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땅 흔들며 그 아래 불덩어리들 토해낼 때
나는 온 힘 다해 날개 퍼덕여 달아나면서도
그 뜨거운 열기 온몸에 두르길 바랐을 것이다.
심판의 날
쉴 새 없이 내리는 비에 땅이 잠기고 하늘이 가까워질 때에
나는 코 끝에서 찰랑이는 물속에서 허우적대며 마지막 숨을 몰아쉬면서도
끝내 하늘 향한 눈길 거두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아 바로 그날!
내 뒤를 쫓는 맹수의 천둥 같은 발자국 소리 들으며 달아나다
결국 붙잡혀 목에서 시뻘건 피 왈칵 쏟으면서도
나는 틀림없이 나를 쓰다듬던 달빛, 별빛
그 고요한 빛의 시를 읊고 또 읊었구나!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그 시뻘건 불 앞에
그 시퍼런 물 앞에
넘실대는 그 은빛 피 앞에 이리 흔들릴 수 없다.
그것 아니라면
내 몸의 열기와 하늘 향한 이 몸부림,
내 영혼이 토해놓는 이 심상은 대체 무어란 말이냐?
내 뼈와 근육이 그 굉음을
나의 망막이 그 빗줄기를
내 피가 그 빛들을 기억함이니
내 온 존재가 입자와 진동으로 화답한다.
나는 우주의 시작과 함께였고
세상의 종말과도 함께 일 것이다.
내가 믿기론, 존재란 모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