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매 맺는 기쁨 Jun 23. 2022

아이야

죽음

아이야, 너는 내 눈에서 시취를 맡았던가

나는 죽음 사이를 이리저리 헤치고 너에게 왔다


너는 옆으로 돌아 누워 내게 물었지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냐고


나는 엉덩이가 썩어가고 누런 가래가 가슴에서 달그닥거리던 그녀의 깊은 곳까지 관을 넣어 그녀를 훑었다

후루룩후루룩 쏴아쏴아

헐떡거리는 그녀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아이들 곁으로 돌아가야지요 했다

그것은 거짓부렁이었다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결국 목에 구멍을 뚫어 겨우 숨 쉴 것이고 반만 움직이는 몸에 짓눌려 요양병원에서 생을 마감할 것이다


아이야 나는 그녀에게 달싹거렸던 입으로 너에게 말했다

우리는 천국에서 만날 것이라고


너는 사라지고 싶다고 했다

죽기 싫다고도 했다

슬프다고도 했다


아이야

나는 너에게 무슨 짓을 했던가

나는 너에게 필멸할 생을 주었구나


너는 나처럼 어둠 속에서 달달 떨며 주기도문을 몇 번이고 되뇔 것이다

너는 허무에 온몸을 들썩이다 불현듯 찾아온 죽음 앞에 속수무책일 것이다

너는 나처럼 썩을 것이고 바람에 흩날릴 것이다


난초처럼 피어난 꽃사마귀

요망한 것

아아 아이야




작가의 이전글 죄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