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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문화재단 Nov 27. 2015

도심 속 오아시스! 시민의 장터 '늘장'

 복작복작 예술로(路)





최근 유명 골목마다 ‘플리마켓’이라 불리는 거리장터가 이젠 제법 익숙하시죠? 저 역시 이번 마포구 염리동에 위치한 ‘늘장’에 대한 취재를 맡았을 때, ‘조금 다른 플리마켓인가 보다’ 정도로 생각하며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취재일이 다가왔고, ‘늘장’이 위치해 있는 공덕역으로 향했습니다. 1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높다란 빌딩 숲이 눈에 들어옵니다. 쿵쾅거리는 기계음들이 사방에 울리는 이곳엔 여기저기서 마천루를 지어갑니다.




오늘 이곳을 찾은 건, 서울시내 골목골목을 문화예술로 즐겁게 만드는 복작복작 예술로(路) 선정 프로그램 중 하나인 늘장협동조합의 <주민들과 함께 만드는 아트 파켓(Art-Parket) 만들기> 프로그램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몇 발자국 걷자 형광색 글씨로 적힌 <우리농부 좋은 농부> 팻말이 ‘늘장’으로 안내합니다. 마포라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 전혀 예상치 못한 시골장터 느낌, 아니 옛 시골 마당의 모습을 닮은 곳이 나오니 적잖이 당황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입구부터 토산물 판매장이 눈에 띕니다.


(찰칵찰칵)

“어! 거기 사진 찍는 양반! 나 찍는 거요?”

“네? 아... 그게 아니라 저...저는....”


찰칵거리는 카메라 소리를 내기가 무섭게 상점 주인아저씨와 손님이 저를 향해 돌아보며 물어봅니다. 혹시 실례를 범한 것일까 해서 말까지 더듬거리게 되더군요.


“아니~ 나 찍어서 나오면 출연료 500원~”


성격 좋은 주인아저씨의 농담에 귀까지 빨개진 내 얼굴을 본 손님이 크게 웃어 버립니다. 덩달아 저도 웃음이 터지더군요. 그렇게 ‘늘장’에 들어서자마자 겪은 느낌은, 처음이지만 오래 봐왔던 친구 같았습니다.



취재를 먼저 해야겠지만, 사방이 눈요기와 입요기 거리로 가득하니 일단 여기저기 구경하기 바빠집니다. 최근에는 이웃사촌을 넘어 더 친근한 사람 사이를 ‘일촌공동체’라고도 부른다고 합니다. ‘늘장’의 상점 주인과 손님들이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딱 그렇게 보입니다. 대화가 오가다 마음 맞으면 물건도 사고하는 거겠지요. 가만 보니 장터 곳곳에 노란색 표기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강원도 예천군 00 농부님’ 그 밑에는 연락처가 적혀있습니다. 알고 보니 ‘늘장’에 내다 파는 물건들은 직접 생산한 것들로, 판매도 전부 직거래 형태로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가격도 참 착하게 매겨져 있더군요.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풍겨 옵니다. 부침개, 어묵, 옥수수부터 이동식 살치살 스테이크까지 다양한 요기 거리가 가득합니다. 아이들이 입가에 고인 침이 마를세라 부모님들 옷깃을 끌며, 자신들이 먹고 싶은 먹거리 앞으로 달려갑니다.



이보쇼!! 여기도 멋지게 한방 찍어주쇼!”한 껏 바쁘게 부침개를 부치시던 아저씨께서 절 불러 세웁니다.


“뭐 하시는 분이요?” “서울문화재단 문화가인이라고요. 시민기자입니다.”“기자? 그럼 우리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제일 이쁘고 멋있게 나와야 해!  뭣들하고 있어 이것 좀 잡아봐!”


전동 휠체어에 기댄 아저씨 두 분이 기름이 튈까 봐 뒤에 고이 접어둔 현수막을 펼쳐 보입니다. 현수막에는 마포 주민들과 함께하는 장애인 주민활동가 <마포마을지기>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박혀있습니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방금 전까지 아이들처럼 천진난만하게 장난기 가득하셨던 웃음이 사라집니다. 긴장하신 거지요. 그 모습들이 어찌나 좋았던지 저도 모르게 다가가 말을 건넵니다.


“에이~ 이쁘고 멋지게 나오셔야 하신다면서요. 자 웃음 한방~”



겸연쩍게 카메라를 보시더니 환한 웃음을 지어주십니다. 이렇게 ‘늘장’은 개인들이 별도로 판매자 신청을 하고 나와 물건을 판매할 수도 있지만, 단체와 사회적 기업 그리고 협동조합들이 모이는 이색적인 장터이기도 합니다.



‘늘장;을 가로지르는 이상한 텃밭이 있습니다. 소금꽃 마을텃밭이라 불리는 이곳은 염리동과 대흥동 일대의 소금꽃마을 주민 이십여 커뮤니티가 함께 운영하는 마을텃밭이랍니다. 이 텃밭을 기준으로 반대편 하늘 위로는 하늘거리는 연들 이 보입니다.



▲ 연 만들기
▲코사지 만들기


▲도자 그릇 만들기
▲은 실반지 만들기사진
▲ 아이들의 편지를 배지로 제작해주는 이벤트


이쪽에는 아이들과 함께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즐비하네요. 금속공예체험 <은 실반지 만들기>, 연기 체험 워크숍 <연기 교습소>, 연 만들기 체험 <창작 연 만들기>, 업싸이클링 체험 <꽃사지 만들기> 등.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프로그램이 다양합니다. 각 곳을 돌아보니 이미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한창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네요.


▲ 극단 더더더의 연기교습소


그런데 유독 눈에 띄는 곳이 있습니다. 연기 체험 워크숍 <연기 교습소>라는 곳입니다. 극단 더더더에서 운영 중인 연기 교습소는 3천 원을 주면 10분 동안 연기교습을 해준다고 하니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극단장 이태양 님이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양한 소품과 대본이 눈에 들어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영화, 드라마 등의 실제 대본들이네요. 10분간 교습 후에 3회에 걸친 촬영(보너스 1회)을 하게 되는데, 3회 이상 틀리면 NG컷이라고 해서  교습받은 분의 이메일이나 페이스북을 통해서 전달해준다고 합니다.




커다란 책자가 눈에 띕니다. 단장님이 제작한 팝업 형식으로 만든 아이들 동화책이네요. 밖에 세워져 있는 마차를 끌고 다니면서 아이들을 위해 팝업 동화 공연도 한다고 합니다. 보는 줄만 알았던 ‘연기’가 새로운 즐길 거리가 되었습니다.




‘늘장’ 입구에는 어릴 적 많이 보아왔던 연통 난로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덩그러니 놓여있었는데, 시간이 지나 날이 어둑해지자 난로 옆으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각자 손에 감자와 고구마가 들려있네요. 그 모습을 보니 저도 함께 고구마를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싶어 집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늘장’ 밖으로 나서니 다시 공사현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왜 ‘늘장’이 도심 속 오아시스라 불리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는 순간입니다. 추위가 다가오는 요즘, 여러분도 매일이 새롭고 즐거움이 가득한 곳 ‘늘장’에서 사람의 온기를 가득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늘장 열리는 시간 : 매일 오전 11시~저녁 9시

※ 주민참여 벼룩시장 ‘모두의 주말벼룩시장’ : 매주 토요일 정오 12시~오후 5시

늘장 블로그 : http://blog.naver.com/neuljang365

늘장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alwaysmarket2013      







글·사진 장영원 서울문화재단 '문화가인' 블로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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