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체험 : 사피엔스 캠프

사피의 별로 떠난 여름 캠핑

by 서울문화재단
01.jpg?type=w966 <사피엔스 캠프>에서 사피와 함께 노는 어린이들


만약 소행성 B612의 어린 왕자 이야기처럼 우주 어느 곳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존재가 있다면 어떨까? 공상 속 즐거운 일이 지구별에서 일어났다. 여름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이 아무도, 아무것도 없어 외로운 사피의 행성에 찾아왔다. 지난 8월 13일(일)부터 15일(화)까지 서서울예술교육센터에서 열린 이색 어린이 예술 놀이 캠프였다.

11~ 13세 초등학생을 위한 이번 무료 예술교육 프로그램에는 강서구, 양천구 지역 거주 어린이를 포함해 행운의 주인공 30명이 참여했다. ‘사피엔스 캠프’에 온 아이들은 또래 친구와 함께 예술 놀이로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면서 상상의 힘을 키우는 시간을 보냈다.

사피의 별로 변한 서서울예술교육센터에서 어린이들은 먼저 사피와 첫인사를 나누고, 캠프 미션을 전달받았다. 참가자에게 주어진 과제는 물, 불, 소리, 빛, 바람, 흙 등 부족(팀)별로 상상의 행성을 구석구석 탐험하면서 별을 떠나기 전 심심한 사피에게 필요한 것을 만들어주는 일이었다. 이들이 사피에게 준 선물은 무엇이었을까? 외로운 별에 즐거운 변화를 가져온 사피 부족을 만나고 왔다.

02.jpg?type=w966



사피, 친구가 생기다

둘째 날 캠프 현장을 찾았을 때 서서울예술교육센터 야외 수조 구석에 불 피운 흔적이 있었다. 사피와 낯선 방문자들이 캠프파이어로 신나는 밤을 보낸 모양이었다.

이날 사피 부족은 예술가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며 로봇을 제작했다. 어린이들은 컴퓨터 코딩으로 로봇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과정을 신기해했다. 역시 첨단 과학 세상의 아이들답게 곧 익숙해진 솜씨로 로봇을 조작하자 빨강과 파랑 빛을 반짝거리며 동작했다. 이들의 손끝에서 물을 긷거나, 악기를 두드리는 등 각 부족의 특성을 갖춘 사피 친구가 탄생했다.

03.jpg?type=w966 캠프 참여 어린이들이 예술가와 함께 사피의 로봇 친구를 제작하는 디지털 워크숍



사피의 별에서 흙, 물, 빛, 불, 바람과 소리를 느끼다

틈만 나면 컴퓨터 게임과 스마트 폰에 집중하는 아이들이 전혀 다른 환경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염려스러웠다. 하지만 이들은 새 행성의 자연을 발견하고 온몸으로 노는 방법을 터득했다.

흙 건축가가 된 아이들은 땅에서 자라는 식물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흙을 주물러 벽돌을 만들었다. 빛의 예술가들은 빛을 모으는 태양광 패널을 만들고, 미디어를 활용해 빛으로 그림을 그렸다. 한편 캠핑 중에 비 내린 야외에서 개구쟁이들은 물 미끄럼틀을 타고 물로 벽화를 그리는 등 새로운 놀이를 개발했다. 물 부족은 물 정수기와 페트병과 호스를 연결한 식물 급수 장치를 만들면서 물의 귀중함을 체험했다. 특히, 예전 이곳이 물로 가득 찼던 공간이란 점에서 물 과학자들의 발명은 더욱 의미심장했다.

04.jpg?type=w966 페트병과 자갈로 만든 자연 정수기에서 나오는 맑은 물을 신기해하는 어린이들
05.jpg?type=w966 물, 불, 바람, 흙, 소리, 빛 등 자연의 특성을 활용해 창의적인 놀이를 즐기는 아이들


