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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다’를 통해 ‘만나다’

AiE; 미적체험워크숍 <소설, 인물과 마주보다>

by 서울문화재단
작가가 창조해 활자로 존재하는
‘인물’을 읽는다는 것은 곧,
독자가 어떤 태도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다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양경언 (문학평론가)


새로운 절반의 한해가 시작되는 7월의 첫날, ‘남산예술센터’의 한 스튜디오에서는 특별한 워크숍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서울문화재단’의 < AiE(Art in Education); 미적체험워크숍 >은 특정 예술 장르의 미적 체험을 통해 예술의 기본 언어를 이해하고 미적 요소를 탐구하는 시간이다. 올해 첫 번째 < AiE; 미적체험워크숍 >은 소설 장르의 미적 요소 탐구를 주제로 소설 속 인물이라는 요소를 다각도로 살펴보고 미학적 의미를 생각해보는 시간으로 기획되었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일반 교사, 예술교육가 25명이 함께 워크숍에 참여하고 있었다.

워크숍에는 다양한 분야의 교사, 예술가, 예술가교사(TA)들이 참여 중이다.


< AiE; 미적체험워크숍 >은 3일에 걸쳐 진행되는데 첫 시간은 고전 작품을 통해 소설 장르의 인물이 갖는 조건과 역할을 알아보며 ‘누구’로서의 인물을 만나는 시간을 가진다. 뒤이어 두 번째 시간에는 텍스트 일부를 바탕으로 주변 인물의 이야기를 써 보고, 타 장르와의 비교를 통해 소설 장르의 인물 창조와 타 장르 사이의 차이에 대해 탐구해 보면서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인물을 만나본다. 그리고 마지막 시간은 참여자가 직접 실제인물을 창조하고 소설을 창작하면서 < AiE; 미적체험워크숍 >을 통해 경험한 미적 체험을 나의 경험으로 만들어 공유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소설 안의 인물, 영상 안의 인물


취재를 간 두 번째 날은 텍스트 분석에 이어 ‘물물교환’이라는 단편 영화 감상이 이어졌다. 워크숍 주제가 ‘소설’이라는 장르를 다루는데, ‘영상’을 보는 것이 좀 이상해 보일지 모르겠으나 이 영화는 조세영 감독의 2014년 제작된 단편영화로 조우리 작가의 동명 단편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었다.

이미 앞 시간 텍스트로 접한 작품을 영상이라는 언어로 풀었을 때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를 보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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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이 끝나고 본 소설 원작자 조우리 작가는 “소설을 쓰면서 존재할 법하다고 생각했던 설정들이 영상으로 생겨난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제 글을 읽고 많이 하는 평가가 갈등이 없다는 것인데 영상 안에서는 갈등구조가 생겨서 신기합니다.”라고 소설에서는 차별화되어 보이는 영상 언어에 대한 소감을 말했고, 이에 조세영 감독은 “영화는 시점이 하나가 아니에요. 일인칭이 아니라 다양한 시점이 존재합니다. 소설과 다른 점이라면 영화 속에서는 인물보다는 상황이 극대화되고 캐릭터가 축소되는 면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라며 소설 속 인물과 영화 속 인물의 차이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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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소설과 영화의 이야기 톤은 차이가 있었다. 소설 ‘물물교환(문장웹진을 통해 읽을 수 있다. 바로가기)' 속 폐지 줍는 할아버지는 영화에서 할머니가 되었고, 그다지 큰 비중이 아니던 현장 관리소장은 영화 속에서 악역으로 자리 잡았다. 작품 속에서 물물교환의 매개로 등장하는 과일인 참외는 영화촬영이 겨울이었던 관계로 귤로 바뀌기도 했다. 이런 표면적 차이 외에도 소설 ‘물물교환’은 조금은 소품 같은 가벼운 느낌으로 읽히는 데 반해, 영화는 어둡고 무거운 느낌으로 보여 졌다. 인물 역시 그 기운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 소설 속 주인공과 영화 속 주인공은 전혀 다른 인물인 듯했다.

