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하나의 규칙을 말했다. 그것은 바로 ‘수업하는 도중에 최대한 움직이고 상대방의 움직임에 대해 채점하거나 평가하지 말기’였다. 별 얘기 아닌 듯 들렸지만, 괜히 마음 한쪽이 찔리는 것은 왜 일까. 우리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사람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자신의 잣대로 판단하려 든다. 예상 밖의 움직임 혹은 나와는 조금 다르게 움직이는 사람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부지기수이다. 이러한 이유로 그가 말한 짧은 규칙 속에서 모든 것이 정량화되고 측정되고 평가되는 시대에 대한 경계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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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부터 시작해서 어깨, 배 등 몸 구석구석의 뭉쳐있던 근육들을 풀면서 수업은 시작되었다. 학창 시절 과학시간에 ‘인체의 신비’라는 주제로 수업을 들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피어올랐다. 수업 중 들었던 몇 가지 실용적인 정보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견갑골 근육을 비롯한 어깻죽지 근처의 뭉친 근육들을 풀어주면 훨씬 운동성이 커진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눈동자와 혓바닥이 풀리면 목의 움직임이 더 자연스러워지고 부드러워지는데, 김설진 씨는 이것이 술에 취해 넘어져도 목이 다치지 않는 이유라고 재치 있는 말을 덧붙였다. 발목을 잘 삐거나 다치는 사람들은 비골(종아리뼈; fibula) 바깥쪽이 단단한데, 이는 비골 근육을 많이 쓰지만 그 피로를 잘 풀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 뿐만 아니라 코어운동이나 알렉산더 테크닉 등 다양하면서도 실생활에서 응용할 수 있는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 공부를 한다기보다는 우리 몸에 대해 알아간다는 개념으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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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진 씨는 이렇게 많은 정보들을 다치면서 배웠고, 이후 관심이 생겨서 차츰 알아가게 되었다고 말했다. 하지 말라는 것을 한 번씩은 해볼 만큼 호기심이 많은 성격 탓에, 몸이 겪었던 고통 역시 상당해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춤을 춘다. 춤을 통해 나와 나를 둘러싼 세상을 알아간다. 자신만의 재능과 가치관으로 세상을 향해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에서 단순히 살아가기 위함이 아닌 살기 위한, 삶을 향한 움직임을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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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골 바깥쪽 근육을 풀어주면
다리가 얇아져요. …
제가 말하면서도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얘기하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
각자가 생각하는 ‘미’는
다 다른데 말이죠.


수업을 듣는 동안 나는 ‘내가 나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제일 잘 알아’라고 자부하면서도, 숨겨져 있던 근육과 몸짓을 보고 신기해한다는 것은 나 역시도 나를 잘 모른다는 것의 반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은 동시에 지금껏 알지 못했던 자아를 발견할 수 있다는 뜻과도 통한다. ‘난 못 할 거야’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잠시 뒤로하면 또 다른 세상의 모습들이 보인다. 때때로 우리는 스스로 한계를 정해놓는다. 이렇게 되면 몸이 굳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각의 근육 역시 굳어버린다. 평소에 하지 못하던 것들 혹은 하지 않았던 것들을 시도해보면서, 또 다른 길 위에서 빛날 자신을 상상해보는 것도 근육이완의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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