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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 맺는 기쁨 Feb 19. 2022

이름으로 삼행시

이혜영

이: 이혜영이라는 이름의 배우가 있었다. 아버지가 대충 지어준 촌스럽고 무심한 이름이 싫던 소녀는, 배우의 이름을 빌려 살기 시작했다. 그 소녀가 남자를 만나 딸을 낳았다.



혜: "혜영이라고 부르자." 엄마가 된 소녀는 자신의 온 소망을 담아, 딸의 이름을 혜영이라고 지었다. 그녀 자신의 삶이 그랬던 것처럼 사려 깊고 현명하게 지은 이름은 아니었으나 그녀의 최선이었다.



영: 영원할 것 같던 젊음은 바람처럼 지나갔다. 황폐해 버려진 땅을 경작하듯 모질고 모진 세월을 산 소녀는 자신의 굵고 두툼한 손을 내려다보며 한마디를 내뱉었다. "손이 참 예뻤었는데, 이제 꼭 남자 손 같다." 엄마의 두 번째 이름처럼 '혜영'이라 불리던 아이는 가늘고 길던 엄마의 손을 떠올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엄마의 그 말이 참 슬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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