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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문화재단 Apr 19. 2016

때로는 희미한 위로가 살아갈 힘이 된다

귀.국.전(歸國展)-commercial, definitely-마카다...

남산예술센터의 새로운 도전


내달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에서 진행하는 2016년 시즌프로그램에서 유독 남달라 보이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중극장 규모로 확대 가능한 소극장 작품 또는 젊은 창작자들과의 협업으로 진행되는 <주제기획전>이 그것이다. 올해는 ‘귀.국.전(歸國展)’이라는 이름 아래, 김민정 연출의 ‘불행’(4월 7~10일), 이경성 연출의 ‘그녀를 말해요’(4월 14~17일), 구자혜 연출의 ‘commercial, definitely-마카다미아, 검열, 사과 그리고 맨스플레인’(4월 21~24일)이 관객들과 만날 기회를 얻었다. 그동안 남산예술센터에서 제작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던 젊은 창작자나 작품을 수용하기 위한 시도인 만큼, 관객들이 새로운 장르의 연극과 마주할 기회를 얻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이들의 도전이 새로운 이유가 ‘귀국전’이라는 주제 때문은 아니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예술가들의 작품이 선보여지는 공간에서 우리는 흔히 ‘귀국전’을 보아왔다. 이번 ‘귀.국.전’이 특별한 이유는 구자혜 연출을 포함한 세 명의 창작자들이 프랑스나 독일처럼 ‘있어 보이는’ 나라가 아닌, 세상의 가장 후미진 변방에서 돌아온 처지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머물렀던 변방은 허름한 연습실이나 작은 소극장, 혹은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몸을 담았거나 담고 있는 공간이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남산예술센터는 ‘이들 눈에 비친 고국은 불행하고, 슬프고, 폭력적이다. 하여, 이들의 작품을 보호할 타이틀로 한국 예술사의 어느 한때, 검열을 피하기 위해 사용하기도 했다는 ‘귀국전’이라는 타이틀을 차용한다’고 ‘귀.국.전(歸國展)’의 취지를 밝히고 있다.  



상업적인, 무엇보다 상업적인


▲ 구자혜 연출의 ‘Commercial, Definitely-마카다미아, 검열, 사과 그리고 맨스플레인’ 포스터. 불투명하게 흔들리는 등장인물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걸까.


국가의 모순적인 모습과 뻔뻔한 폭력에 질려버린 당신이라면, 세 작품 중에서도 구자혜 연출의 ‘commercial, definitely-마카다미아, 검열, 사과 그리고 맨스플레인’(이하 ‘커머셜’)과 만나보길 권한다.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난처한 위치를 자처하는 작품이어서인지 ‘커머셜’의 포스터가 주는 느낌은 다분히 예술적이다. 이에 반기를 들기라도 하듯이, ‘절대로(definitely), ‘상업적인(commercial)’ 연극 제목은 상업극을 표방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남산예술센터가 ‘커머셜’의 첫 무대는 아니다. 2015 혜화동 1번지 6기 동인 가을페스티벌 [상업극]에서 초연을 선보인 ‘커머셜’은 트랜디한 형식으로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핫이슈를 말한 바 있다. 다만 2015년 초연 당시 ‘마카다미아, 표절, 메르스 그리고 맨스플레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었던 이 작품은 작품의 무대를 남산예술센터로 옮겨온 올해 ‘마카다미아, 검열, 사과, 그리고 맨스플레인’이라는 새로운 부제를 나열한다.


2016년 ‘커머셜’의 무대에서는 이슈를 불러일으킨 인물들이 핫하게 걸어 나온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뻔뻔하게 정당성을 주장하는 이들이다. 예술가와 예술작품을 검열하는 자,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는 국가의 정당성을 끊임없이 맨스플레인 하는 자, 갑질을 일삼는 대기업 간부. 마지막으로 이들을 지켜보며 지적인 모습 뒤로 아무 의미 없는 주석을 다는 등장인물의 모습처럼 ‘커머셜’이 취하는 연극의 모습에서는 진정성이나 당위성과 같은 가치를 찾아볼 수 없다. 


이렇듯 스스로 상업적임을 자백하고 있는 ‘커머셜’의 변화는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자극한다. 대학로의 작은 극장인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서 중극장 규모의 남산예술센터로 옮겨온 ‘커머셜’이 어떤 방식으로 무대를 차용할 것인지, 2015년의 부제가 어떤 리듬으로 재반주 될 것인지는 구자혜 연출의 몫이다.



키를 잡은 선장, 바다로 나가다


▲ 구자혜 연출이 던진 의문은 당신이 사는 세상과 만나 느낌표가 된다


‘커머셜’의 키를 잡은 구자혜 연출은 ‘여기는 당연히, 극장’의 대표이자 작가 겸 연출가이다. 2010년 신작희곡페스티벌에서 희곡 <먼지섬>으로 등단하였고, 2013 차세대예술인력육성사업(AYAF)과 2014 서울연극센터 유망예술지원사업 NEWStage에 선정, 현재 혜화동 1번지 6기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20년이 넘도록 이어지는 ‘혜화동1번지’의 실험 정신과 ‘커머셜’이 폭로하는 한국 사회의 실상이 어떤 화학작용을 일으킬지 궁금하다.


과거 구자혜 연출의 작품을 살펴보면 그녀가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말해왔음을 알 수 있다. 아마도 그녀에게 예술과 사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보인다. 예술의 표현방식에 관해서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때로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말할 때 예술이 가장 예술답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작품을 관람한 이들은 공연이 끝나고 객석에서 일어나며 속이 시원해진다고 말한다. 속 시원함의 이면에는 삶의 후미진 구석을 살아가는 이들이 주고받는 ‘위로’의 감정이 숨어있지 않을까.


점차 완연해지는 봄기운이 무색하게도 때때로 찾아오는 공허함에 마음 시린 당신이라면, 4월 말 남산예술센터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유머러스하고 직접적인 그녀의 화법이 당신의 마음을 움직였다면 다음 세대의 이들이 ‘귀국(歸國)’할 고국은 한결 살만한 세상일지도 모를 테니까.


<공연정보> 

제목: 귀.국.전(歸國展)  

분류 : 뮤지컬 

장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기간 : 2016-04-21 ~ 2016-04-24 

관람료 정가 : 30,000원  

문의 : 02-758-2150   

홈페이지 : http://www.nsartscenter.or.kr/Home/Perf/PerfDetail.aspx?IdPerf=1072 


글·사진 방원경서울문화재단 시민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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