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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문화재단 Mar 30. 2016

홍대 앞 작은 문화를 여는
소액多(다)컴

지호인, 상업디자인과 순수예술의 경계를 탐색하다

▲ 지호인 개인전 - <무신경적 착복에 대한 신경질적 텍스타일 디자인 전>

                                           

꼬물꼬물 봄이 깨어납니다. 남쪽으로부터 연일 개화 소식이 들려오는데요. 움츠린 겨울이 지나간 홍대 문화 특구에도 예술의 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봄 햇살이 따스한 날, 홍대 앞으로 조금 특별한 전시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텍스타일 디자이너 출신 작가 지호인 개인전이 올해 3월 1일부터 15일까지 복합문화공간 무대륙(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열렸습니다. 전시 제목이 랩의 라임을 타듯 감각적인데요. <무신경적 착복에 대한 신경질적 텍스타일 디자인 전>입니다. 같은 전시가 지난 2월 13일부터 21일까지 대안공간 아워몬스터(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와 2월 23일부터 28일까지 서교예술실험센터(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개최된 바 있는데요. 이번 전시는 2015년 서울문화재단 서교예술실험센터의 ‘소액多(다)컴’ 지원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홍대 앞 창작자들을 위한 ‘소액多(다)컴’

   

                               

‘소액多컴’은 홍대 앞에서 벌어지는 작지만 창의적인 문화예술 활동을 돕는 소액 지원 사업입니다. 서교예술실험센터가 기획 운영하는 본 프로젝트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예술지원 제도의 문턱을 낮추고 젊은 작가들에게 전시나 퍼포먼스의 기회를 마련해줍니다. '소액多컴' 선정 여부는 지원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자유 발표 및 투표’로 진행됩니다. 이러한 심사 과정을 통해 지원자들에게 비용뿐만 아니라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장을 제공합니다. 지난 2015년도에는 3월부터 12월까지 최종 선정된 이들이(매월 5건 내외) 각각 50만 원의 지원금으로 그들만의 작은 예술을 시도할 수 있었는데요. 이 혜택이 신진작가들의 예술을 싹 틔우는 거름이 되었겠지요?



▲ 지호인 개인전 - 전시 포스터, 무대륙




지호인 개인전 <무신경적 착복에 대한 신경질적 텍스타일디자인>

              

▲ 지호인 개인전  - ‘가래침’ 연작


▲ 지호인 개인전 - 무제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 입구 유리창에 붙은 조그만 포스터가 눈길을 끌었어요. 사진 속 천 조각과 ‘텍스타일’이라는 단어가 이번 전시의 키워드일까요? 하얀 천 위에 찍힌 커다란 물음표에서 젊은 예술창작자의 고민이 보이는 듯합니다. 


"예뻐" 
'무신경적 착복에 대한 신경질적 스타일디자인'은 남의 디자인을 하고
 돈을 받는 내 소비적 이미지 생산에 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했다.
 -지호인 '작가 노트'중에서





전시 공간 무(Mu)대륙

              


이번 전시가 열린 무대륙은 카페와 공연장, 아티스트를 위한 작업실이 함께 있는 복합문화공간 입니다. 큼지막하고 심플한 디자인의 이동 가능한 테이블과 빈티지 인테리어로 꾸민 실내가 꽤 넓습니다. 만남, 전시, 라이브 공연 등 다양한 용도에 어울리는 구조였어요. 


