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두려운 곳에서 나는.
경력직 간호사 복직기 1
가장 두렵던 곳이었다. 지금 내가 있는 이곳. 나는 복직하는 것이 두려웠다. 체질상 꼼꼼하고 정확해야 하는 업무가 잘 맞지 않아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서 남들보다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했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것은 늘 어려운 일이었기에 복직 후 낯선 부서에서 새로운 일과 동료들에게 적응하는 것은 내게 도전적인 일이었다.
그런데 나는 왜 복직을 선택했을까, 인간이 개인의 삶에서 마주한 어려움 앞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고 싶었다. 나는 이 큰 두려움 앞에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궁금했다. 섣부른 판단이지만, 나는 짧은 시간 어린 시절의 나를 보았다. 두려움 앞에 압도되어 거짓을 지어내며 순진한 표정을 짓는 나. 나라는 인간의 민낯이랄까. 나는 죽음을 앞둔 이들의 표정도 가족들의 몸짓도 눈빛도 나는 알고 싶었다. 인생의 비밀을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나는 거기서 또 나를 보고야 말았다. 무심하고 건조한 사람. 그저 잘 포장하는 것에 익숙하여 겉에 보이는 그것이 나인 줄 아는 나. 진심은 그렇지 않다 믿으며 바쁜 업무에 쫓겨 비탄에 빠진 이들에 마음 기울이기지 못하는 범인의 나.
돈을 바라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조금은 그런 면도 있지만 이것이 그저 생계를 위한 수단이었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다.
나는 많은 돈을 바라지 않는다. 젊었을 때처럼 큰 인생의 성과를 내고 싶은 것도 아니다. 나는 그저 내 한계 앞에 서고 싶었다.
그것이 잘한 선택인지는 모르겠다. 내 손을 거쳐간 사람들에게 내가 선한 영향만 주었던가 묻는다면, 나는 입을 다물겠다.
일 못하는 경력직 간호사는 어떤 대우를 받는가. 부서의 근심과 수치가 된다. 모든 사람이 의심의 눈초리를 나를 본다. 한숨을 내쉰다. 나는 보아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 은척 하며 자리를 지켜야 한다. 나의 선택이, 나의 판단의 나의 행위가 옳은지 맞는지 항상 물어야 한다. '죄송합니다라'를 반복하다가이 말이 너무 식상하고 무책임하다고 느껴야 한다.
똑바로 해라, 무시당하면서 일하고 싶니?라는 질타 섞인 격려에도 감동될 만큼 나는 작아져 있다. 무시당하지 않을 다른 대안이 없다. 배우고 익숙해지는 것은 시간이 걸리므로, 속히 시계가 돌아가길 바랄 뿐. 나는 지금 유해한 인간이 되었다. 머리가 돌인 된 걸까, 방금 들은 설명도 기억이 나지 않고, 본 것도 곧잘 잊는다.
내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 싶어, 인생을 배우고 싶어 병원으로 돌아오는 것이 과연 잘한 일일까, 이것은 나에게뿐만 아니라 숱한 모든 사람에게 시간낭비인 것이 아닐까.
동기가 어찌 되었든, 의료의 현장에 있는 나는 사람을 살리고 도와야 하는데, 나는 그만한 자격이 있는가, 능력이 있는가 묻게 된다. 나는 다른 무엇보다 그러자 못할까 봐 무한히 두렵다
집에 남은 아이들은 엄마 사진과 영상을 보며 밥을 먹는다. 새벽에 일어나 엄마가 없다며 한두 시간 동안 엉엉 운다.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 손으로 먹이고 씻기고 닦이며 키웠으니, 이제는 아빠 손에 맡겨도 괜찮을 줄 알았으나, 아이들은 여전히 내 품을 그리워한다. 일 못하는 나는 새벽 4시에 집에서 나와 오후 8시가 되어야 집으로 돌아간다. 나는 지금 잘하는 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