인간의 역사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불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어린이에게 허락되지 않는 물질이다. 하지만 사피의 별에서는 신비한 불의 마술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불을 맡은 친구들은 쥐불놀이로 허공에 불의 궤적을 그리고, 화덕에서 달콤하게 녹는 설탕 과자를 즐겼다. 부족 장기자랑과 즐거운 한때를 보냈던 캠핑의 하이라이트 행사에서도 불 부족의 활약이 컸다. 한편 어린 탐험가들은 사피의 행성에 흐르는 바람을 느끼러 나섰다. 바람 부족은 색종이를 접어 바람개비를 만들고, 비닐봉지를 이어 붙여 상상의 놀이터를 완성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커다란 바람 집이 사락사락 소리를 내며 일렁거렸다. 캠프 마지막 시간에 소개한 영상에 바람과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소리 부족은 일상의 사물이 내는 음에 귀를 기울이고, 리듬으로 표현했다. 세 번째 날 소리 악사들이 멋진 공연을 펼치며 사피 별에서의 활동을 안내했다.



사피 별★ 투어

07.jpg?type=w966
1.PNG 캠핑 마지막 날 참가자와 초대 가족들이 소리 부족의 공연을 구경하는 모습

캠프가 열린 3일 동안 심심한 별에서는 어떤 소동이 벌어졌을까? 참가 어린이들의 가족을 초대한 가운데 소라고둥의 울림으로 이들이 떠날 시간을 알리면서 특별한 공연이 시작되었다.

각 부족을 상징하는 가면을 쓴 소리부족 어린이들이 대나무, 놋그릇, 콩이 담긴 소쿠리 같은 생활 물건으로 근사한 연주를 펼쳤다. 이들이 내는 리드미컬한 장단 사이로 직접 만든 정수기와 창작품을 든 물 부족 친구들이 등장했다. 예술가가 치는 드럼 박자에 따라 소리 부족이 만든 로봇도 플라스틱 빨대로 만든 팔을 흔들며 춤을 췄다. 이어서 바람 부족이 파란 비닐 집 안에서 바람을 일으키며 공연에 합세했다. 공간 전체를 무대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손놀림 아래 철제 난간이 악기가 되었다. 이윽고 손님들은 소리 부족이 이끄는 대로 1층 로비로 발걸음을 옮겼다. 1층 타일 벽 한쪽에는 로봇 작품들과 흙으로 빚은 벽돌, 진흙으로 염색한 티셔츠와 손수건 등 사피에게 전하는 선물이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 작품을 둘러본 관객들은 그간 활동 영상이 준비된 다목적실로 향했다.

10.jpg?type=w966
11.jpg?type=w966 서서울예술교육센터 다목적실에서 진행된 캠프 참가자들의 소감 발표 시간


어둑한 실내에 지구별 영상이 흐르고, 빛 부족이 만든 태양광 작품이 어둠을 밝혔다.

“이곳은 사피의 별입니다. 이제 사피를 위해서 전해 주고 싶은 것들을 선물하고 떠나려고 하는데요. 부족 여러분이 사피에게 친구를 전달해주세요.” 라고 운을 떼자 여섯 부족이 선물을 가지고 나와 사피의 주위를 둘러쌌다.

삼 일간 사피의 별에 머문 이들은 각자 소감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하나같이 신나게 놀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놀이는 곧 성장의 통로이다. 흙으로 벽돌을 빚고, 오염된 물의 정화 과정을 지켜보고, 사물로 소리를 표현하고, 떨어진 잎에서 바람을 느끼고, 또 불을 피우는 활동은 환경과 예술에 대한 새로운 사고를 의미한다. 사피 부족은 상상의 별에서 키운 꿈을 안고 지구별로 돌아갔다.

12.jpg?type=w966
13.jpg?type=w966 사피엔스 캠프 참가자들과 활동 작품들

이번 ‘사피’와의 놀이는 아이들의 자연과 과학 그리고 예술 감수성이 깊어지는 특별한 체험이었다. ‘사피엔스 캠프’는 서서울예술교육센터와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가 어린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해 함께 기획했다. 특히, 이번 프로그램은 하자센터의 활동가와 지역 예술교육단체 강사가 함께해 캠프 참여자들을 폭넓은 창작 활동으로 이끌었다. 이처럼 어린이 예술 교육을 향한 다양한 노력이 계속되는 한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체험 : 사피엔스 캠프 영상 보기




%EB%B3%80%EA%B2%BD%EB%9E%91_%ED%91%B8%ED%84%B0.png?type=w966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공연 : MEET-창작 ‘푸른요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