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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저김 Feb 25. 2023

AI가 내 글을 대신 써주겠다고 한다.

꾸준한 글쓰기 습관을 위해,

지인들을 통해 '오일작'(매월 5일, 15일, 25일마다 글을 쓰겠다는 의미)이라는 모임을 만들어서 벌써 7개월째 글을 작성하고 있다.


그 글은 지금처럼 브런치에 옮기기도 하지만,

매우 사적인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다 보니 옮기지 못한 글의 개수도 꽤 되는 편이다.


그리고 그 글들은 브런치가 아닌 노션에 차곡차곡 저장 중이다.


그리고 어김없이 찾아온 25일.

오늘은 어떤 글을 쓸까 고민하던 차에, 우선 노션을 켰다.


그러자 노션에서는 새로운 AI 기능을 소개하는 팝업을 띄웠다.

챗GPT 같은 기능이 노션에도 들어왔구나.. 정도로 아주 짧게 생각하며 바로 닫기 버튼을 향했다.


팝업은 바로 잊은 채, 어떤 글을 써야 되나 고민하다가

최근 1년 동안 내 여가생활 중 가장 큰 기쁨을 주고,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한

보드게임에 대해서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보드게임과 함께 한 1년이라는 제목을 완성하고, 본문 글을 작성하려고 마우스 커서가 옮겨지는 순간,

"AI에게 요청"이라는 버튼이 자동으로 생성됐다.


그리고, 그 버튼을 누른 결과는 아래와 같다.


작년부터 보드게임에 빠져서 우리 가족은 매주마다 새로운 보드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보드게임을 통해 서로를 더 잘 알고, 더욱 친밀해졌습니다.

우리의 첫 번째 보드게임은 "카탄"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매주마다 새로운 보드게임을 구매하고, 새로운 규칙과 전략을 배우면서 서로 도전해 왔습니다. "티켓 투 라이드", "팬더믹", "스컬킹", "스플렌더"와 같은 게임들은 우리 가족의 새로운 취미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보드게임은 우리의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활동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매주마다 보드게임의 날을 정해서, 가족들끼리 모여서 새로운 보드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게임들은 우리의 아이들에게 더욱 많은 혜택을 제공해 줍니다. 보드게임을 통해 아이들은 전략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고, 더욱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작년에 우리는 보드게임을 통해 새로운 취미를 발견하고, 더욱 가까워졌습니다. 이러한 취미는 우리 가족에게 큰 즐거움을 주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로운 보드게임을 즐길 예정입니다.

우리는 지난주에 "카페"라는 보드게임을 새롭게 구매했습니다. 이 게임은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티브로 하여, 그 상황에서 플레이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선택지가 주어지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을 통해 우리는 서로의 선택과 판단력을 높일 수 있게 되었고, 또한 일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들에 대해서도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보드게임 카페도 많이 생겨나면서 다양한 보드게임을 즐길 수 있는 장소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보드게임 카페를 자주 방문하면서 새로운 보드게임을 발견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가족은 보드게임을 통해 더욱 가까워지고, 더욱 재미있는 일상을 즐길 것입니다.


챗GPT가 워낙 최근 이슈가 많이 됐지만,

(정말 나이 때문인 건지…) 클럽하우스 이후로는 뭔가 확 붐업이 되는 콘텐츠나 이슈에 대해서는 점점 무뎌지는 경향이 있어서(저러다 말겠지 라는 생각이 가장 크고... 실제로 가장 최근 '본디'가 내 예상을 빗겨나가지 않는 분위기다.)

침착맨과 주호민, 김풍 등이 챗GPT를 활용해서 만들어낸 영상 콘텐츠는 재미있게 봤지만 직접 체험해 봐야지 라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다.



최근 또 난리가 났던 ‘본디’ 역시 지인들 인스타그램이 도배가 되는 와중에도 전혀 흔들림 없이 설치페이지조차 가보지 않았던 만큼 챗GPT 역시 지금 당장 체험하기보다는 정말 살아남을 기능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스며들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마주할 줄은 몰랐다.

기존 노션 계정과도 섞이지 않으려고, 오로지 오일작을 위해 만든 노션 계정이었던 만큼

꾸준한 글쓰기를 위해 활용해 온 노션이었는데,

리포트도 아니고, 창작활동을 위한 것도 아니고,

나의 꾸준한 글쓰기 습관과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글쓰기 능력이 향상되면 더 좋고… 정도의 마음으로 시작한 공간까지

AI가 대신 글을 써주겠다고 들어와 있다.


나의 노력이 꾸준히 쌓이는 공간에

나의 노력과 목표를 한 번에 없앨 수 있는 공간이 된 것이다.


물론, 이런 흐름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런 경험이 나보다 윗세대 어른들이 점원이 없는 매장에서 키오스크를 마주할 때의 당혹감 수준의 충격만 할까…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아직은 내가 그렇게까지 늙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는 있다.


모든 인간이 이런 변화를 겪어왔고, 이런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 역시 모두 인간들이니깐..


그래서 최근 알쓸인잡에서 나온 대화에 더 마음이 가기도 했다.


인간과 기술은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대화였다.

이미 인간보다 빠른 이동수단이 나왔음에도

인간은 여전히 100m 달리기 대회를 한다.

인간보다 빠른 이동수단이 나왔다고 해서 인간의 달리기가 가치가 없어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예술 분야까지 파고든 기술 역시 인간이 만들어내는 예술의 가치를 없애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AI가 나보다 더 좋은 글을 쓸 수는 있겠지만,

내가 쓰지 않은 글을 내가 쓴 글처럼 포장할 일은 오지 않았으면 한다.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는 순간, 나 스스로 인간이길 포기하는 작은 시작이 될 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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