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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교사(TA) - 뉴욕, 링컨센터 워크숍에 가다下

뉴욕 링컨센터 연수 2주차(6-10일 차)의 기록

by 서울문화재단

6일 차. Tuesday, July 11

어린이 예술가교사(Teaching Artist, 이하 TA)로(현재 예술로 플러스 전담) 4년 동안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늘 새로운 자극과 영감을 통해 스스로 깨어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포럼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미국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교사(TA)들과 함께 한국의 예술교육현장에 대하여 공유하고 토론하는 과정은 더 넓은 시각과 사고를 갖기에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링컨센터 Summer Forum의 참가기회는 개인적으로 새로운 도전이고 예술가교사(TA)로서는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확신했다.

그렇게 링컨센터 썸머포럼에 참여하게 되었고, 1~5일 차 수업은 미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교사(TA)들과의 활동을 통해 새로운 자극과 영감을 갖는 활동을 함과 동시에 예술가교사(TA)로서 항상 기억해야 할 기본적인 태도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시간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포럼 6일 차, 이날은 나를 포함한 모든 친구들이 기다리던 날이었다. 이날은 바로 Whitney Museum(휘트니 미술관)에 가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미술관에 가기 전 오전 수업에서는 Barbara의 진행으로 균형 잡기를 중심으로 한 조형작품 만들기 수업이 진행되었다. 하나의 도형을 자르고 연관된 도형들을 생각하여 자르고 평면인 것의 균형을 생각하여 입체로 만들어보고 작품에 어울리는 제목을 서로 지어보는 활동으로 마무리되었다. 이 활동에서 내 작품에 여러 제목들이 붙여졌었는데, 개인적으로 “Goodnight Moon"이라는 제목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 이름이기도 하였지만, 작품과 가장 잘 어울리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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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수업이 끝나고 드디어 휘트니로 출발하였다. 함께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수업을 시작했다. 오전 수업에서 균형과 조형작품에 대한 활동을 하면서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에 대한 탐구이구나!’ 하는 예상을 했었는데, 역시 예상했던 대로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을 중심으로 탐구하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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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에서 작품에 대한 탐구를 할 때 학습자들이 작품에 대해 호기심을 갖도록 이끄는 동기부여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는데, 이는 내가 학습자 입장이 되어 작품을 탐구해보는 경험을 해보는 시간이었다. 예술가교사(TA)는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보를 전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들 스스로 작품에서 정보를 찾고 탐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미술관에서 수업을 듣고 작품에 대하여 함께 탐구하고 토론했던 시간은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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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나고 1시간 정도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며 미술관의 그림들을 더 관람하였는데, 집에 가기 아쉬웠던 우리는 함께 ‘하이라인 공원(High Line Park)'를 걸으며 못다 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이곳은 과거 화물 운송 기차가 다니던 웨스트사이드의 22개 블록에 걸쳐 있는 버려진 고가철도를 공원으로 개발한 것이라고 하는데, 볼거리가 많은 첼시 쪽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또 다른 매력의 뉴욕을 감상할 수 있었다.

또한, 버려진 고가철도를 공원으로 개발했다는 점에서 환경문제와 예술이 접목된 또 다른 형태의 액티비즘(Activism)* 활동이라는 것이 흥미로웠다.


* 액티비즘 (행동주의, activism) : 의식 고양(consciousness raising), 연합(coalition)의 개발, 선거인 등록제도(voter registration drives)와 정치적 캠페인을 이끄는 일, 선전과 공공성의 중대, 그리고 사회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들을 취하는 것과 같은 행동을 위해 계획된 행동을 의미함.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행동주의 [activism] (사회복지학사전, 2009. 8. 15., Blue Fish))



7일 차. Wednesday, July 12

포럼 7일 차, ‘Eric Booth'의 강연으로 오전 수업을 시작하였다. 강의의 주제는’Four Key Things We Forget About Teaching Artistry'. 우리가 예술가교사(TA)에 대하여 잊어버릴 수 있는 4가지 중요한 점에 대한 강의였다. 우리는 학습자에게 내적 동기부여를 줄 수 있어야 하고 그들 스스로 책임을 느끼고 스스로가 나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학습자에게 목적성을 보여주고 예술가교사(TA)가 할 수 있는 영역을 우리 스스로 사소하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오랫동안 예술가교사(TA)로서 활동하였지만, 자신 역시도 항상 스스로 깨어있기를 노력하고 예술가교사(TA)들과의 끊임없는 연구로 현장에 있는 그의 모습은 나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다. 지난 4년간 서울문화재단 어린이 예술가교사(TA)로 활동해오면서 어느 순간에는 수업의 목표를 위하여 학습자 스스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지 못했던 부분들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예술가교사(TA)는 매 순간 매 수업마다 객관적인 평가와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연을 통해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런 순간이 없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예술가교사(TA) 고유의 영역에 대한 정체성도 약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잊지 말고 깨어있는 예술가교사(TA)가 되기를 노력해야 한다.

오후에는 Soul Science Lab(SSL)의 < Music Performance Soundtrack '63 >이라는 공연을 관람하였다.


