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이킷 3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금천예술공장 <8기 입주작가 오픈 스튜디오>

예술작품이 탄생하는 장소를 엿보다

by 서울문화재단 Jul 20. 2017



금천예술공장 '정주원 입주작가'의 스튜디오금천예술공장 '정주원 입주작가'의 스튜디오


작품의 출생지


미술 작품을 감상하러 마음먹고 집 밖을 나서는 이유가 있다. 직접 작품과 물리적으로 대면해야 느낄 수 있는 ‘아우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주한 모든 작품에서 아우라가 느껴졌던 것은 아니다. 번듯하고 깔끔한 갤러리에 덩그러니 놓인 미술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작품이 낯설게 다가올 때가 많다. 시공간이 세상과 분리된 것처럼 느껴지는 하얀 방(소위 ‘화이트 큐브’ 갤러리)에서는 좀처럼 작품의 ‘맥락’이나 ‘장소성’을 체감하기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나는 기회가 허락된다면 미술관이나 갤러리보다는 작가의 스튜디오를 방문해 작품 보는 것을 좋아한다. 둘 곳이 마땅치 않아 벽면에 어색하게 기대어 있는 작품들, 허겁지겁 작품 구상을 위해 메모해 놓은 아이디어 스케치, 작가가 즐겨 쓰는 미술 재료와 소장하고 있는 도서 목록을 훔쳐보는 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스튜디오란 작품의 출생지다. 다양한 힌트와 단서들이 많은 출생지에서 ‘그 작품’을 감상하는 것의 장점은 절절한 텍스트의 도움 없이도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금천예술공장 <8기 입주작가 오픈 스튜디오>


브런치 글 이미지 2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에 있는 ‘금천예술공장’에서는 일 년에 딱 한 번, 국내와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각 예술가 19명의 스튜디오를 한 자리에서 구경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시민에게 제공한다. 작가와 평소 친분이 없는 사람이라면, 해당 입주작가의 전시를 볼 기회는 많아도 스튜디오 내부를 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입주작가 입장에서도 오픈 스튜디오를 통해 그동안의 전시에서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던 작품을 소개할 수 있다. 또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불특정 다수의 방문객을 상대로 작품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금천예술공장’에 전시를 보러 많이 갔어도, 오픈스튜디오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금천예술공장’의 오픈 스튜디오를 직접 가서 둘러본 소감은 단순히 입주작가와 공간 소개에서 그치지 않고 음악 공연, 입주작가 퍼포먼스, 관객 참여형 행사까지 진행되어 미술계와 지역 주민의 축제로 자리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천예술공장’ 8기 입주작가와 큐레이터‘금천예술공장’ 8기 입주작가와 큐레이터
미술계와 지역주민의 축제미술계와 지역주민의 축제



열아홉 개의 시공간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입주작가들이 스튜디오 청소와 정리정돈을 너무 열심히(?) 한 탓에 날 것 그대로의 분위기를 선호하는 나로서는 살짝 아쉬운 면이 있었다. 그래도 열심히 둘러보았다. 열아홉 개의 스튜디오는 같이 건물 안에 있었지만, 문턱 하나를 넘어설 때마다 완전히 다른 시공간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국동완 작가의 스튜디오국동완 작가의 스튜디오


‘국동완 작가’의 스튜디오를 방문했을 때, 작가는 다른 방문객과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내 수준으로는 알아들을 수 없는 대화가 오가고 있었기에 벽에 걸린 작품을 말없이 응시했다. 알록달록한 색채가 무슨 형상을 표현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내 깨달았다. 세월호였다. ‘국동완 작가’는 세월호의 설계도를 바탕으로 연상되는 추상적인 이미지들을 자유롭게 풀어내고 있었다. 아마 비극적인 사건 앞에서 시각예술가로서 뭐라도 해야 했을 일종의 수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미지를 천천히 바라봤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고 동시에 모든 것이 떠올랐다.


금천예술공장 '박경진 입주작가'의 작품 <현장>금천예술공장 '박경진 입주작가'의 작품 <현장>


‘박경진 작가’는 이번 행사에서 가로 7미터, 세로 4미터에 이르는 초대형 회화 작품을 선보여 방문객을 시선을 사로잡았다. 붓질과 색감의 느낌이 좋아서 표면만 쫓다가, 이윽고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져 살펴보니 작가가 생계를 위해 작화 일용직으로 일했던 영화 촬영장이라고 한다. ‘박경진 작가’는 생업과 작업을 인위적으로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았다. 약간의 복수극 같은 생각도 들었다. 촬영장에서는 마음대로 그리지 못했을 자신의 붓질에 복수라도 하듯 거침없는 이미지가 인상적이었다.


닥드정 작가의 스튜디오닥드정 작가의 스튜디오


어두컴컴한 스튜디오의 중앙에서 작가가 뭔가를 조작하고 있다. 주변의 각종 기계들은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과학 실험실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닥드정 작가’가 마우스로 조작하고 있는 방향에 따라서, 판 위의 검은 액체가 춤을 추듯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SF영화 <컨택트>에 나오는 외계인의 문자 언어를 보는 듯했다. ‘닥드정 작가’의 작품은 ‘금천예술공장’의 미디어 비엔날레 다빈치 크리에이티브에서도 소개됐을 정도로 최신 테크놀러지와 예술을 결합해 작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냥 무한히 신기할 뿐이다.


금천예술공장 '박정기 입주작가'의 스튜디오 내부금천예술공장 '박정기 입주작가'의 스튜디오 내부
금천에술공장 '강서경 입주작가'의 스튜디오 내부금천에술공장 '강서경 입주작가'의 스튜디오 내부


이 외에도 많은 회화, 설치, 영상 등의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서 공감각적인 구조를 탐구하는 ‘강서경 작가’의 스튜디오, 동양적인 담과 그 너머에 정원을 재현해 사운드와 함께 스튜디오를 꾸민 ‘박정기 작가’의 스튜디오도 흥미로웠다.



그 외에 즐길만한 것


2017 금천예술공장 오픈스튜디오 기획전 <다시, 주변인>2017 금천예술공장 오픈스튜디오 기획전 <다시, 주변인>
금천예술공장 로비에 설치된 '다비드 크레스포 입주작가'의 관객 참여형 작품금천예술공장 로비에 설치된 '다비드 크레스포 입주작가'의 관객 참여형 작품
금천예술공장 '리나 유네스 입주작가'의 오프닝 퍼포먼스금천예술공장 '리나 유네스 입주작가'의 오프닝 퍼포먼스


오픈 스튜디오 밖을 나서도 볼거리는 많았다. 입주작가들이 참여한 1층부터 3층 전시장까지 연결된 전시 다시주변인 >은 입주작가의 스튜디오에서 볼 수 없는 대형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또한 오프닝 행사에서는 페이퍼 아트를 이용한 ‘리나 유네스 작가’의 라이브 퍼포먼스를 비롯해 많은 축하 공연이 있었고, 1층 로비에 설치된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은 청소년과 아이들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예술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었던 금천구였다. 하지만 2009년부터 꾸준히 예술가와 예술 작품을 소개하고 관람객과 지역주민과의 관계 맺기를 시도해온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은 이제 금천구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SNS를 통해 금천예술공장(클릭시 이동) 소식을 꾸준히 체크하며 올해 하반기에 있을 다빈치 크리에이티브를 비롯해 내년 오픈 스튜디오 역시 꼭 놓치지 말자. 


금천예술공장 '8기 입주작가 오픈 스튜디오 & 기획전' 영상 보기


브런치 글 이미지 13


매거진의 이전글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예술로 상상극장>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