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난다 박미옥 선생님 비롯 동반 수련자들과 함께 하루 3개의 물건을 비우고 3개의 기쁨을 찾는 공간 살림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중 내 삶의 군더더기를 비우지 못하는 이유를 찾아 집안의 쓰레기들과 면담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오늘은 그 여덟 번째 시간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한 전집. 절판된 상태로 중고로만 구입가능하다.품목: 작은 철학자 철학동화
가격: 정가 580,000원(중고는 1~2만 원선에 거래되고 있음)
스펙: 철학 동화, 출간 2006년, 양장본, 총 54권, 대상 연령 6~8세
책장 한칸을 차지하고 있는 작은 철학자 철학동화개인면담 개물 면담: 쓰레기의 변명
옛날 옛적에 마이마이 카세트테이프로 젝스키스, 조성모, 지오디, 핑클, SES의 음악을 듣던 시대 이야기예요. 지붕 하나에 화장실 하나, 세 가족, 총 열한 식구의 보금자리인 낡고 작은 집에 아폴로 눈병에 걸려 빨간 눈을 한 소녀가 살았습니다.
빨간 눈 소녀는 배가 고파서 TV를 보면서, 새벽에 일하러 나가신 엄마가 전날 끓여둔 김치찌개에 밥을 말아먹고는 괜히 슬퍼졌어요. TV에서 god오빠들의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는 노래를 부르는것을 보고는, 가난한 엄마의 고단함과 노란색 단무지를 얹어 먹는 맛있는 짜장면이 생각났던 거예요.
소녀는 괜히 김치찌개 말고 뭐 먹을 게 없나 하고 냉장고 문을 열었지만, 역시 집에서 가장 맛있는 건 김치찌개.
소녀는 김치찌개에 밥을 말아 또 한 그릇을 뚝딱했어요.
배가 부른 소녀는 눈을 감았어요. 이제 소녀는 주문을 외우고 어른이 된 자신을 만나러 갑니다.
움파룸파둠 두비두바둠
어른이 된 소녀는 핸드폰에 깔아 둔 멜론 앱으로 음악을 틉니다. 엄마 노래 말고요. 아이들 노래. 주로 인가 동요 100선 또는 핑크퐁 노래, 겨울 왕국 OST입니다. 소녀는 아이들과 아침을 먹으려고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냅니다. 오늘은 유기농 김에 굴비를 바삭하게 구워줘야겠어요. 아침 간식 무가당 요구르트에 유기농 시리얼, 사과랑 귤. 이 집엔 TV가 없어요. 거실에도 책, 작은 방에도 책, 큰 방에도 책. 전집 20질은 족히 넘는 것 같네요.
밥을 먹자고 아이들을 부르는데 첫째 아이 열매는 계속 책을 가지고 와서 읽어 달라고 하네요. 아이가 어디선가 계속 책을 가지고 와서 책이 집안에 가득 쌓입니다. "어어.. 이제 그만... 그만 가져와", 하지만 열매는 소녀의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책을 계속 가져와요 소녀는 이제 책 속에서 헤엄을 칩니다. 책이 머리 끝까지 차올랐어요. 어푸어푸 꼬르륵!
소녀는 재빨리 주문을 외웁니다.
어푸어푸 꼬르륵 움파..꼬르륵..룸파..꼬르륵..헉헉..둠 두비..꼬르륵..두바둠!!
소녀는 식은땀을 흘리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드르륵 문이 열리며 일터에서 돌아온 엄마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소녀를 들여다보며 물었어요." 니 괜찮나?"
소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머뭇거리더니 흐느끼며 대답합니다. "흑흑.. 엄마 나, 짜장면 먹고 싶다."
소녀는 그날 저녁 짜장면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엄마는 짜장면이 좋다고 하셨습니다.
1. 의견
비싸게 준 책은 아니었다. 당근에서 2만 원 주고 산 깨끗한 전집이었다. 읽어보니 생각할 거리를 주는 참 좋은 책이었으나 그림이 난해하고 색감이 칙칙해서 우리 집 아이가 좋아할 만한 책은 아니었다. 책을 살 때 어떤 내용의 무슨 책인지 좀 더 꼼꼼히 알아봤어야 하는데 그러질 않았다. 단지, 집에 책이 많으면 좋지 하고 싼 가격에 나왔길래 산거였다.
