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도록, 그러니까 내가 아이를 낳기 전까지 엄마라는 단어를 인생의 고향이나, 영혼의 안식처라는 관념으로 해석해 왔다.
나는 진실로 그것을 마치 텅 빈 예배당에 혼자 앉아 읊조리는 신도의 기도소리나 동백기름을 바르고 얌전하게 땋은 머리에 붉은 댕기를 단 처녀의 머리카락 같은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내가 직접 두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 엄마라는 단어는 그 글자의 모양이 지나치게 예쁘고 어감이 갖는 무게가 너무 가볍다는 것을 깨닫고 만다.
나는 이제 엄마라는 것은 신도의 기도소리나 동백기름 흐르는 처녀의 댕기머리가 아니라 시퍼런 칼 위에 서서 뛰어대는 무당의 푸닥거리나 뜨거운 땡볕 아래 기미 낀 아낙내의 호미질 같은 것에 가깝다는 것을 안다.
엄마라는 것은 내가 머리로 알던 것보다 훨씬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텔레비전에 화면 속 배우의 모공처럼, 도저히 숨길수 없는, 적나라한 현실 그 자체였다.
그것은 낭만이니 뭐니 하며 헛소리 짓거릴 틈 없이, 흐르는 물에 기저귀에 뭍은 아이 똥 닦고, 출산의 고통보다 더 끔찍한 젖몸살을 앓다가 좀 크면 세끼 밥까지 차려내고, 우는 아이 안아가며 밤에 겨우 재운 뒤 흐물거리는 정신으로 내 꿈은 뭐였나 뒤적이는 삶이었다.
나는 속았다. 완전히 속았다.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속았는지 모른 채, 나는 완전히 속아 엄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