링컨센터_이미지캡쳐_1.PNG SoundTrack '63 포스터 및 공연모습 (출처. 구글)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경험을 예술적 방법으로 회상하는 내용의 멀티미디어 음악 공연이었다. 브룩클린에서 활동하고 있는 Soul Science Lab(SSL). 시대의 흐름과 의미 있는 사건을 매력적으로 편집하여 비디오를 띄우고 음악과 보컬이 함께했던 이 공연은 아프리칸 아메리칸 영가, 저항 음악, 힙합, 재즈, 펑크, 소울 등의 다양한 장르로 구성되어있었다. 또한, 동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미래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생각하게 하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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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잠긴 친구들부터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이는 모습까지 다양하였다. 하지만 어떠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공연을 보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자유롭게 적어보는 시간으로 공연에 대한 감상을 나누었다. 미국 역사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역사와 현재에 대한 관점으로 본다면 미국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점에서 종이 중앙에 적힌 글귀가 인상적이었다.

Our History is Not our past. It is NOW!
(우리의 역사는 우리의 과거가 아니다. 바로 지금이다!)

예술가교사(TA)로 수업을 하다 보면 역사적인 부분에 대하여 언급하거나 다뤄야 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그럴 때 나는 어떠한 방향으로 전달해야 할까?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8~10일 차. July 13~15.

포럼 8일 차부터 마지막 날까지의 3일 동안은 포럼 참가자 개인이 수업 지도안을 만들고 4명씩 구성된 팀원들과 자신의 전체 지도안에 대하여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도안 수정을 거치고, 10분 정도 참가자들을 상대로 자신의 지도안을 가지고 실제 수업을 실행해보며 서로 조언해주는 시간으로 진행되었다.

뮤지션, 비주얼 아티스트, 극작가, 연출가 등 다양한 예술가교사(TA)분들의 시각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모두들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담아내려 노력하였다. 나 역시 그중 하나였는데, 초등학교 저학년을 상대로 수업하는 예술가교사(TA)분들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서 다른 예술가교사(TA)분들의 지도안을 공유하였을 때 내가 만나는 초등학교 학생들에겐 실질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하는 활동들도 있었다. 하지만, 수업의 목표와 목적성에 맞게 활동을 조금 수정하여 적용한다면 재미있는 수업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흥미로운 아이디어들을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흥미로웠던 것은 액티비즘(Activism)에 관한 수업이었는데, 문제를 인식하고 그것에 대하여 학습자들 스스로 깨닫고 고민하는 시간을 초등학교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만들었는지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연구하게 될 수업에 대해서도 사회적·정치적 상황에 대하여 학습자가 부딪히고 스스로 깨달을 수 있으려면 제시되는 방법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수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비올리스트 Daphne의 수업은 우리가 알고 있는 노래 하나를 선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음의 성질을 나타내는 악상기호(빠르기, 꾸밈음 등)에는 어떤 것이 있나 알아보면서 이것을 노래에 적용해서 함께 불러 본다. 이후 팀별로 악상기호 중 하나를 선택하여 노래 악보에 적용하면, 그것을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그녀가 비올라로 연주를 해주는 것이었다. 내가 선택한 악상기호가 바로바로 적용되어 연주로 이어지는 것은 특별한 미적체험이었고 음악의 다양한 악상기호를 효과적으로 인지할 수 있었다. 만약 연주 실력이 없는 내가 수업을 진행한다면, 악기가 아닌 노래의 형태로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보았다. 어쩌면 더 자유롭고 능동적인 수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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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10-%EC%A1%B0%ED%98%9C%EB%A6%ACTA-%EB%A7%81%EC%BB%A8%EC%84%BC%ED%84%B0-%EC%9B%8C%ED%81%AC%EC%83%B5-%ED%9B%84%EB%B0%98%EB%B6%80%ED%8E%B8-09.jpg?type=w966 클레이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오브제를 가지고 활동을 만들었던 Josh의 수업. Josh는 자신이 직접 쓴 글과 인형으로 동화책을 출판하기도 한 아티스트이다.

3일 동안 참가자들의 수업지도안을 공유하고 나니 10일 동안의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시작할 때는 길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하루하루 지나가는 시간이 너무 아깝게 느껴질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다.

포럼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는 현재 내가 예술가교사(TA)로서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연구하는 과정에 대해 되돌아보고, 수업을 하면서 내가 전달하기 위한 목표를 위해서 학습자들을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그들의 반응을 귀 기울여 들었는가에 대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포럼을 통해 생각하게 된 이러한 질문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나 스스로 수업을 되돌아보고 나 자신 또한 깨어있어야 함은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하는 부분일 것이다.

링컨센터_이미지캡쳐_2.PNG 이번 포럼의 Lead Facilitators: Richard Mannoia(좌), Barbara Ellmann(우).

이번 포럼에 참가하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예술가교사(TA)로서 어떻게 교과학습에 적용하여야 할지는 앞으로의 연구 과정과 수업을 통해 더 고민하며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교사(TA)들과 함께 서로 영감을 주고받고 새로운 자극을 받으며 스스로 깨어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경험이었다.




조혜리 2017 서울형 예술가교사(TA), 연극분야
2014년부터 어린이TA로 활동, 현재 초등교과와 예술을 접목하는 ‘예술로 플러스’ 수업을 진행한다. 액티비즘(Activism) 수업을 통해 역사와 사회에 관한 주제를 초등학생들에게 전달하는 방법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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