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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을 그리는 팟캐스트 >

보통의 존재들

by 서울문화재단

우리들의 이냥 저냥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바쁜 일상이 하나의 특권처럼 여겨지는 요즘. 이 숨 가쁜 나날은 등록금 마련에 이어 취업준비까지 걱정해야 하는 2030세대의 젊은 청춘들에게는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난 뒤, 숨 좀 돌려야겠다 싶으면 해는 벌써 지고 있고 어느새 휘영청 달이 뜨는 밤이 찾아온다. 그렇게 밀려오는 허무감을 뒤로하고 일과를 마친 후,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술 한 잔 기울이는 순간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행복하다. 혹은 귀갓길 덜컹거리는 버스나 전철에 기대서 듣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노래를 듣는 순간이거나.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절감하면서도 왜 그리 멀게만 느껴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여기, 해야 할 일은 잠시 미뤄두고 행복해지고 싶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서 뭉친 이들이 있다. 바로 ‘서울예술치유허브’에서 만난 < 마음을 그리는 팟캐스트 >에 참가한 청춘들이다.



< 마음을 그리는 팟캐스트 >는 일명 ‘자소설’을 쓰고 수없이 ‘낙방’을 경험하는 대학생, 취업준비생들의 일상의 소소함과 현재의 마음 상태를 ‘낙서’와 ‘수다’로 풀어내는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드로잉 수업이나 팟캐스트 제작 수업이 아닌, 접근하기 쉬운 예술프로그램을 통해 ‘보통의 존재들’의 이야기를 하고 듣는 공간이다. 총 7회 차에 걸쳐서 사전준비를 마친 이들은 드디어 8회 차에서 보이는 라디오 파티를 선보였다. 갈수록 뜨거워지는 초여름 날씨에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그들의 < 마음을 그리는 팟캐스트 >는 ‘새벽 3시의 인터뷰’, ‘채울 수 없는 플래너’, ‘삼김의 라볶이’의 순서로 총 3개의 코너로 진행되었다. < 마음을 그리는 팟캐스트 > 무대 한쪽에는 자신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면서 그린 자화상이 전시되어 있었다. 화려하고 정교한 그림체는 아니었지만, 각자의 개성이 묻어나는 매력적인 작품들이었다.



첫 번째 ‘새벽 3시의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 마음을 그리는 팟캐스트 >를 진행한 ‘서울예술치유허브’ 7기 입주단체 별마을 대표인 최규식 작가의 진행으로 ‘별마을’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별마을’은 영상, 미술, 스토리 작가 등 시각예술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모임인 동시에 예술의 장르적 융합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는 교육자들의 모임이다. 소개가 끝난 뒤, ‘돌고래’와 ‘코크니’가 ‘새벽 3시’라는 코너 명처럼 새벽 감성 터지는, 한 사람의 사연을 읽어주었다. 사연은 이렇다. 어릴 때부터 ‘나’는 일명 ‘엄친아’, ‘엄친딸’이라고 불리는 얼굴도 성도 모르는, 그러나 완벽해 보이는 그 누군가와 비교를 당했고 그 때문인지 어른이 되어서도 자존감이 낮아 심적으로 힘들다는 것이다. ‘돌고래’와 ‘코크니’는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한 번씩 겪어봤을 법한 감정일 것이라고 공감의 위로를 던졌다. 대개의 경우, 우리는 ‘나’라는 하나의 독립된 존재로 살고 있다기보다, 누군가와 비교했을 때 더 나은 인간 혹은 주변인들의 기대를 저버려서는 안 되는 이상한 의무를 지니고 있는 사람으로 살고 있지는 않은가. ‘코크니’는 저자 ‘기시미 이치로 · 고가 후미타케’의 < 미움 받을 용기 >라는 책을 소개하며 나 자신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북돋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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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3시의 인터뷰 >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들은 바로 < 채울 수 없는 플래너 >의 ‘드림킴’과 ‘무무’였다. 이들은 현대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바로 그것, ‘플래너’를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빽빽한 플래너를 볼 때면 ‘열심히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보기만 해도 말 없는 깊은 한숨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마치 한숨과 함께 영혼도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이 코너에 사연을 주신 최규식 씨는 일러스트레이터로 많은 일들을 하며 살고 있지만, 가끔은 너무 바빠 한 끼 식사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고 다음 스케줄을 가야하는 것이 힘들다고 한다. 심지어는 간만에 김밥을 해 먹으려고 재료를 사고 집으로 가는 길에, 갑자기 차를 끼익- 세우는 일이 생기는 바람에 재료들이 와르르 쏟아지는 일도 있었다고 쓴웃음을 지으며 토로했다. 많은 사람들의 삶이 그러하듯, 잘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보면 몸뿐만 아니라 마음이 힘들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빼곡하게 채워진 플래너 곳간도 좋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비울수록 채워지는 마음의 곳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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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 마음을 그리는 팟캐스트 >를 마무리할 시간이 찾아왔다. 그 마지막은 ‘삼김의 라볶이’의 ‘연애 대나무숲’ 코너로 장식했다. 앞의 두 코너보다 훨씬 쾌활하고 유쾌한, 정말 말 그대로 청춘들의 ‘수다’였다. 마음속 깊은 곳부터 올라오는 공감되는 절절한 사연이 아닌, ‘아, 맞아!’하고 박수치며 꺄르르 웃을 수 있는 연애 고민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그중에서도 ‘말하지 못하는 연인의 패션센스’, ‘연인보다 중요한 내 미래’가 주된 이슈였다. 진행자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상대방의 청청패션, 높게 올려 입은 배 바지, 지나치게 꽉 끼는 옷 등은 연인이 삼갔으면 하는 소소한 바람을 이야기했다. 이어 ‘나는 이렇게까지 차려입고 나왔는데..’하는 불만은 ‘연인을 만날 때의 최소한의 예의’에 대한 주제로 대화가 흘러갔다. 밤이 깊어지는 만큼 이야기도 깊어져, 연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하는 미래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많은 커플들이 연락 문제로 자주 마찰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주워들었는데, 실제로 진행자들도 이러한 고민을 말했다. 연인과 자주 연락을 하고 알콩달콩 지내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자신의 삶을 구축하는 일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삼김의 라볶이’ 진행자들은 이러한 정답이 없는 문제에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는 못했지만, 묵혀두었던 고민들을 수면위로 끌어올려 수다를 통해 해소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었다.

‘새벽 3시의 인터뷰’, ‘채울 수 없는 플래너’, ‘삼김의 라볶이’ 세 코너의 주인공들은 생전 처음 보는 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좋아서 시작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하나의 과업처럼 느껴지던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8주라는 짧다면 짧았고 길다면 길었던 시간을 뒤돌아보았을 때, 결국 마지막으로 남은 감정은 행복함이었다고 회상했다. 별마을이 진행한 드로잉 수업을 통해 힘들었던 일들을 털어낼 수 있었고, 좋은 인연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우리 앞에 주어지는 공연과 전시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향유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자신이 예술을 창조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장을 스스로 마련하는 것도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참 의미 있는 일이다. 그저 소소하게 다른 사람은 어떤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지, 그 고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는 < 마음을 그리는 팟캐스트 >도 충분히 지친 일상에 휴식처가 되어 줄 수 있다. 유명인들이 진행하는 라디오가 아닌, 정말 우리 곁에서 같이 숨 쉬고 스쳐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정말이지, 뜻깊은 경험이었다.


'마음을 그리는 팟캐스트' 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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