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전시 : Nudge -<>

슬쩍 마음을 건드리는 예술

by 서울문화재단
170824-%EB%B3%80%EA%B2%BD%EB%9E%91-%EC%84%9C%EC%9A%B8%EC%98%88%EC%88%A0%EC%B9%98%EC%9C%A0%ED%97%88%EB%B8%8C-Nudge-01.jpg?type=w966 서울예술치유허브 갤러리 맺음 후원 공모 선정 전시 : Nudge -<>


그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특별한 안목 없이 예술 작품에 내포된 복잡한 상징을 제대로 읽어 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완성형으로 발표하는 대부분의 전시와는 달리 관람객에게 색다르게 다가가는 창작 작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7월 26일부터 8월 13일까지 서울예술치유허브에서 열리는 여덟 번째 후원 공모 선정 작가전 ‘Nudge -<>’이다.

넛지(Nudge)는 원래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뜻이다. 안수진, 김정인, 왕에스더, 지영, 정현태 5인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작품을 완성하기 전까지 날 것의 생각이 담긴 드로잉, 메모, 흔적 등을 보여준다. 이렇듯 감상자에게 창작의 비밀을 공개하는 친절한 작가들을 만나보았다.



관계에 대한 유쾌한 은유, 작가 김정인

170824-%EB%B3%80%EA%B2%BD%EB%9E%91-%EC%84%9C%EC%9A%B8%EC%98%88%EC%88%A0%EC%B9%98%EC%9C%A0%ED%97%88%EB%B8%8C-Nudge-02.jpg?type=w966 Hiding, 작가 김정인
170824-%EB%B3%80%EA%B2%BD%EB%9E%91-%EC%84%9C%EC%9A%B8%EC%98%88%EC%88%A0%EC%B9%98%EC%9C%A0%ED%97%88%EB%B8%8C-Nudge-03.jpg?type=w966 ‘침 뱉는 개’ 과정 스케치와 작품, 작가 김정인


공중에 떠 있는 돌멩이를 향해 침 뱉는 개, 곡예를 하듯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서 있는 개, 빈집 뒤에 숨어서 빼꼼 주위를 살피는 개 등 김정인 작가의 작품에는 귀염둥이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얼핏 사진 또는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같기도 한 그림이 그저 유쾌했다. 하지만 가만히 보노라면 어딘가 위태한 균형이 감지된다.

작가는 절제된 이미지 속에 현 사회의 구멍 난 관계를 슬며시 숨겨놓았다. 누워서 하늘을 향해 침 뱉는 개는 헛된 수고를 하는 인간에 대한 풍자이다. 작품 ‘빈집(Hiding)’은 사람이 살지 않는 공간에 공허한 마음을 투영한다. 그와 나란히 걸린 스케치는 또 다른 형태의 연작 같지만, 완성 작품이 되기까지의 프린팅, 드로잉과 채색 단계를 보여주는 밑그림이다.

김정인 작가는 사람들의 관계성에 주목한다. 간혹 내적인 상처나 같은 경험이 있는 이들이 숨은 의도를 알아차리기도 하지만, 작가는 관람객이 자신의 작품을 가볍고 재미있게 감상하기를 바랐다. 작가는 요즘 스컬피(종이 찰흙)를 이용해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트 상품으로 만나도 좋을 이 오브제가 벽에서 내려와 3차원의 공간에서 어떤 활약을 할지 무척 기대된다.



기억을 간직한 사물, 작가 지영

170824-%EB%B3%80%EA%B2%BD%EB%9E%91-%EC%84%9C%EC%9A%B8%EC%98%88%EC%88%A0%EC%B9%98%EC%9C%A0%ED%97%88%EB%B8%8C-Nudge-04.jpg?type=w966 오브제 드로잉, 작가 지영
170824-%EB%B3%80%EA%B2%BD%EB%9E%91-%EC%84%9C%EC%9A%B8%EC%98%88%EC%88%A0%EC%B9%98%EC%9C%A0%ED%97%88%EB%B8%8C-Nudge-05.jpg?type=w966 제작 단계를 보여주는 필름 밑그림(좌)과 완성 작품(우), 작가 지영
사소한 꽃, 작가 지영


