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새벽 '하' 하고 내뱉은 숨에 흐려지던 안경알
두 손 마주 잡고 빛 속을 걸을 때 길게 늘어지던 그림자
맞닿은 어깨 위에 내리던 한 여름밤의 별빛
우리, 뜨겁게 사랑했던 그러나 지나간 그 긴긴밤
작고 봉긋하던 나의 젖가슴, 내내 맴돌던 뜨거운 그대 숨소리
그 시절의 젊고 예쁜 나, 그리고 당신
전원을 켤 수 없는 핸드폰에 지우지 못한 그대의 문자메시지
일기장 사이에 꽂힌 채 잊힌 우리의 사진
숱한 그리움과 그대 없는 계절, 그럼에도 살아지는 나의 삶
아름답고 헛된 그것은
이미 쪼그라들고 메마르고 바래진 그것은
내 손톱과 발톱, 머리카락이 되어 끝없이 자랐다.
그것은 순진한 아이의 노래가 되었고
루주 바른 노파의 입에서 새어 나오는 새파란 기도가,
내 가슴에서 터져 나오는 시의 언어가 되었다.
또 그것은
그의 과거이고 그녀의 미래이며
나의 지금 이 순간이기도 하다.
그 모든 헛된 것들
그러니까 그토록 서럽게 헛된 것들이
나의 삶을 완전하게 한다.
그것이 우주의 섭리이고
칠판을 메운 정교한 수학이고
내가 평생 붙들 종교이다.
아름답고 헛된 모든 것은
유용하다.
반드시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