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매 맺는 기쁨 Jan 11. 2022

입자와 진동

내가 믿는 나

아주 오래전

흔들며 아래 불덩어리들 토해낼 때

나는 온 힘 다해 날개 퍼덕여 달아나면서도

그 뜨거운 열기 온몸에 두르길 바랐을 것이다.


심판

쉴 새 없이 내리는 비에 땅이 잠기고 하늘이 가까워질 때에

나는 코 끝에서 찰랑이는 물속에서 허우적대며 마지막 숨을 몰아쉬면서도

끝내 하늘 향한 눈길 거두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바로 그날!

내 뒤를 쫓는 맹수의 천둥 같은 발자국 소리 들으며 달아나다

결국 붙잡혀  목에서 시뻘건 피 왈칵 쏟으면서도

나는 틀림없이 나를 쓰다듬던 달빛, 별빛

그 고요한 빛의 시를 읊고 또 읊었구나!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그 시뻘건 불 앞에

그 시퍼런 물 앞에

넘실대는 그 은빛 피 앞에 이리 흔들릴 수 없다.


그것 아니라면

내 몸의  열기와 하늘 향한 이 몸부림, 

영혼이 토해놓는 이 심상은 대체 무어란 말이냐?


뼈와 근육이 그 굉음을

나의 망막이 그 빗줄기를

내 피가 그 빛들을 기억함이니

내 온 존재가  입자와 진동으로 화답한다.


나는 우주의 시작과 함께였고

세상의 종말과도 함께 일 것이다.


내가 믿기론, 존재란 모두 그렇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완전히 속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