파블로프의 개가 종소리에 침을 흘리듯 나는 그럴싸한 동화책을 보면 나도 모르게 구매했다.
우리 집 첫째 아이는 책순이인데, 어느 정도냐 하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밥 먹을 때도, 산책을 나가기 전에도, 동생이 낮잠을 잘 때도, 자기 전에도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나는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것에 내심 기뻤다. 내가 책을 통해 내 경험의 한계를 넘게 한 수많은 세계를 만날 수 있었기에, 아이도 그러하리라 믿었다. 책 읽는 것이 가난한 부모가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선의 자산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다.
나는 아이 책 놓을 자리가 없어서 내 책과 옷을 많이 버렸고, 안방, 작은방, 거실 벽면 가득 아이 책이었는데도, 부족하다며 무슨 책을 살까 기웃대고 있었다.
사실 나는 내가 어릴 때 부모의 지도하에 많은 책을 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았다. 집이 가난해서 마음먹고 산 전집 할부금을 못 내서 몽땅 수거당했다던데, 어린 내가 친구 집에 놀러 가서 그 자리에 앉아 집에 돌아가기 전까지 책을 읽어대서 친구 엄마가 내가 좀 이상하다며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던데, 만약 그때 엄마가 나를 도서관이라도 데려갔으면 어땠을까? 그럼 지금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하는 아쉬움 말이다.
물론, 이런 가정은 유익하지도 생산적이지도 않다는 것을 알지만 나 자신에 대한 열등감에 사로잡힐 때면 이런 식으로 자꾸 부모님 탓을 하고 싶어졌다.
나는 어린 시절 책을 마음껏 읽지 못해 억울한 마음에, 내가 희열을 느끼는 것을 포착하지 못한 죄로 인생을 돌고 돌아가는 것만 같은데, 혹시 나의 아이도 그럴까 봐 온 집에 가득 차도록 아이 책을 들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나와 아이를 동일시 한채, 과하게 아이의 미래를 불안해하며 아이 책을 너무 많이 샀던 것이다. 그렇게 나의 과거를 되돌릴수 있다고 착각하면서.
적당히 사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어린 시절 나도 위로하고 나의 아이에게도 지적 즐거움을 주었을 텐데, 책 꽃을 자리가 없어서 어른 손도 닿지 않는 책장 위에서 부터 천장까지 책이 가득하니 정리도 안되고 제대로 읽을 수도 없구나.
그렇지!
아이와 나는 다른 존재이며
아이가 살아갈 시대와 내가 자라온 시대와 조건은 같을수가 없는데 나는 아이를 통해 내 인생을 만회하려고 했구나.
아이의 인생을 통해 나를 살려다보니
지금의 나를 살지 못하고 있었구나!
내가 책이 부족해서 문제였다면
아이에게는 책이 너무 많아서 문제일 수도 있겠다.
내가 부모님의 보살핌이 적어서 외로웠다면
아이는 과도한 부모의 관심에 숨 막힐 수도 있겠구나.
그래, 이제는 책 강박에서 벗어날 때다.
2. 물건과 관련된 감정
신경 쓰임, 회의적임, 불안, 힘겨움
3. 물건과 관련된 욕구
아이가 원 없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욕구
아이가 똑똑한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욕구
아이가 성공적인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욕구
4. 비우려는 구체적인 이유
책이 너무 많아서, 책장에 안 꽂히는 책들은 어른 손에도 닿지 않는 높은 곳에 있어서 아이가 원해도 책을 읽을 수가 없다.
책장을 산다고 해도 책장을 둘 공간이 없다. (이미 집에 책장이 11개 있다.
비우려던 책이 판매가 안돼서, 무료 나눔을 했다.
나는 아이가 꺼내 보지도 않는 책인데도 그것을 보내며 슬퍼했다.
내 속의 불안은 인정했지만, 그래서 변화를 선택했지만, 나의 삶에서 뿌리 깊은 이것을 비워내기가 힘겹다는 것을 절감했다.
용기를 낸 나를 칭찬하며, '내게 가장 편안하게 가장 친절하게 비우며 진실한 나를 찾자'며 다시 나를 다독인다.
결론: 너는 쓰레기로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