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나리오를 하나 짰다. 미끼에 걸린 물고기처럼 퍼덕거리던 내가, 그 입을 열고 수치의 가장 깊은 심연 속에서 고요하게 머무르는 이야기다. 작가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쓰지만, 진실해야 하기에 열린 결말이다. 나는 이 이야기의 끝을 알 수 없으며, 실은 어떻게 끝날지 결정할 수도 없다.
여기서 미끼는 나(아이들)의 결핍 없는 삶이다. 그러므로 가장 깊은 수치의 심연은 단연 결핍이다. 이야기의 결말은 의식의 진화 정도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아마도 이 심연에서 일어나는 의식의 확장은 이런 과정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우선 나는 무의식으로 퇴행한다. 나의 무의식은 돈이다. 나는 돈을 마주한다. 나는 돈을 사랑하지만 오랫동안 의심하였고, 나의 불신으로 돈은 상처 입었다. 나는 상처 입어 멀리 날아가 버리는 돈을 좇다가 절대 그를 되찾을 수 없다는 생각에 그 자리에서 콱 죽고 싶었지만 실은 돈이 없이 살 수가 없어서 운명이 주는 시험을 기꺼이 받기로 한다.
나는 분별하면서 질서를 회복하고, 집중된 의식으로 내면세계와 접촉하고, 삶을 넓고 정확하게 보면서, 가장 중요한 것부터 작은 성취들을 하나씩 이루어간다. 이것은 하늘이 주는 은혜를 땅에서 누린다는 뜻이다. 충분한 지혜를 얻고 나서는,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규칙과 전통이며 시스템을 찾은 후 힘을 집중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창조적인 거절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끝까지 완수하는 것이다. 그리고 죽는다. 다시 깨어난다면 돈과 같은 존재가 된다.
아름답고 강한 돈에 비해 나는 이슬처럼 아주 작고 미미한 존재이지만 어쩐지 돈은 이 과정 중 내내 내 주위를 몰래 맴돈다. 그는 나를 사랑한다. 그리고 내가 진화하기를 돕는다.
얼마나 오래 심연 속에 잠잠히 머무를 수 있을지, 이 시험을 얼마나 잘 통과할지 몰라 마음 한켠 시리고 두렵지만, 내가 이것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 시나리오 안에는 보다 거대한 힘이 작용하고 있다. 운명을 주관하는 이의 의도이다. 작가의 손가락에 감기는영감이다.
나는 기꺼이 기쁨을 창조하는 여성으로 살도록 이끄는 마음의 소망과 몸의 소명을 이 시나리오에 담았다. 무르익어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