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매 맺는 기쁨 Jan 13. 2022

겨울 이야기. 열 문장 만들기

언공 '글 쓰는 언니들' 오늘의 미션

1. 나는 겨울에도 눈이 내리지 않는 한반도 남쪽 끝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자랐다.


2. 그런데 그해엔 기상이변으로 사방에 하얀 눈이 소복이 내렸고, 시끌벅적하던 세상은 일순 고요해졌다.


3. 그 동네엔 제설작업도 스노우타이어란 것도 없었기 때문에 구름의 장난질에 정해진대로 흘러가던 삶이 잠시 멈췄던 것이다.


4. 나는 그 짧은 정적의 순간, 그제야 나를 묶고 있던 어떤 속박에서 벗어나 알 수 없는 해방감을 느꼈던 것 같다.


5. 눈이 내린 세상은 내가 이전에 알던 세상이 아니었음에 나는 기뻤다.


6. 어린 나이지만 이미 삶이 지긋지긋하던 참이었고, 다른 차원의 삶이 우주 어딘가에 존재했으면 하고 바랐으므로.


7. 아주 오래전 일이다.


8. 나는 이제 내가 바라던 다른 차원의 삶을 산다.


9. 지금 내가 사는 세상은 겨울에 무심코 커튼을 젖히면 소복이 쌓은 눈을 볼 수 있다.


10. 그리고 나는 생각에 잠기는 것이다. 그때 그 시절이 정말 존재했던가 하고.

작가의 이전글 아름답고 헛된 것들의 유용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