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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문화재단 Sep 20. 2017

두 거장의 삶을 마주하다

음악극 <100년의 예술가, 윤이상×윤동주>

올해 한국 문화예술계의 주인공은 탄생 100주년을 맞은 두 예술가다. 바로 시인 윤동주(1917~1945)와 작곡가 윤이상(1917~1995).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두 거장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기리는 행사가 연초부터 이어지고 있다. 9월 2일, 서울 청운동 윤동주문학관, 시인의언덕에서는 서울문화재단과 종로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음악극 <100년의 예술가, 윤이상×윤동주>가 펼쳐진다.
1 서울 청운동 윤동주문학관.




윤동주와 윤이상을 한자리에서 만나다

윤동주와 윤이상, 두 거장은 같은 해에 태어났지만 삶의 궤적은 많이 달랐다. 북간도 용정에서 태어난 윤동주는 서울 연희전문학교를 거쳐 1942년 3월 일본 유학을 떠났다. 하지만 이듬해 7월 사촌 송몽규와 함께 조선의 독립과 민족문화 수호를 선동했다는 죄목으로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그리고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1945년 2월 29세의 젊은 나이에 순국했다. 1948년 31편의 시가 수록된 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출간되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반면 경남 통영 출신인 윤이상은 일제강점기 항일운동 지하조직에 가담했다가 2달간 투옥되기도 했지만 무사히 해방을 맞았다. 1956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뒤 독일에 정착한 그는 오페라 <심청>과 관현악곡 <예악>, <무악> 등으로 세계적인 작곡가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1967년 ‘동백림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2년간 수감생활을 한 뒤 친북 인사로 낙인 찍혀 다시는 한국에 돌아오지 못했다.

조국을 사랑했지만 조국에 돌아가지 못했던 두 거장을 한 무대에 세운 작품이 관객을 찾는다. 서울문화재단이 종로문화재단과 공동으로 주관하는 음악극 <100년의 예술가, 윤이상×윤동주>가 그것으로, 9월 2일 서울 청운동 윤동주문학관 시인의언덕에서 공연된다. 극단 걸판을 이끄는 최현미가 쓰고 연출하는 이 작품은 두 거장이 100년 전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조국에서 만나 함께 작업했을 것이라는 안타까운 상상에서 비롯됐다.

이 작품은 윤동주와 윤이상의 일생에서 중요한 ‘공간’을 함께했거나 ‘정치’적으로 연결된 두 인물을 각각 등장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이들의 회고를 통해 윤동주와 윤이상을 차례차례 무대에 불러낸다.

전반부는 연희전문학교 시절 윤동주의 친구 정병욱(1922~1982)과 스승 이양하(1904~1963)를 통해 윤동주를 그리고 있다. 윤동주는 두 사람과 나이 차이가 있었지만 5살 아래인 정병욱을 결코 손아랫사람으로 대하지 않았고, 교수 이양하와는 담배를 피우며 은밀한 대화를 나눌 정도로 친밀했다.

연희전문학교 졸업을 앞두고 윤동주는 그동안 쓴 시들을 묶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제목으로 자필 시집 3부를 만들었다. 3부 가운데 하나는 자신이 갖고, 나머지 2부는 이양하와 정병욱에 넘겼다. 이 시집을 읽은 이양하는 일본 유학을 앞둔 윤동주의 신변을 걱정해 출판을 보류하라고 권했다. 이후 윤동주와 이양하가 가지고 있던 자필 시집은 행방을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정병욱이 가지고 있던 자필 시집은 그의 어머니가 장롱 속 깊이 감춰둔 덕분에 해방 후 빛을 보게 됐다.

윤이상을 불러낸 후반부에는 남북한에 있던 그의 두 동향 친구가 등장한다. 그의 방북을 처음 권유한 월북 음악가 최상한과 한평생 진한 우정을 나눴던 시조시인 김상옥이다. 독일에 머물던 윤이상은 최상한의 편지를 받고 1963년 북한을 방문한다. 죽마고우를 만나고 강서고분 벽화를 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 때문에 박정희 대통령이 부정선거 시비를 덮기 위해 일으킨 동백림 사건으로 고초를 치르게 된다.

일제 말기 윤이상과 도피생활을 함께했던 김상옥은 해방 후 윤이상 등 통영 출신 예술가들과 함께 통영문화협회 회원으로 활동했다. 윤이상의 가곡 <편지>와 <그네>는 바로 김상옥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다. 김상옥은 동백림 사건 당시 윤이상을 적극 변호한 것은 물론 윤이상이 타계했을 때 통영에서 추도식을 주도할 만큼 각별했다.

음악극 <100년의 예술가, 윤이상×윤동주>에는 지난해 개봉돼 큰 주목을 받았던 영화 <동주>의 OST와 함께 윤이상이 작곡한 가곡들과 관현악곡이 사용된다. 고단했던 두 거장의 삶을 관객들이 정서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서울 곳곳에서 펼쳐지는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 17-17’

2 극단 걸판의 연습 모습. 3 청년 윤이상 연주단.

<100년의 예술가, 윤이상×윤동주>는 서울문화재단이 8월 25일부터 9월 23일까지 4주간 서울 시내 곳곳에서 진행하는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 17-17’(이하 ‘17-17’)의 일환이다. ‘17-17’의 핵심은 지난 5월 공개 모집과 6월 오디션으로 선발된 청년 클래식 앙상블 ‘청년 윤이상 연주단’이 참여하는 <프롬나드 콘서트>다. 12명의 젊은 연주자로 구성된 청년 윤이상 연주단은 현대음악을 어렵게 느끼는 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예정이다. 음악감독으로 최우정 서울대 작곡과 교수가 함께하며, 청년 윤이상 연주단의 멘토로 TIMF 앙상블 단원들이 참여한다.


문화역서울284, 윤동주문학관, 서울로7017, 복합문화예술공간 행화탕, 다시세운광장 등에서 6회에 걸쳐 열리는 <프롬나드 콘서트>는 공연마다 작곡가 윤이상의 음악에 문학, 판소리, 비보잉, 토크 등 다양한 장르를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프롬나드 콘서트>의 대미는 윤이상이 태어난 9월 17일 다시세운광장에서 마무리된다. 그리고 9월 23일 DDP 잔디언덕에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어우러지는 가운데 윤이상을 기리는 대규모 야외 콘서트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 평화헌정콘서트: 윤이상으로부터>가 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장지영 (국민일보 기자, 공연 칼럼니스트)
사진 제공 종로문화재단, 극단 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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