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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 맺는 기쁨 May 28. 2021

감으로 하는 육아 이야기

실수로 하게 된 모유수유

나는 처음부터 분유 수유를 할 작정이었다. 건강상의 문제로 먹던 약 때문이었다. 실제로 첫째 아이를 낳은 후 초유도 먹이지 않고 두 달이 다 되어가게 분유 수유를 하였다. 수차례 단유 마사지를 받았고 나의 가슴은 처녀의 것처럼 말랑해졌었다.

아이는 분유도 꿀꺽꿀꺽 맛있게 먹었다. 두 달이 다 되어가니 아이는 3시간마다 수유를 원했고 어디선가 본 육아상식에 적힌 대로였다. 너무나 쉽게 그리고 빨리 찾아온 외적 평화였다.

그리고 이 시점에 나는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아아. 아이가 빨면 빨수록 배고픈 아이를 위해 끝없이 양식을 창조해 내는 엄마의 젖에 대해 누군가 귀띔해 주었다면!
으악. 여성건강 간호학 수업 때 이런 내용이 있었던가! 아이고 교수님!
내 진작 이것을 알았더라면 이만 울음을 그치라고, 어서 달콤한 잠에 빠지라고 그 작은 입에 말랑해진 젖을 물리지 않았으리라.

그리고 열흘쯤 지나 아이는 하루에 800cc가량 먹던 분유를 하루 120cc 먹었다. 생후 2개월쯤 되었을 때였다.

분유 수유만 하는 아이가 하루 400cc 이상의 분유를 먹지 않으면 뇌 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전문가의 글을 본 후 나는 무척 조급해졌다. 모유수유센터에 가서 유축을 해보니 한 젖에 30cc가 나왔고 당연히 아이 성장에 충분한 양이 아니었다.

나는 갈림길에 서 있었다. 분유 수유와 모유수유 그 사이에.

사실 나는 너무나 간절히 모유수유가 하고 싶었다. 아이가 태어나 처음 요구하는 그것을 나는 최선을 다해 들어주고 싶었다. 사실 그것 말고 해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내 기준에 나는 가난한 엄마였고 줄 수 있는 건 내 몸뚱이밖에 없었으니.

그리고 아이가 젖을 빨 때 살며시 눈을 감고 온 몸의 힘을 스르륵 빼며 살짝 입을 벌리는 그 사랑스러운 모습을 본 나는 이제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이것이 나의 소명처럼 느껴졌다. 나의 운명이며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굴레였다.  

나는 많은 시도를 했다.

1. 모유 생성 유도기. 들어본 적 있는 분 계시는지 모르겠다. 분유를 가느다란 관을 통해 주는데 관을 끝을 젖꼭지에 테이프로 붙인다. 아이가 젖을 빨 때 관도 같이 빨면서 분유를 먹는다. 이물감이 있어 아이가 싫어한다. 관이 얇고 길어서 씻기가 힘들다. 작은 것이 꽤 비싸다.

2. 가슴 마사지. 1회에 8만 원으로 고가였고, 아이 태어났다고 받은 용돈을 여기에 쏟아부었다.

3. 프로락틴(유즙분비 호르몬)이 나오는 밤 10시에서 새벽 4시 사이에 2~3시간마다 알람을 맞춰놓고 아이를 깨워서 젖을 물리고 누워서 남은 젖은 모두 짜냈다. 잠을 못 자는 것도 젖을 짜느라 손목과 손가락이 아픈 것도 무척 힘들었다.

4. 모어 밀크 플러스 복용하기. 이것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병행하였던 것이다.

5. 우족 끓여 먹기, 미역국 먹기, 심지어 새벽에도 밥에 말아 한 사발씩 먹었다. 다른 것보다 칼로리가 중요한데(모유 수유 시 하루에 500kcal 더 먹어야 한다) 나는 거의 출산 전 몸무게로 돌아간 상태였기에 더 많이 먹어야 했다.

6. 스푼 수유, 컵 수유, 젖꼭지 바꾸기, 젖병 바꾸기 모두 실패하였다.

이 모든 시도로 결국 모유 내놓으라며 파업했던 아이의 운명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신가?

두근 두근두근두근

아이와 엄마는 결국 이것에 성공하였다. 젖이 나왔다. 아이가 원하는 만큼 충분히!

그리고 나는 분유 수유 없이 둘째가 뱃속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 날까지 총 21개월 모유수유를 하였다. (산부인과 주치의 선생님이 임신했을 때도 모유수유할 수 있다고 했다면 나는 유니세프가 권장하는 24개월까지 모유수유를 했을 것이다.)

처음 엄마가 되었고 내가 젖 먹여 아이를 키운 이 시간이 내 생애 가장 아름다웠던, 너무 소중해서 가슴속에 간직한 채 계속 꺼내 보게 되는 보물 같은 시간이었다고 고백한다.


나는 내가 모유수유를 했다는 사실보다는 아이가 생애 처음으로 주장했던 것을 결국 얻었다는 것이 더욱 감격스럽다.


그리고 이런 경험이 아이가 살면서 시도할 수많은 도전의 근거와 자산이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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