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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아트북!

아이들의 생각과 감성에 날개를 펼치는

by 서울문화재단
아이들은 어떻게 자기 자신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언제 아이들은 행복을 느낄까.
행복한 어린이가 될 수
있도록, 감성이 풍부한
어린이가 될 수 있도록,
어린이들이 통찰력을 가지고
열린 생각을 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어린이와 예술가, 교육자가
함께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실험하고 실행하는 장,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에
가보았다. 지하철 2호선
봉천역 4번 출구에서
아이들의 이목을 끄는
각양각색의 상품을 파는
문방구, 요깃거리를 파는
편의점, 아파트 등 평범한
도심 속 골목길을 따라
터벅터벅 걷다 보니 어느덧 오른편에
관악창작어린이창작놀이터가 보였다.
버스를 이용할 경우,
봉일시장 역에서 하차해
세븐일레븐까지 직진하다가
우회전하여 골목에 들어서면
더 빨리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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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은천동 주민센터이자, 현재는 대표적인 어린이 예술체험공간으로 자리매김한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는 어린이가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운영되고 있다. 이날 진행된 ‘플레이 아트북!’은 연초에 공모를 통해 선정된 ‘예술로 놀이터’의 8개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플레이 아트북!’은 총 8회의 수업으로 진행되며 오브제 놀이를 통해 어린이의 생각과 상상력을 자극해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여 자신의 세계를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호랑이 뱃 속>은 ‘플레이 아트북’의 5회 차 수업으로, 하효정 작가 본인의 인터랙티브한 그림책 작업 중 하나에서 따와, 나와 대화하는 놀이도구이자 표현의 도구로 이번 수업에 적용한 것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세상의 소리를 채집하고 호랑이 뱃 속을 탐험하며 호랑이 뱃 속 세상에다가 채집한 소리와 관련하여 자신의 상상력을 자유롭게 불어 넣는 수업이었다. 수업에 앞서 하효정 예술가교사가 간단하게 수업의 취지를 밝혔다.


전체적인 수업맥락의 핵심은
'나와의 대화'입니다.
사실 가장 익숙하지만
가장 낯선 게 바로 '나'
자신이잖아요. 나 자신에 대한
표현이 서툴고 낯선 이유는
단순히 생각해보면
그런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그런 환경에 많이
노출되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런 수업들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과 대화하는
기회를 많이 가지고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어렵지 않고
즐거운 경험이 되기를
바라면서 기획했어요.

수업 시간인 2시가 되자 얼굴에 싱그러운 미소를 띤 아이들이 엄마 손을 잡고 삼삼오오 1층 건물 입구에 모였다. 수업 시작 전, 지난 수업 <얼룩무늬 연상 놀이>의 결과로 만든 이름표를 가슴에 붙였는데, 오늘의 수업을 기대하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본격적으로 호랑이 뱃 속을 탐험하기 전 <소리 놀이>를 위해 3층 옥상 ‘볕’으로 아이들과 함께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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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해서 주변과 나를 돌아보는 <소리 놀이>


소리 놀이는 아이들이 ‘눈이 귀에 혹은 손에 달렸다면 어떨까’하는 가정 하에 시작한 놀이였다. 소리에 더 잘 집중할 수 있도록 안대를 쓰고 놀이가 진행되었다. 아이들 자신처럼 귀여운 책상에 앉은 아이들은 “답답해요!”라며 안대를 벗기도 하고, “어려워요!”라며 소리 채집하는 것을 어려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곧이어 옥상 근처에서 나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조그만 손으로 크레용을 꼭 쥐고 도화지에 자신이 들은 소리를 차곡차곡 그려나갔다. 안대를 쓰고 “쿵쿵쿵(집에서 걷는 소리)” “짹짹(새소리)!” “물소리 나요!” “공사장 소리!” “바람 소리!” “찌르릉 소리(근처 공사장 철판이 바람에 부딪히는 소리)가 나요!” “(들리니까) 자동차 그려야지!” 등 자신이 발견한 것을 열심히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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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뱃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호랑이 뱃 속 상상>


아이들의 소리 채집이 끝나자 하효정 예술가교사가 ‘호랑이 뱃속 구경’이라는 그림책 이야기를 통해 호랑이 뱃 속이라는 상상의 세상으로 아이들을 인도했다. 하효정 예술가교사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끌어내기 위해 아이들에게 호랑이 뱃 속에 무엇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손가락으로 인형의 부분 부분을 짚으며 “사람 세 명” “꼬꼬 닭” “부엉이” “물고기” “야옹이”라며 적극적으로 호랑이 뱃 속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삼각형 무늬를 보고는 “도끼도 있어요!”, 동그란 것을 보고는 “곰돌이가 있어요!”라고 외쳤다. 아이들의 상상처럼 호랑이 뱃 속에는 많은 것들이 있었는데, 사람 모양 인형이 호랑이의 구멍을 통해서 쏙 빠져나가며 이야기가 끝이 났다. 아이들은 주황색 천으로 된 호랑이 뱃 속을 보며, “호랑이 뱃 속이 예뻐요!”라고 자기 생각을 말하거나, 호랑이 뱃 속을 뒤집으며, “(호랑이가) 다시 잡아먹었어요!”라며 장난스럽게 상황에 대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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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자신을 드러내 보자 <호랑이 뱃 속 표현>