지영 작가의 세계는 어릴 적 갖고 놀던 인형과 장난감, 유모차 등 기억을 간직한 사물로 가득하다. 작가는 설명을 청하는 기자에게 먼저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되물었다. 작품에 대한 감상자의 상상을 존중하는 태도였다. 처음 그림을 마주했을 때 알루미늄판에 음각으로 새겨진 가는 선마다 어떤 아픔의 기운이 배어있는 듯했다. 하지만 작가는 반짝거리는 금속 표면이 그림을 돋보이게 하는 장치라고 말했다.

한편 스케치 속 인형들은 다리가 없거나, 눈을 안대로 가리고 있다. 작가가 오브제에 부여한 결함은 삶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상황을 의미한다. 작품 ‘사소한 꽃’에도 이런 그늘이 엷게 드리워져 있다. 그림은 중앙의 유모차 대신 화폭 가득 펼쳐진 화사한 꽃에 시선을 가둔다. 이 작품은 누구나 상처의 흔적이 있지만, 그래도 삶은 아름다운 거라고 말하는 듯하다. 현실이 고통스럽다고 해서 삶이 꼭 무거워야 할 필요는 없다.



천사가 간직한 영원한 햇살, 작가 왕에스더

170824-%EB%B3%80%EA%B2%BD%EB%9E%91-%EC%84%9C%EC%9A%B8%EC%98%88%EC%88%A0%EC%B9%98%EC%9C%A0%ED%97%88%EB%B8%8C-Nudge-07.jpg?type=w966
170824-%EB%B3%80%EA%B2%BD%EB%9E%91-%EC%84%9C%EC%9A%B8%EC%98%88%EC%88%A0%EC%B9%98%EC%9C%A0%ED%97%88%EB%B8%8C-Nudge-08.jpg?type=w966 ‘천사가 간직한 영원한 햇살’ 외, 작가 왕에스더


발랄한 기운이 넘치는 그림은 이날 하늘하늘 노란색 꽃무늬 원피스를 차려 입은 작가의 드레스 코드와 쏙 빼 닮았다. 다른 작가들과 달리 왕에스더 작가의 전시 코너에는 별다른 작업 과정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뜻밖에도 배경이 비어있는 그림은 미완성 작품이었다. 작은 그림 네 점도 그리는 도중 물감이 갈라져 즉흥적으로 캔버스를 나누어 만든 작업이다.

예술가들은 어느 순간에 붓을 내려놓을까? 왕에스더 작가는 그냥 느껴진다고 했다. 근사하게 말하자면 작품이 스스로 말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가 완벽하게 끝낸 작품은 어디가 다를까? 그림의 형상들이 동화처럼 아기자기하지만 불규칙한 구도에서 살짝 불안한 기운이 감돈다. 작가는 등장인물의 모습을 통해 어릴 적 순수했던 자아와 현재의 외롭고 두려운 자아를 동시에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수시로 충돌하는 자아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작가가 전하는 밝은 햇살이 위로가 될 것이다.



노바디의 정체, 작가 정현태

170824-%EB%B3%80%EA%B2%BD%EB%9E%91-%EC%84%9C%EC%9A%B8%EC%98%88%EC%88%A0%EC%B9%98%EC%9C%A0%ED%97%88%EB%B8%8C-Nudge-09.jpg?type=w966
170824-%EB%B3%80%EA%B2%BD%EB%9E%91-%EC%84%9C%EC%9A%B8%EC%98%88%EC%88%A0%EC%B9%98%EC%9C%A0%ED%97%88%EB%B8%8C-Nudge-10.jpg?type=w966 Back Hug(위), 전시 작품의 과정 자료들, 작가 정현태


배트맨과 슈퍼맨 영화가 처음 인기를 누렸을 때 순진한 아이들이 보자기를 두르고 옥상에서 뛰어내려 다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정현태 작가의 작품은 아이의 천진한 행동처럼 현실과 가상을 오간다.