독특한 홍대 문화를 만들어낸 홍대 부근은 일찍이 상업 지대로 변해 제1의 젠트리피케이션 지역으로 불리는데요. 무대륙은 지하철 합정역 부근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해 인근 합정과 연남동 일대로 확산된 문화 벨트의 존재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 지호인 개인전 - 텍스타일 디자인을 적용한 평면 작품




예술에 대한 무신경적 소비와 신경질적 창작의 간극

              


벽면에 전시된 작품들은 네 개의 주제가 각각 짝을 이룹니다. 작품 제목은 그림이 풍기는 느낌과 다르게 ‘코딱지’, ‘똥’, ‘토사물’, ‘가래침’ 등 다소 더러운 이미지를 연상시키는데요. 지호인 작가는 이번 전시가 일반적인 미의 관념을 비판적 시각에서 바라본 작업이라고 밝힙니다. 그가 몸담았던 패션 디자인 브랜드에서는 6개월마다 영감의 원천이 되는 오브제를 ‘패셔너블’이란 용어에 알맞게 텍스타일에 접목시켜 새롭게 변형된 천으로 옷을 만듭니다. 이때 사람들의 관심은 아름다운 표면에만 있을 뿐, 새 패턴으로 창조된 디자이너의 예술적 상상력은 주목받지 못 합니다. 작가는 세상에서 ‘예쁨’이 받아들여지는 방식과 예술의 근거가 되는 ‘아름다움’의 간극에서 고민하는데요. 그의 이러한 생각은 작품들의 제목과 결과물의 차이로 표현됩니다.


▲ 지호인 개인전 - 텍스타일 오브제를 적용한 아트 제품들(핸드폰 케이스와 엽서)




전시 배경

              


고등학교 졸업 후 텍스타일 디자이너로 출발해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있는 지호인 작가의 예술적 이력이 남다른 데요. 작가는 주문자의 기호에 맞춘 상업적인 일이 아닌 순수 예술로 자신만의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옷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제품에 반영된 미적 요소를 단지 ‘예뻐’라는 한 마디로 치부해 버리는 점에 회의를 느껴왔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의 느낌을 이번 전시의 모티브로 삼았는데요. 작가는 우리가 보편적으로 혐오감을 느끼는 사물이나 토사물 등을 뒤바꾼 전혀 다른 이미지를 통해 관람객들의 무신경적 반응을 살핍니다.


▲ 지호인 개인전 - 동대문 원단 시장의 제품 표시법을 이용한 전시 캡션




전시 기획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기존의 캔버스에서 잘 다루지 않는 방식으로 천(폴리에스테르 소재)에 오브제를 전사한 판화 타입의 평면 작업과 아트 제품을 선보입니다. 그의 작품들은 물감 대신 털, 실크, 데님 등이 갖고 있는 재질로 독특한 질감을 드러냅니다. 공간 곳곳 아이디어가 색다른 전시 디스플레이도 인상적입니다. 제목과 작품 가격을 적은 캡션이 원단에 붙어있는 라벨처럼 생겼어요. 작가는 동대문 원단 시장에서 사용하는 제품 표시법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합니다. 전시장 입구의 휘날리는 천은 시장에서 제품 구매자들을 위해 무료로 제공하는 샘플과 같은 의미를 지닙니다.


▲ 복합문화공간 무대륙 전경

          

지호인 작가는 예전 서교예술실험센터의 작은예술지원사업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적이 있습니다. 그는 계속 도전하여 직업이었던 텍스타일 디자인 분야의 소비성과 순수예술 창작성의 경계를 직접 확인하고, 이를 허무는 개인 작업의 기회를 얻게 된 것이죠.


▲ 서교예술실험센터 - 홍대앞 모든만남 100% 무료입장



서교예술실험센터 ‘소액多(다)컴’은


작년에 이어 2016년 4월부터 매월 창의적인 창작활동 및 교류 프로젝트(공연, 전시, 퍼포먼스), 홍대 앞 문화예술 관련 출판과 소규모 연구활동 지원을 시작합니다. 올해부터 예전보다 지원금이 상향될 예정이어서 더욱 반갑습니다. 지금 나만의 예술 세계를 펼치거나 서로 나누고 싶다면 작은문화지원사업의 문을 두드리세요.  


자세한 내용은

서교예술실험센터 (http://cafe.naver.com/seoulartspace/) 또는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를(http://www.sfac.or.kr/html/main/index.asp) 참고하세요.



글·사진 변경랑서울문화재단 시민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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