1층 <프로젝트 룸>에서 아이들 각자가 채집한 소리를 가지고 호랑이 뱃 속을 탐험하며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 허리를 붙잡고 기차놀이 자세로 좁고 어두운 호랑이 뱃 속(암막 터널)으로 들어갔다. 한 아이는 사람, 도끼와 함께 도화지 아래에 조그만 삼각형을 그리며 “호랑이 뱃 속에 가시가 있어요!” “가시를 누르면 미로가 나와요!”라며 자기 상상력을 자유롭게 드러냈다. 다른 아이는 곰돌이가 호랑이 뱃 속에 있다며 곰돌이 주위를 예쁜 무늬로 꾸며주었다. 어두운 곳에서도 집중해서 열심히 자신이 상상한 것을 모두 도화지에 담아내었다. 수업이 끝날 때까지 자기 모습을 자유롭게 표현해나가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넘쳤다.


플레이 아트북 시민기자단 영상 보기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아이들의 말과 그림에서는 아이들 저마다 개성 만점의 상상력이 돋보였다. 상상력을 모두 도화지에 쏟아 낸 뒤에는 아이들이 다 같이 힘을 합쳐 암막 벽을 걷어냈다. 각자 자신이 그린 도화지를 나누어 책의 앞면인 호랑이의 머리, 책의 뒷면인 몸통 부분에 연결하여 붙였다. 책을 완성한 뒤에는 바닥 청소를 한다며 손바닥 아래에 책을 놓고 밀며 자신들만의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 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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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아트북!>을 기획·운영하는 하효정 예술가교사와의 인터뷰


오늘의 수업을 마련하고 현재까지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수업을 하고 있는 하효정 예술가교사. 그녀와의 인터뷰를 통해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와 예술가교사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짧은 시간동안 진행된 인터뷰였지만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녀에게서 예술가교사로서의 자긍심과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기자 서울문화재단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에서 예술가교사활동을 하시게 된 이유가 있다면요?

예술가교사 창작놀이터라는 이름에서 어떤 제약도 없이 내가 꿈꾸는 대로 상상하는 대로 어린이들과예술로 마음껏 놀 수 있는 곳이라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학교(예술가교사)가 아닌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에 지원했고 지금은 아이들과 예술로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기자 예술가교사가 아이들에게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예술가교사 먼저 저는 예술이 아이들에게 즐거운 경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과의대화, 자기를어떤 형식으로든 자유롭게 표현할 줄 아는 아이들이었으면 좋겠고이때예술이 가장 좋은 도구라고 생각해요. 예술이라는 자양분을 통해작은 씨앗인 아이들이 스스로 싹을틔울 수있도록 흙을 부드럽게 고르고 싹이 트기까지 관심을 가지며 잘 살피는 것이 예술가교사가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역할이아닐까 해요.

기자 현재까지 수업을 진행하면서어떤 때, 어떤 이유로 보람을 느끼셨나요?

예술가교사 가장 보람이 있었던 때는 아이들이 마음을 열었을 때가 아닌가 싶어요.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둘 툭툭 꺼내놓으며 표현하는 순간 이 수업 안에서 예술과 아이들이 가까워졌다고 느끼게 되더라구요. 마치 싹틔우는 소리를 들은 농부의 기쁨이랄까.

또, 하효정 예술가교사는 <나와 닮은 작은 나(mini me) 표현 수업>에서의 일화를 통해서 아이들과 수업하며 보람을 느낀 점을 떠올리기도 했다.

예술가교사 이 수업시간에 전시되어있던 한 친구의 작품을 본 다른 친구가 '친구가 필요해보여요.'라며 자기 작품을 그 친구 작품 옆에 전시했는데 다른 친구들도 서로 친구가 되어주겠다고 빼곡하게 자기 작품을 친구 작품 옆에 전시하는 모습에서 오히려 제가 아이들을 통해 다시 나를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보게 되더라구요. 아이들과 함께하는 매순간이 보람인 것 같아요.



사실 이날 호랑이 뱃속이라는 수업소재를 들었을 때 어떤 수업 결과물이 나올지, 아이들이 어려서(6-7세) 수업을 잘 이해하고 따를 수 있을지 감이 잘 잡히질 않았다. 그러나 하효정 예술가교사가 인터뷰로 전한 수업 취지와 바람처럼 아이들은 제시한 상황을 잘 받아들이며 자신과 자기의 생각을 거침없이 도화지에 드러내었다. 자유롭게 자신을 밖으로 쏟아내는 아이들의 모습이 성인의 입장에서 내심 부럽기도 했다. 이런 수업이 중, 고등학교 때도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아이들은 감성이 풍부한 아이, 생각이 깊은 아이,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로 자라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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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부드럽게 수업으로 이끈 하효정 예술가교사는 다음 수업 소재는 거울이라고 말하며 수업을 마쳤다. 거울을 통해서는 아이들이 어떻게 자기의 모습을 풀어나갈 수 있을까? 다음시간이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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