작품 ‘Back Hug’는 자신을 스스로 선택한 것으로 생각하는 가상의 인물이 망상 혹은 아무것도 아닌 ‘Nobody’를 관찰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에 의하면 그림 중앙에서 비스듬히 비켜난 하얀 얼굴이 ‘Nobody’를 의미한다. 작가는 형체 없는 존재를 통해 나와 타인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은 것일까? 영수증 뒷면에 낙서처럼 끄적인 메모와 영웅 가면을 쓴 아이 사진에서 Nobody가 탄생하기 이전 과정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가짜 꼬마 배트맨과 슈퍼맨은 작가의 어릴 적 모습일까? 이날 아쉽게도 작가를 만나지 못했다.



얼굴에 드러나는 삶의 다양성, 작가 안수진

170824-%EB%B3%80%EA%B2%BD%EB%9E%91-%EC%84%9C%EC%9A%B8%EC%98%88%EC%88%A0%EC%B9%98%EC%9C%A0%ED%97%88%EB%B8%8C-Nudge-11.jpg?type=w966
170824-%EB%B3%80%EA%B2%BD%EB%9E%91-%EC%84%9C%EC%9A%B8%EC%98%88%EC%88%A0%EC%B9%98%EC%9C%A0%ED%97%88%EB%B8%8C-Nudge-12.jpg?type=w966 Human being(위), 얼굴 드로잉과 콜라주 작업 외, 작가 안수진


안수진 작가의 ‘Human being(인간)’은 찌그러지고 흘러내리고 도식화된 형상이 얽혀있다. 작가에게 그림은 넓은 의미의 ‘자화상’이다. 작가는 얼굴을 한 사람의 내면이 드러나는 창구라고 생각한다. 삶의 공포를 드러내는 압축되고 변형된 얼굴이 서서히 자신과 가족, 친구 등 주변 인물들로 바뀌면서 얼굴은 또 다른 삶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작품에 대한 구상이 꽤 오래도록 치열했을까? 안수진 작가의 창작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가 그만큼 다양했다. 그중에는 여덟 살 난 딸이 작가 엄마에게 주는 상장도 있다. ‘멋지게도, 예쁘게도 안 그리고 자기의 느낌을 그린 것’이라는 이유가 감동적이었다. 작가는 딸의 선물이 인간이 되고 싶어서 몸부림치는 그림을 그리는 엄마에게 최고의 힐링이었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안수진 작가는 어설프거나 부족해 보일 수도 있지만, 여러 재료가 합쳐져 작품이 탄생하는 과정을 관람객과 함께 즐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가의 의도와 노력을 작품으로 아우른 넛지-<>는 일상의 가치를 돌아보게 했다. 예술 밖의 세계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림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갤러리에서 옆구리를 슬쩍 건드리는 작가를 만난다면 답을 찾을 것이다.


전시 : Nudge -<> 영상 보기






< 전시 정보 >

서울예술치유허브 갤러리 맺음 후원 공모 선정 전시

▶ Nudge-<>

기간: 2017.07.26(수) ~ 08.13(일) 오전 10시~오후 6시(휴관일 없음)
작가 : 김정인, 지영, 안수진, 왕에스더, 정현태
장소 : 서울예술치유허브 2층 갤러리 맺음
-






< 후속 전시 소개 >

서울예술치유허브 ‘갤러리 맺음’ 후원공모 전시는 올해 9월 말까지 계속된다. 남은 두 번의 전시 중 8월 17일부터 정만규 개인전 <HEALING>이 이어진다.

▶ 정만규 개인전 <HEALING>
기간: 2017.08.17(목)~2017.09.04(월) 10:00~18:00
내용: 고정관념으로 상처를 주거나 다쳤던 이들에게 치유와 위로를 전하는 전시
장소: 서울예술치유허브 2층 갤러리 맺음(성북구 회기로3길 17)
문의: 02-943-9300








%EB%B3%80%EA%B2%BD%EB%9E%91_%ED%91%B8%ED%84%B0.png?type=w966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교육 : < 댄스필름(Dance Film) > 통합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