이처럼 한 동일한 이야기를 두 개의 다른 장르로 접하는 과정은 확실히 각 장르의 특성을 더욱 도드라지게 경험하는 시간이 되었고 같은 스토리 구조 안에 있지만, 소설을 위해 창조되는 인물과, 영화를 위해 창조되는 인물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실질적으로 맛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평론가의 눈, 제 3자의 눈을 통해 읽히는 인물


다음으로는 강화길 작가의 ‘괜찮은 사람’ 속 인물을 문학평론가 양경언 씨의 평론과 함께 이해해 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40여 분의 평론이 끝난 후 평론가도 작가도 직접 평론을 같이 있는 자리에서 말하고 듣는 경험은 처음이라며 어색하지만 새로운 경험임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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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평론가에게는 그 자리가 다소 어색할 수 있겠지만, 참여자에게는 제 3자를 통해 한 소설 속 인물이 재해석되는 과정을 직접적으로 듣고, 이에 대한 작가의 피드백을 동시에 들으며 다각도로 인물을 이해하는 시간이 될 수 있었다. 즉, 텍스트로 일방적 평론을 읽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경험이 되었다.

이 자리를 통해 소설 안 인물이 어떻게 드러나고, 해체되고 다시 자신의 자리를 찾게 되는지 그 과정을 고스란히 체험하는 시간이었고, 참여자들 또한 그 체험 안에 개입하며 소설의 인물을 다양한 스펙트럼 안에서 만날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능동적 읽기를 통한 훈련된 독자 되기


< AiE; 미적체험워크숍 > 참여자인 2년 차 예술가교사(TA)로 활동하고 있는 최영동 씨는 문학전공자였다. “예술교육을 하면서 전공이 문학인데도 텍스트보다는 주로 공연, 무용 등 시각적인 재료 위주로 작업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번 워크숍은 텍스트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해볼 수 있을 것 같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라고 참여 동기를 말했다. 특히, 소설을 서사가 아닌 인물에 초점이 맞춰 읽는 것은 다양한 장르의 캐릭터를 고민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 AiE; 미적체험워크숍 >의 강사이자 작가인 강화길, 조우리 작가는 워크숍의 주제인 소설의 인물이 주는 ‘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무엇이다’라고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이 바로 ‘미’인 것 같아요. 인물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다채롭게 보여 질 수 있기 때문에 아름답습니다.”라고 말했다.

“소설 속 인물은 중심인물과 주변인물을 포함하여 독자가 능동적으로 읽기가 가능하다.”며 “이번 워크숍을 통해 알고 읽는, 훈련된 독자로서 독서 경험이 확장되고 이를 통해 상상력 확장되는 것, 그래서 또 다른 이야기로의 확장까지를 체험하면 좋을 것”이라며 워크숍의 기대치를 밝히기도 했다.


텍스트를 보고 있지만, 경험은 그 밖으로 확장된다.


무수한 말들과 텍스트가 오고 가는 5시간의 < AiE; 미적체험워크숍 >은 그 모든 말과 텍스트를 이해하고 기록하는 자리는 분명 아니었다. 그것들이 소설 속 인물을 어떻게 읽어내고, 그 읽기를 통해 어떻게 만나는가의 과정을 다양하게 경험하는 시간이었다고 해야 맞겠다.

하나의 예술 장르가 가진 아름다움과 ‘잘 만나보는’ 경험은 다양한 삶의 시공간에서 무언가를 만날 때 확장된 경험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 AiE; 미적체험워크숍 >은 ‘예술 장르의 미적체험을 경험함으로써 삶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워크숍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시민기자단] '읽는다'를 통해 '만나다' - < AiE; 미적체험워크숍 > "소설, 인물과 마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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