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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 < 서커스 예술놀이터 > 여름방학 편

서커스 별 따라 모험하는 한 여름의 판타지

by 서울문화재단
한 발을 내밀어 엄지와 검지 발가락 사이,
그리고 뒤꿈치 가운데에 줄을 대고 살짝 밟아보세요.


흔들리는 외줄 위에 올라 아슬아슬 중심을 잡으며 한 발 한 발 내디디고 있는 아이들. 자신의 순서가 한차례 반복될 때마다 저마다의 방법을 익혀가며 줄을 타고 있었다. 여기에 모인 아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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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1. 낯설고도 익숙한 서커스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는 7월의 어느 날, 광진구에 위치한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를 찾았다. 이곳에서는 여름방학을 맞이한 어린이들이 참여해 기예를 체험하는 교육 : < 서커스 예술놀이터 - 여름방학 편(이하 서커스 예술놀이터) >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서커스 예술과 놀이를 결합한 < 서커스 예술놀이터 >는 어린이 대상 예술 교육프로그램으로,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가 개관한 2015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세 번째 여름을 맞이했다. ‘서커스'라는 장르의 특징을 살려 몸을 움직이는 기예 체험은 물론, 기예를 익히는 과정을 통해 정서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체화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구성돼 있다.

‘서커스 예술교육’은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데, 유럽에서는 이미 30년 전부터 시민 대상의 교육·사회통합 프로그램으로 효과를 인정받아왔다.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는 국내에 전문적인 서커스 예술교육 프로그램 도입을 위해 유럽 서커스 예술교육 기관 연합체인 ‘카라반 네트워크(CARAVAN Network)'의 ’2016-2017 사회적 서커스 트레이너를 위한 워크숍‘에 한국인 예술 강사를 선발·파견해 세계적인 수준의 서커스 예술교육을 연구하는 등 전문성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오고 있다.

‘서커스’라고 하면 으레 위험한 동작이나 광대를 떠올리곤 했었는데, < 서커스 예술놀이터 >를 통해 바라본 ‘서커스’는 낯설고도 익숙한 모습으로 아이들의 마음과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Step2. 서커스 별로 떠나는 신나는 예술 모험

지난 7월 29일(토) ~ 30일(일) 양일간 진행된 < 서커스 예술놀이터 > 에는 초등학교 3~6학년 100명의 아이들이 참여했다. 아이들은 25명씩 2개 조로 나누어 4개의 서커스 장르를 체험하는 하루 코스의 서커스 별 모험을 떠났다. ‘서커스 별 모험’을 부제로 ‘아크로바틱’을 배우는 < 떼구르르 별 >, ‘바디드럼’을 배우는 < 음악가 별 >, ‘타이트 와이어’를 배우는 < 아슬아슬 별 >, ‘저글링’을 배우는 < 수학가 별 >을 탐험하는 아이들은 생활 속에서 쉽고 재미있게 따라할 수 있는 동작들을 익히는데 열중했다.

아이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익히고 있는 것은 기예만이 아니었다.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고 비밀스럽게 교육적인 효과를 체화하고 있었다. 프로그램을 통해 배울 수 있는 효과들을 아래에 정리해두었으니 확인해보자.

#1 아크로바틱 < 떼구르르 별 >
몸을 웅크리거나 펼치기도 하고, 선생님의 동작에 따라 데구르르 구르면서 신체를 많이 사용하는데, 도전에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을 통해 자신감을 높일 수 있다.

#2 바디드럼 < 음악가 별 >
몸을 두드리며 리듬을 만드는데, 두드리는 행위 자체로 스트레스 해소에 큰 효과가 있어 아이들이 정서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다.

#3 타이트 와이어 < 아슬아슬 별 >
흔들리는 외줄 위를 떨어지지 않고 타는 법을 익히는데, 줄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집중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4 저글링 < 수학가 별 >
공을 복잡하게 이리저리 던지고 옮겨야 하는 저글링은 순발력과 이해력을 증진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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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타이트 와이어 수업이 시작된 < 아슬아슬 별 >을 찾았다. '타이트 와이어(Tight Wire)‘는 우리나라의 전통 줄타기와 비슷한데, 줄이 철로 되어 있어 밧줄보다 팽팽한 것이 특징이다. 아이들이 줄을 타기 위해 거쳐야 하는 단계가 4~5개가 있는데, 몸을 푸는 기초 단계를 시작으로 눈을 감고 걷기, 손바닥 위에 나뭇가지를 세우고 넘어뜨리지 않기 등 균형감각을 기르기 위한 단계별 사전 활동이 진행됐다. 아이들의 균형감각이 조금씩 나아질 즈음 예술 강사님의 시범이 이어졌다.


