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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나전칠기 연필 만들어요!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창작채움공(空)방>

by 서울문화재단

토요일 오전,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는 어린이 친구들과 어머니들로 활기가 넘쳤다. <창작채움공방 : 바다보석연필(이하 바다보석연필)> 프로그램인 ‘나전칠기공예’가 진행되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미리 온 참가자들은 열린 공방에 앉아 책을 읽거나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며 창작 워밍업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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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부터 5월까지 두 달 간 진행되는 나전칠기 공예를 활용한 <바다보석 연필> 은 왠지 작업이 어렵고 아이들이 접근하기에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신청접수 시작 6분 안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창작채움공방의 경우 다른 체험프로그램들과 달리 직접 작품 활동을 하는 예술가들과의 연계를 통해 기획됩니다. 작가의 작품을 기본으로 기획되다 보니, 다른 체험프로그램에서는 보기 힘든 색다르고 차별화된 수업들이 진행되어 인기가 많습니다.”라고 담당자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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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空)방을 채우는 사람들


창작채움공방에는 특별한 사람이 있다. 바로 ‘위드맘’이라 부르는 선생님이다. ‘위드맘’은 2012년 위촉되어 2013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관악 어린이 창작놀이터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위드맘’은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의 보조강사로, 기획자로, 진행자로서 다양한 역할을 한다. 문화예술에 관심있는 어머니들이다 보니 아이들의 필요와 눈높이를 알고 여러 아이디어와 의견들을 보태는 데 많은 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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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수업이 시작되기 전 원활한 수업진행을 위해 사전 공방을 여는 데, 이때 위드맘, 위드맘의 자녀 또한 함께 참여합니다. 사전에 진행되는 공방수업은 실제 진행하는 강사도 본 수업 전에 조금 더 편하게 내용을 진행해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업 후 시간 배분이나 설명의 방식, 작업 난이도 등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어 수업을 보다 완벽하게 만드는 좋은 모니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라는 김수현 매니저의 말처럼 이날도 이미 수업을 경험해본 위드맘이 작가 소개뿐 아니라 자잘한 참여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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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을 채우는 무엇보다 중요한 사람은 바로 이날의 강사인 오정훈 작가였다. 가구디자인을 전공하고 뒤늦게 한국전통 나전칠기에 호감을 느껴 이를 통한 작품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체험 수업은 처음이라
많이 걱정했는데
수업을 준비하며
가장 중심을 둔 것은
두 개의 단어예요.
창작과 전통이죠.
먼저 창작의 기쁨 즉,
만드는 것의 즐거움을
아이들이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만들어서 좋고,
써서 즐겁고
또 나눌 수 있어
즐거운 마음 말이죠.
그리고 중요한 건 ‘전통’이에요.
전통은 보물과 같은 것인데,
저도 그렇고 우리
모두 어릴 때
전통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죠.
전통이 오래되고
낡은 것이 아닌
귀한 보물 같은 것이라는
것을 체험을 통해
알게 해주고 싶었어요.”



공(空)방을 채우는 창작활동


오정훈 작가의 나전칠기에 대한 설명으로 수업은 시작되었다. 자리에 준비된 큰 소라와 전복껍데기들을 보며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설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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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부터 얻은 물감과 바다로부터 얻은 보물로 만들어지는 예술”이 나전칠기라는 설명은 다소 어려운 ‘나전칠기’라는 단어를 아이들에게 잘 이해시킨 듯했다. 활동이 끝나고 한 아이에게 ‘오늘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뭐예요?’라고 물으니 대뜸 “진주의 어머니”라고 대답을 한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말이다. 나전을 ‘진주의 어머니’라고 했던 작가의 설명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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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전칠기에 대한 설명을 한 후 이날의 활동에 대한 과정을 설명하고 아이들과 어머니는 함께 나전칠기가 주 재료인 바다보석연필을 만들기 시작했다. 보통은 아이들 체험에 어머니가 보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번 활동에서는 어머니도 하나 만들어 볼 수 있도록 특별히 연필이 두 개가 준비되어 있었다. 옻칠의 경우 유독한 재료라는 위험이 있어 실제 활동은 같은 기능을 하는 친환경 바니쉬로 대신했고, 미리 작가가 다양하게 준비해온 조개조각을 자유롭게 연필에 무늬를 만들어 붙이는 작업이 이어졌다.

많은 기본 베이스 중에 연필 꾸미기를 선택한 이유는 안전상의 문제로 여러 재료를 고민하던 중 선택된 것이기도 했지만, 연필이 가지는 ‘창작의 가장 기본 도구’로서의 의미도 있다고 했다. 무언가를 그리고 창작할 때 가장 쉽고 편하게 사용하는 도구이니만큼 활용도가 많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역시나 활동에 참여한 탁세진 어린이(10살)에게 연필을 뭐에 쓸 거냐는 물으니 “그림 그릴 거예요”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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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고, 나전칠기는 아이뿐 아니라 저도 평소에 해볼 수 없는 것이어서 재밌는 것 같아요.” 초등학교 3학년, 1학년인 딸, 아들과 함께 온 임유정 어머니는 아이들이 만든 연필에 자개로 이름을 붙여주는 센스를 발휘하셨다. 7살 아들과 참여한 윤이후 어머니는 “체험을 가보면 수준이 너무 낮거나 혹은 너무 어려워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하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이번 나전칠기 수업의 경우 전 연령대의 아이들에게 적당한 수준의 작업이어서 재미있게 참여했어요.”라며 작년부터 꾸준히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라고 말했다.

각자의 개성대로 자개를 붙인 연필 위에 다시 바니쉬를 칠해 코팅 해주고 반짝이는 금가루를 뿌리는 것으로 ‘바다보석 연필 만들기’가 마무리되었다. 꾸며진 연필이 잘 마르도록 종이컵 뒤에 꽂힌 연필을 들고 사진찍는 얼굴들이 모두 즐거워 보였다.

5월 말까지 진행되는 나전칠기 공예가 끝나면 다른 프로그램이 기획되어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또 어떤 예술가의 새로운 작품이 어린이들의 손에 맞게 기획되어 경험되고 배워지는 장을 열게 될지 기대가 된다. 창작 자체가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처럼 ‘창작채움공(空)방’이 앞으로도 신선한 창작의 즐거움과 이야기로 채워지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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