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더더기를 버리고 핵심만
동틀 즈음입니다. 내 몸과 밀착된 옷에서 톡톡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들립니다. 아무것도 들고 있진 않아 손과 팔 흔듦이 자연스럽지만, 한쪽 주머니에 들어 있는 휴대폰 때문에 어깨가 기웁니다. 어깨를 들썩여 자세를 바로잡지만 옷자락은 여전히 왼쪽으로 축 늘어집니다. 빗방울은 내 얼굴에 점찍듯 세심히 내리면서도 간격이나 속도의 계산 없이 무심하기도 합니다. 바람과 나뭇잎 소리가 함께 들려올 때면 내 몸을 스치다가 휘감고, 감다가 추켜올리는 바람의 결을 느낍니다.
나는 이 시간에 다른 것은 하지 않고 오직 걷기만 합니다. 산책하는 것에 서툴다는 것을 인정하고 핵심의 핵심만 추려서 그것만이라도 제대로 해보기로 합니다. 산책의 군더더기를 버립니다. 나에게 산책의 핵심은 머리가 아닌 몸입니다. 몸으로 존재하는 지금-여기입니다. 몸의 시간이 쌓여, 언젠가 눈꺼풀 하나 벗겨지듯 몸의 차원이 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내게 이보다 훌륭한 보상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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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다캠퍼스의 공간살림명상 중에 작성한 살림 메시지입니다.
#씨앗글: 아난다 박미옥의 '일상으로의 황홀한 몰입 살림 명상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