무릎을 살짝 구부리면서 가슴을 펴고
양팔을 일자로 벌려 몸의 균형을 맞춰줍니다.
시선은 정면을 바라보고 한 발 더 내디뎌 보는 거예요.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을 반짝이며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시범이 끝난 뒤 본격 줄 위에 올랐다. 한명씩 차례로 선생님의 손을 잡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걸어보는 아이들. 도착지점까지 완주한 아이들의 표정에는 성취의 기쁨과 안도의 표정이 교차했다. 두 번째 시도에는 첫 걸음보다 자신감이 느껴졌다. 살짝 건드려도 휘청거리는 줄 위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정말 어려운 기예. 그럼에도 아이들은 호흡과 신체의 움직임에 최선을 다해 집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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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저글링을 배우는 < 수학가 별 > 교실을 찾았다. 마루 위에 서서 두 개 또는 세 개의 공을 교차해서 던지고 있는 이 공간의 아이들 역시 동작을 익히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저글링에 필요한 능력은 ‘순발력’과 ‘이해력’. 아이들에게 공을 빌려 잠시 체험해봤는데 역시나 쉽지 않았다. 단번에 성공할 수 있는 능력열매가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찰나, 연습하는 아이들의 진지한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옷이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로 연습에 몰입하고 있는 친구와 눈이 마주쳐 물었다. “오늘 ‘서커스’를 해보니 어땠어요?” 그러자 “서커스를 배워보고 싶었는데, 직접 해볼 수 있어서 재밌었어요! 친구들 보여줄 거예요. (전농초등학교 6학년 3반 오현석)” 하고는 다시 연습을 하러 총총 사라졌다.

교육 : '서커스 예술놀이터' 여름방학 편 영상 보기




Step3. 아이들의 꿈과 판타지를 만드는 사람들

서커스 별을 탐험하며 아이들에게 꿈과 판타지를 심어주는 사람들을 만나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Q. 아이들이 정말 재미있게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워서 돌아갈 것 같은데요. 프로그램의 기획의도가 궁금합니다.
“서커스는 운동 능력부터 자아성찰을 통한 집중력, 팀워크를 통한 대인관계능력, 저글링을 위한 구조적인 능력 등 다양한 방면의 지능영역이 필요한 예술 장르입니다. 또한 누구나 본인만의 잘하는 재능을 인정받고 개발할 수 있으며 잘하는 것을 통해 부족한 영역을 배워나가기에 매우 유리합니다. 이번 <서커스 예술놀이터>는 서커스를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재능과 흥미를 발견할 수 있고, 기존에 흥미가 없고 자신감이 떨어지던 영역에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기획 의도가 있습니다.”
_ 권해정(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서커스 예술놀이터 프로그램 담당자)

Q. ‘서커스 별로 떠나는 예술 모험’ 주제가 흥미롭습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초등학교 교과에서 소개되는 ‘바위나리와 아기별’을 테마로 4개의 서커스 별을 탐험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아이들에게 익숙한 이야기로 접근해 꿈과 판타지를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 영역을 고려해 각 단계마다 교육적 효과도 더했습니다. 줄타기를 하면서 이야기 퀴즈를 내거나, 저글링을 하면서 쉬운 수학 문제를 내면서 잘하는 것을 발견하는 기회를 주고, 다른 학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_ 강승우(서커스 예술놀이터 기획 및 강사)

Q. 서커스 예술교육 프로그램이 다소 생소한 분야인데, 예술 강사로 참여를 해주셨어요. 이 프로그램의 예술 강사로 함께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의 지원으로 유럽 서커스 예술교육 네트워크 카라반(CARAVAN)의 프로그램에 참여해 그동안 영국 벨파스트, 핀란드 탐파레, 벨기에 브뤼셀을 탐방하며 경험한 서커스 교육프로그램을 국내에 알리고, 접목하고 싶었습니다.
유럽에서는 ‘서커스’라는 장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한국과 다릅니다. 국내에서는 ‘서커스’라면 위험하거나 광대의 이미지가 강한데, 유럽은 교육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아이들의 발달 시기나 정서에 따른 연구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기도 합니다.”
_ 강승우(서커스 예술놀이터 기획 및 강사)

Q. 앞으로의 서커스 예술교육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
“이 공간을 서커스를 배우고 싶은 누구나에게 열려있는 베이스캠프로 활용하고, 상설 교육프로그램이 많아져 누구나 언제든지 와서 배울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랍니다.”
_ 강승우(서커스 예술놀이터 기획 및 강사)




뜨거운 여름, 예술이 흐르는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에는 구슬땀 흘려가며 서커스를 배우는 아이들이 있었고, 유의미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함께했다. 서커스 무대의 주체가 되어보는 아이들의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진 날, 함께한 모두에게 오래도록 기억되는 프로그램으로 남을 것 같다.





시민기자단 황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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